임해나(18)-예콴(21) 조가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획을 그었다. 대한민국을 아울러, 아시아 팀 역대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 아이스댄스 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현지 시각 4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SU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서 리듬 댄스에서 71.08점으로 2위를 차지한 아이스댄스 임해나-예콴 조는 다음 날 기술점수(TES) 55.09점, 구성점수(PCS) 48.22점, 총점 174.39점을 받으며 개인 최고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종전의 최고점인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의 162.53점에서 11.86점이나 상승한 수치이다.
임해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로서 첫 메달을 딸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모님께서 먼저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제안하셨다. 부모님의 지원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었기에, 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한국 대표로서 활동하는 것을 결정했다. 나 자신에게도, 부모님을 위해서도 이 메달을 딸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감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해나-예콴에게 이번 대회가 마지막 주니어 무대. 파트너인 예콴의 연령 초과로 다가오는 2023/2024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쟁쟁한 시니어 선수들과 함께하는 각오를 묻자 임해나는 “약간 겁이 나기도 한다.”며 운을 뗐다.
“우리가 훈련하는 IAM(몬트리올 아이스 아카데미)에는 훌륭한 시니어 선수들이 많다. 존경하는 그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 자체로서 매일 동기가 부여된다. (다음 시즌) 같은 시니어에 합류하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며 새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같은 날 남자 부문에 출전한 김현겸(17, 한광고) 역시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선전을 이어 나갔다. 김현겸은 최종 6위에 올라, 다음 시즌 주니어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에 두 명의 남자 선수를 파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현겸은 고난도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착지하며 기술점수(TES) 41.40점, 구성점수(PCS) 34.37점, 합계 75.77점으로 8위에 올랐다. 김현겸은 이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순항하며 순위를 끌어 올렸다. 예정된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며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68.47점, 구성점수 69.37점, 합계 137.79점을 획득하여, 총합 213.56점으로 6위에 올랐다. 이는 정성일(1988년 브리즈번 · 6위), 차준환(2017년 대만 · 5위) 이후 최고 기록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여자 싱글 신지아(14, 영동중)의 은메달, 김유재(13, 평촌중), 권민솔(13, 목동중)의 상위권 진입에 이어 아이스댄스, 남자 싱글에서도 괄목할 만한 인재가 등장했다. 기존의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31)를 필두로, 여자 싱글 단일 종목에서 성과가 돋보였다. 남자 싱글은 차준환(21, 고려대)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룬 바 있으나 국제 무대 참가 선수의 수는 최근에서야 우상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단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임해나-예콴 조이지만, 아직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 IOC의 헌장에 의거, 올림픽 대회 참가 선수는 모두 소속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콴은 아직 대한민국 국적을 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의 르네상스가 임박한 가운데, 종목 부흥을 위한 관심과 지원에 아낌이 없어야 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