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캐나다 몬트리올 벨 센터에서 진행된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관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가 진행됐다. 시즌 내내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차준환은 최종 10위를 기록했다.
차준환은 프리 스케이팅 첫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무사히 선보였다. 하지만 뒤이어진 쿼드러플 토룹 점프에서 실수가 발생하여 싱글 토룹 점프로 착지했고, 쿼드러플 살코의 후속 점프를 트리플 점프가 아닌 더블 점프로 착지했다. 기술점(TES) 80.49점, 구성점(PCS) 81.95점, 감점 1점으로 161.44점을 받으며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획득한 88.21점을 합산, 총점 249.65점을 기록했다.
믹스존에서 만난 차준환은 “오늘 경기는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번 시즌을 마친 것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표현한 뒤,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너무나도 많은 실수들이 있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라며 답했다.
배트맨을 주제로 했던 프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번 시즌 솔직히 말해서 제가 100% 컨디션이었거나,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연습했다 생각하고 (경기에) 나간 적이 없어서, 제가 제대로 소화했나 싶은 아쉬움이 커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차준환은 평창 올림픽 시즌 쿼드러플 점프를 연습하며 오른쪽 발목과 왼쪽 고관절 부상을 얻었다. 오래전부터 시달린 오른쪽 발목 부상은 이번 시즌 점점 악화됐다. 차준환의 다리는 부츠조차 신기 어려울 정도의 상태가 되었고 결국 그랑프리 5차 대회를 기권했다. 그는 부상 이후 충분한 휴식과 회복을 하지 못한 채로 시즌 후반부에 있는 국내 대회들을 치러냈다.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회에 반드시 출전해야 했다. 전년도 세계선수권 대회 입상자이기 때문에 대회에 출전만 하면 순위와 상관없이 국가 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출전한 대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
이후 세계선수권 대회까치 충분한 휴식을 취하리라 생각했던 차준환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사대륙선수권에 출전했다. 그랑프리 기권 후,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차준환은 세계선수권 전에 반드시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부상을 딛고 사대륙선수권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사대륙선수권보다 프로그램 난도를 높였다. 4회전 점프 개수를 3개에서 5개로 늘린 것이다. 비록 준비한 모든 점프들을 성공적으로 착지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아감을 위해 꼭 필요한 시도였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에 대해 “이번 시즌은 좀 많이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총평했지만, “부상이 계속 있었고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경기에 임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저에게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하나씩 헤치고 경기에 나가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고 계속 연습해 나갔던거 같아요.”라고 이번 시즌을 버텨온 원동력을 전했다. 또한 차준환은 “올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만, 후에 본다고 생각하면 저에게 많은 경험이 되었고 좋은 양분이 되었을 거로 생각합니다.”라며 담담히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뒤로한 채 이번 시즌의 배움들을 가지고 잘 회복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며 다음 시즌에 대한 의지를 전했다.
피겨스케이팅은 세계 선수권 대회를 끝으로 2023/2024 국제 경기의 막을 내린다. 차준환은 “힘든 시간을 보내왔고 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내려놓고 휴식도 취하면서 다음 시즌을 더 잘 준비하고 싶습니다.”라고 비시즌 목표를 전했다. 비시즌 기간 동안 차준환은 “초청 받은 아이스쇼에 참여하고, 그 이후에는 새프로그램을 짜며 시즌 준비를 하게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차준환은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스쇼 Stars on Ice와 Fantasy on Ice에 초청받아 일본의 4개 도시에서 스케이팅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준환은 “국내에서는 현재까지는 아이스쇼 계획이 없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는 3명의 남자 싱글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했다. 전년도 성적으로 출전 티켓 수가 정해지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대한민국 남자 선수들이 3명 출전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차준환이 지난 시즌 세계선수권 대회에 홀로 출전해 2등을 기록한 결과였다. 그는 지난 시즌 3장의 세계선수권 티켓을 확보한 것이 올 시즌 본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며, “함께 올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시즌 혼자 왔던 것과 달리 현겸 선수, 시형 선수와 함께 오면서 저도 많은 힘을 받았던 것 같고,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다.”라며 이번 대회에 함께했던 소감을 전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은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 여러가지 변곡점이 있던 시기였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2명의 한국 선수들이 출전했을 뿐만 아니라, 동계 청소년 올림픽과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자 모두 한국 선수들이었다. 국내 대회의 수준도 더 높아져 시니어 남자 싱글의 대부분 선수들이 트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고 착지했으며, 4명의 선수들이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했다. 고작 11명에 불과한 한국 시니어 남자 선수들이 이룬 성과였다.
김연아가 시니어 데뷔하던 시즌, 대한민국 시니어 남자 선수는 이동훈 1명 뿐이었다. 그가 부상으로 국제 무대에서 사라지고, 김민석이 시니어가 될 때까지 국제 대회에서 대한민국 시니어 남자 선수를 아예 볼 수 없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이준형-김진서가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을 획득했고, 차준환은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 후 수년간 차준환 개인이 걸어온 길이 한국 남자 싱글의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많은 후배들을 통해 한국 남자 싱글이 꽃피우고 있다. 김현겸은 최초의 동계 청소년 올림픽 챔피언, 서민규는 최초의 주니어 월드 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그들의 롤모델은 당연히 차준환이었다. 비록 이번 시즌 부상으로 인해 차준환 개인의 성과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한국 남자 싱글의 성장에 그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돌아온 이 계절처럼, 차준환에게도 따뜻한 햇살이 비추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