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금요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TD 가든에서 2025 ISU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4일차 경기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채연은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TES) 65.37점, 구성 점수(PCS) 63.12점을 기록하며 총 128.49점을 받았다. 김채연은 쇼트 프로그램(65.67점)과 합산한 최종 점수 194.16점으로 최종 10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아시안게임과 사대륙 선수권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온 김채연은 이날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내면의 속삭임〉을 통해 섬세하고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더블 악셀, 트리플 루프,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트리플 살코 등 안정된 점프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에서는 특유의 속도감 있는 연결을 선보였다. 이어진 트리플 러츠에서는 착지가 불안해 한쪽 무릎을 짚으며 시퀀스 점프를 연결하지 못하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지만, 곧바로 대체 구성으로 전환해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로 만회했다.
경기 다음 날 가진 인터뷰에서 김채연은 이번 대회를 “50점짜리 경기”라고 자평했다. “컨디션 조절 또한 선수의 과제 중 하나인데 그 부분이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또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마인드 컨트롤도 조금 흔들렸던 것 같고요”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무사히 경기를 마쳤다는 것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서 50점을 준다”라고 이야기하는 김채연은 컨디션 난조 속에서도 이번 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연습과 웜업 등에서 허리를 짚는 모습을 보여주던 김채연. 사실 그녀는 대회 직전 교통사고로 허리 통증이 악화 되면서 연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대륙 끝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중에, (세계선수권) 출국 3일 전에 교통사고가 있었어요. 허리가 안 좋은 상태였는데 그게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전체적인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미국에 도착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터라 걱정이 많았던 김채연은 “쇼트 때 조금 더 긴장을 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다소 아쉬운 실수가 있었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마음을 편히 먹고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경기 이후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마음이 편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긴 한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에 대한 발판이 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번 시즌은 국내외에서 굵직한 대회가 유난히 많았던 해였다. 특히 김채연은 아시안 게임과 자국에서 열린 사대륙 선수권, 그리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이번 세계 선수권을 포함하여 총 10개의 국내외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시즌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점을 3가지 이야기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채연은 “아시안게임, 사대륙선수권처럼 큰 대회들을 무사히 치렀다는 것 자체에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요.”와 “저번 시즌보다 조금 더 제가 해야할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부상 없이 잘 버텨낸 것도 칭찬할 부분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세 시즌 연속 시니어 무대의 막내로서 경쟁해온 김채연은 이제 다음 시즌부터 ‘막내’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국제빙상연맹(ISU)는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도핑 문제로 야기된 어린 선수에 대한 보호를 위해 지난 두 시즌 동안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이에 따라 2022/2023 시즌 시니어에 데뷔한 김채연, 윤아선 등이 지난 세 시즌 동안 막내로서 시니어 무대에서 경쟁했다. 김채연은 “시니어 언니들과 함께 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이제는 후배 선수들과 경쟁하며 또 다른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라며 미소를 보였다.
다가오는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는 기술의 퀄리티 향상과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영화 <피나> OST, <Tron> OST 등 매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보이던 김채연이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대한 세간의 기대도 크다. “더 열심히 훈련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에요. 그러면서 새로운 면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싶어요”라며 다가올 올림픽 시즌 프로그램에 대한 의욕을 다졌다.
2024-2025 시즌, 유독 긴 여정을 쉼 없이 달려온 김채연. 마지막 무대에서의 결과가 선수 자신의 기대에 100% 부응하진 않았지만, 그녀가 이번 시즌 보여준 많은 노력과 성과들은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다. 아시안게임과 4대륙선수권 금메달, 시즌 후반의 완성도 높은 연기들은 그녀의 성장과 가능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다가오는 2025-2026 올림픽 시즌, 그 누구보다 단단해진 마음과 경험으로 다시 얼음 위에 설 김채연의 다음 발걸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