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서울시청)이 2025 ISU 피겨스케이팅 챌린저 시리즈(CS) 키노시타 그룹 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 시즌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차준환은 지난 5일 열린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87.76점(기술점수 45.84점, 구성점수 42.92점, 감점 1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새 시즌 쇼트 프로그램인〈Rain, In your black eyes〉를 처음 선보인 자리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새 의상과 함께 관중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오늘 저녁에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영화 〈물랑루즈〉 OST에 맞춰 드라마틱한 무대를 펼쳤다. 첫 점프에서 예정된 4회전 살코+3회전 토룹 콤비네이션이 2회전 살코로 처리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곧이어 단독 4회전 토룹과 4회전 살코 점프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후반부에서는 3회전 러츠 점프를 착지했으나 컴비네이션을 연결하지 못했고, 악셀 시퀀스에서도 실수가 있었지만 스텝과 스핀 등 모든 비점프 요소에서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으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기술점수 79.80점, 구성점수 85.75점으로 총점 165.55점을 기록했고, 쇼트와 프리 합산 총점 253.31점으로 쇼트와 프리 모두 1위를 지켜내며 최종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원국이 주관하는 챌린저 시리즈 중 하나로, 그랑프리 시리즈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지만 세계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무대다. 출전을 위한 최소 기술점수 요건이 없어 선수들이 시즌 개막 전 새로운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실전 무대로 활용된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 프로그램과 의상을 공개하며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고, 시즌 구성을 실전에서 시험할 수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쇼트 프로그램에서 2개의 4회전 점프, 프리 스케이팅에서 3개의 4회전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약간의 실수는 있었지만 차준환은 큰 흐름을 흔들지 않고 안정적인 시즌 출발을 알렸다. 관객과 감정을 공유하는 피겨의 매력을 강조해온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도 표현력과 기술을 모두 살려내며 앞으로의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한국 남자 싱글 선수들이 함께 출전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이재근(수리고)은 4회전 토룹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으나 이후 점프들은 무난히 수행했으며, 마지막 스핀에서 넘어지는 실수로 기술점수 73.85점, 구성점수 72.27점, 감점 2점을 받아 프리 점수 144.12점을 기록했다. 총점 226.53점으로 최종 6위를 차지한 이재근은 비록 경기에서는 실수가 있었지만 연습에서는 4회전 점프의 높은 성공률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그는 이번 대회 쇼트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대회에서의 4회전 점프 첫 성공”이라는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시형(경기일반)은 올해 2월 사대륙 선수권에서 입은 어깨 부상 이후 복귀 무대에 나섰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볼레로〉 음악에 맞춰 연기를 선보인 이시형은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기술점수인 84.44점을 기록했고, 구성점수 71.26점을 합해 총점 155.70점으로 프리 스케이팅 2위에 올랐다. 총점 218.56점으로 최종 9위에 머물렀지만, 부상과 재활을 딛고 시즌 첫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차준환은 이번 우승으로 시즌의 산뜻한 출발을 알리며 다음 일정을 준비한다. 그는 10월 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또 다른 챌린저 시리즈인 ‘2025 CS 데니스 텐 메모리얼 챌린지’에 출전해 프로그램 완성도를 점검한 뒤 본격적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무대에 나설 예정이다. 새 시즌을 여는 첫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한 차준환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