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저녁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남자 싱글 부문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국가대표 차준환이 기술점(TES) 91.77점, 구성점(PCS) 85.88점으로 177.65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95.30점을 합산, 총점 272.95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부상 중에 얻은 값진 메달이었다. 출전 자체를 고민했던 사대륙 선수권이었기에, 더욱 소중했다. 그래서였을까? 시상식과 기자회견이 모두 마무리된 후 만난 차준환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인터뷰에 응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 했다”는 차준환에게 대회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중간중간에 실수가 조금 있긴 했지만, 끝까지 최대한 집중해서 잘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종합선수권 이후에 정말 본격적으로 훈련을 제대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좀 부족했지만 제가 현재 준비된 상태 내에서는 최선을 다한 것 같아서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변수였다. 차준환은 시즌이 시작한 9월 이전부터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두 번째 그랑프리였던 11월 그랑프리 에스푸 대회까지 기권을 감행했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몸에 숙련시킬 시간이 부족했다. 1월 초 종합선수권부터 이번 대회까지 그가 온전히 연습에 집중할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 한 달.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과 훈련 강도 사이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찾았다. 프리 스케이팅의 구성도 그동안 연습해오지 않던, “도전적이지만 최선의 구성”이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지현정 코치에게 그 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일단 훈련량을 줄였죠. 발에 무리가 안 가야 되니까. 그다음에는 일단 풀 런스루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종합(선수권)이 끝나고 그때부터 시작을 한 거거든요. 월드 하나를 보고, 이 사대륙(선수권)도 사실 나올까, 말까도 고민을 했던 부분이었어요. 선수나 코치 입장에서는 ‘바로 월드를 갈 수는 없다’라는 판단이 섰고, ‘어떤 결과가 오든 네가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보고 확인을 해보자’라는 상태였죠.”
차준환의 의견도 비슷했다. 2022년 사대륙선수권 우승 경험이 있는 그였고, 전년도에는 불운이 따라 아쉬운 결과가 따랐기에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와 욕심도 있었을 터. 하지만 차준환은 조급함과 욕심을 버리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택했다.
“솔직히 이번 경기를 하면서 계속 다짐했던 거는, ‘결과는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내 요소에만 집중하자’를 제일 많이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전에 챔피언 경험이 있었고 또 지난 시즌 워낙 더 좋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제 상태를 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바라지 말자.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일단 집중해보자’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는 거에 좀 더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고요.
메달을 딴 거에 대해서는, 물론 메달의 색깔이나 순위도 더 높았으면 저 스스로에겐 좋았겠지만, 지금 3위 한 것도 저에겐 앞으로 연습하는 데 있어서 충분히 더 많은 자신감을 심어줄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월드 챔피언십을 또 준비하는 데 있어서 저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차준환은 3월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을 위한 멈춤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2주 뒤 막을 올리는 전국동계체육대회는 참여하지 않는다. 전년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자인 차준환이기에, 그의 족적 하나 하나에 더욱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부담을 오롯이 감당하고 있을 그에게 다음 대회 목표에 대해 물었다.
“정말 두 달 안 되게 남은 것 같은데, 일단은 쉰 시간이 있기 때문에 또 그만큼 시간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할 것 같고요. 그다음에는 지난 시즌 입상을 하면서 좋은 경험이 있지만, 이번 시즌은 또 이번 시즌이기 때문에. 입상을 바라기보다는 이번 시즌을 제가 최선을 다해서 잘 마무리할 수 있게끔 그만큼 훈련에 시간을 더 투자해서 결과에 상관없이 제가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차준환은 금번 대회에 스스로에게 “7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줬다. 목표는 이루었지만, 오랜만에 참여한 국제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43일 앞으로 다가온 시즌 최대 경기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더 열심히 한다면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는 차준환이 완성할 나머지 30점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사대륙선수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