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여자 싱글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은 기술점(TES) 52.31점, 구성점(PCS) 62.00점, 감점 1점으로 113.31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56.07점을 합산, 총점 169.38점을 기록했다.
쉽지 않은 연기였다. 이해인은 예정되었던 삼 회전 루프 점프를 한 바퀴 처리하며 프리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이어 장기였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토루프 점프에서 모두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에서는 잘못된 엣지(e) 마크를 받았고, 필살기로 꼽히는 스텝 시퀀스에서는 레벨3 판정이 내려졌다.
전날 눈물을 보인 이해인이었지만, 오늘은 프리 스케이팅 후 담담한 표정으로 믹스드존에 들어섰다. “어제는 너무 속상한 마음에 좀 감정 컨트롤을 잘 못했던 것 같다” 며 운을 뗀 이해인은 “챔피언십에서 이렇게까지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게 처음인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마음이 안 좋기도 해요. 그래도 이제 월드가 남았고, 이게 내 일이니까 월드 때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고 의연한 표정으로 다음 대회를 다짐했다.
전날 개인사로 인한 고충을 밝힌 이해인은 아침 연습 중 그 일을 회상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아직 그 일 때문에 조금 힘들긴 해요. 제가 사람이라서 계속 생각이 났어요. 연습도 괜찮았고, ‘괜찮다, 괜찮다’ 생각했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안 좋은 기억이어서 한 번씩 불쑥불쑥 올라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몸에는 아주 큰 문제는 없었고, 컨디션도 괜찮았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되는 바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했어야 되는데, 좀 약하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대회 끝났으니까 조금 쉬든지, 아니면 심리 상담 선생님을 자주 만나든지 해서 잘 극복을 해야 될 것 같아요.”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해인은 이번 시즌 프리 스케이팅을 위해 두 벌의 의상을 준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그랑프리 시리즈 NHK트로피에서 입은 보라색 의상을 입었다. 시즌 초반과 국내 대회를 함께한 연록색 의상을 준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전 의상이 흔한 스타일도 아니었고 조금 더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에스메랄다의 느낌을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이 의상을 한 번 더 입었어요.”라며 짧은 소감을 밝히며, 다음 대회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시즌 초반 부침을 겪은 이해인은 후반부 들어 놀라운 회복세로 세계선수권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만들어냈다. 만 18세임에도 아픈 순간 가운데 있는 자신을 ‘나약하다’며 스스로 채찍질하는 이해인. 갓 고등학생 티를 벗은 그녀를 단 한 번의 성적으로 힐난하기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으로 지지를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