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진행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의 남자 싱글 부문에서 서민규(15, 경신고)가 최종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중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서민규가 최초다. 함께 출전한 이재근(16, 수리고) 역시 프리 스케이팅에서 선전하며 5위에 올라,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했다.
서민규는 기술점수(TES) 73.45점, 구성점수(PCS) 76.72점, 합계 150.17점을 획득, 쇼트프로그램 점수 80.58점을 더해 총점 230.76점으로 최종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의 고난도 점프를 성공했고, 쇼트 프로그램 점수는 이번 시즌 세계 주니어 남자 싱글 점수 중 최고점이다.
서민규는 손을 번쩍 들며 믹스드존에 들어섰다. 쇼트 프로그램 1위였던 서민규에게 바짝 다가온 ‘대한민국 남자 싱글 최초 주니어 세계선수권 챔피온’이라는 타이틀이자 역사.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도, 서민규는 오히려 신경 쓰지 않았다고.
“대회 하기 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신경 쓰다 보면 생각할 게 너무 많아지고, 또 제 자신에 대한 목표가 달라질 것 같아서 그냥 점수나 그런 것(타이틀)은 신경 안 쓰고 제 경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경기에서 두 번째 점프로 예정되어 있던 트리플 악셀을 싱글 처리하며 실수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당황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아직 초반이고 할 게 많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서민규는 이후 놀라운 집중력과 끈기로 마지막까지 연기를 이끌어, 참여한 남자 선수 중 가장 높은 구성점(PCS, 프로그램 구성/표현력/스케이팅을 채점)을 받은 바 있다. 이 높은 구성점에 대한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이 점프만 잘해서 등수가 매겨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현력과 구성점 부분에서 제가 인정받았고, 최종 1등을 했잖아요. 리오 선수가 점프 면에서 앞서지만, 표현력은 제가 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서민규가 훈련하는 대구는 수도권보다 더 환경이 척박하다. 서민규의 부모님은 아들을 위해 지상 훈련 센터를 직접 마련하여 서민규가 하루 7시간 동안 지상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서민규 역시 이 감동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제가 이렇게 수상할 수 있고 좋은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대구에 마련해 주신, 대구에서 보고계신 아빠, 그리고 관중석에 계신 엄마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역시 첫 주니어 세계선수권 데뷔에서 선전한 이재근은 3그룹에서 프리 스케이팅 경기를 펼쳤다. 이재근은 기술점수(TES) 74.07점, 구성점수(PCS) 69.00점에 넘어짐으로 인한 감점 1점, 합산 142.07점을 획득하여 자신의 종전 개인 최고점을 20점가량 올리며 프리 스케이팅 순위 5위에 올랐다. 쇼트 프로그램 점수 70.15점을 더해 총점 212.22점으로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했다.
안무가 김해진의 추천으로 선곡한 <로미오의 줄리엣>은 간절한 눈빛을 보내며, 간절한 느낌의 로미오를 연기했다는 이재근은 “굉장히 영광이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틀 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이었다.
“떨려도, 더 큰 무대라서 굉장히 영광이었고,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끝까지 집중하고,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라며, 좋은 평가를 받은 구성점에 대해서는 “원래 그렇게 높지 않았었는데, 많이 연습해서 좋아진 것 같아서 기쁩니다.”고 여전히 떨고 있는 자신의 손을 움켜쥐며 답했다.
연신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던 이재근이지만, 기술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눈이 빛났다. 이번 시즌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종합선수권에서의 선전으로 국가대표 타이틀은 물론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권까지 거머쥔 이재근. 자신의 발전을 느끼는 순간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스케이팅이 좀 빨라지고 깔끔해진 것 같습니다.”라며, 4회전 점프에 대해서도 “쿼드(러플) 살코를 연습하고 있어요. 대회가 많아서 연습을 못했는데… 비시즌 동안 쿼드 점프를 빨리 성공시키고 싶어요. 스케이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습니다.”라며 눈을 빛냈다.
이번 성적은 서민규와 이재근 모두 주니어 세계선수권 첫 출전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두 선수의 기록으로 대한민국은 다음 해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세 명의 선수를 파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서민규가 기자회견에서 “같은 동료가 새로운 점프를 성공시키면 ‘아, 나도 이걸 따라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하면서 점점 는다’고 밝힌 바와 같이, 선수들에게 경쟁의 기회는 중요한 자양분이다. 첫 해에서 두 선수가 동료들에게 제공한 성장의 터전. 서민규와 이재근이 넘치게 칭찬받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