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9일 토요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TD 가든에서 2025 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일차 경기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임해나-권예는 프리댄스에서 기술 점수(TES) 59.55점, 구성 점수(PCS) 45.72점을 기록하며 총 105.27점을 받았다. 리듬댄스(72.04점)과 합산한 최종 점수 177.31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임해나-권예 조는 영화 〈크루엘라〉 OST에 맞춘 강렬한 캐릭터 중심의 연기로 프리댄스를 펼쳤다. 국가대표 임해나-권예는 원 풋 턴에서 레벨3와 레벨2를, 싱크로나이즈드 트위즐에서 레벨4와 레벨3를, 다이아고널 스텝시퀀스에서 레벨2를 받았으며, 세 종류의 리프트와 댄스 스핀에서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았다.
경기 후 믹스존에서 임해나는 “오늘 경기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에 몰입했고 관객의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관객분들이 거리낌 없이 환호해주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예는 “연기 내내 관객과 교감하고 있다고 느꼈고, 눈을 마주친 관객이 손을 흔들 때 나도 그 순간에 몰입됐다”고 말했다.
이들의 프리댄스 프로그램인 ‘크루엘라’ OST는 ‘크루엘라’ 캐릭터를 중심으로 남녀 간의 심리적 대립과 몰입을 다룬 이야기다. 임해나는 “저는 크루엘라 역할을 맡았고, 권예는 점차 타락해가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처음엔 순수한 인물이었다가 점차 내게 끌려 변해가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권예는 “처음엔 관객들이 나를 개로 보기도 하고, 크루엘라의 잠재의식으로 해석하기도 했는데, 결국엔 조커와 할리퀸 같은 관계로 풀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캐릭터 중심의 연기는 두 선수에게 중요한 표현 도구다. 임해나는 “모든 동작마다 왜 이걸 하는지 명확히 알고 움직이면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 예와 서로 캐릭터에 대해 공유하고 그 시선 안에서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뮤지컬 연기 지도 경험이 있는 연기 코치와도 함께 작업해 캐릭터 설정과 감정선에 깊이를 더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리댄스를 통해 임해나는 관객과의 교감을 특히 강조했다. “연기 중에 특정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그분이 반응해주는 걸 느낄 때, ‘이제 당신을 위해 춤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예전엔 관객이었을 때 누가 나를 봐주면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경험을 다른 이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교감은 권예에게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는 “가끔은 우리끼리 눈을 맞춰야 할 타이밍에 해나가 관객을 향해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며 웃으며 덧붙였다.
이날 프리댄스를 끝으로 세계선수권을 마친 임해나-권예 조는 사실상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청신호를 켰다. 권예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경기 자체에 몰입해 있었고, 이제야 모든 게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고, 임해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말 많이 긴장했다. 평소와 같은 경기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무대라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차기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권예는 “이번 시즌 준비에 집중하느라 아직은 아무 것도 정하지 않았다”고 했고, 임해나는 “경기 전에 다음 시즌 음악을 고르면 지금 캐릭터에 몰입이 깨질까봐 일부러 미루고 있다. 아직도 크루엘라가 질리지 않는다”며 애정을 보였다.
임해나-권예 조는 이번 프리댄스를 끝으로 2024-25 시즌을 마무리한다. 권예의 한국 귀화와 이번 세계선수권 결과를 통해 두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갖추게 됐다. 이번 시즌을 통해 표현력과 캐릭터 해석 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들이 올림픽 시즌을 맞아 새롭게 써 내려갈 서사와 프로그램에 기대가 모인다. 이들이 만들어갈 또 다른 이야기 위로 팬들의 응원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