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를 이끌어갈 남녀 유망주들이 세계 무대에서 또 한 번 빛났다. 2025년 12월 5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2025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주니어 남자 싱글의 서민규가 우승을 차지했고, 주니어 여자 싱글의 김유성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여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김유재와 남자 싱글 부문에 나선 최하빈 역시 값진 경험을 쌓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참가한 모든 대회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서민규는 이번 파이널 무대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84.82점으로 시즌 최고점을 갱신하며 2위로 출발했던 서민규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과 예술성을 겸비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쳤다. 특히 프리 스케이팅 점수는 171.09점으로, 이는 종전 주니어 그랑프리 터키 대회에서 세웠던 자신의 개인 최고점인 161.81점을 무려 10점 가까이 끌어올린 놀라운 기록이다.




서민규는 그동안 갈고 닦아온 4회전 살코를 프리 스케이팅 실전에서 처음으로 배치해 성공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금까지 최고난도 점프가 트리플 악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동갑내기 라이벌이자 이번 대회 2위를 차지한 일본의 나카타 리오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중요한 순간 서민규의 단단한 정신력과 무결점 연기가 빛을 발하며 6점 차이로 남자 싱글 정상을 차지했다.
경기 후 서민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 클린 프로그램과 파이널 1등이 목표였는데 진짜 클린 프로그램과 1등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만족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쿼드러플 살코를 공인 인증받았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면서도 “쇼트 플라잉 싯 스핀과 프리 플라잉 카멜 스핀에 가산점이 적게 나왔다는 것, 그리고 프리 코레오 시퀀스에서 음악이 터지는 부분 전에 동작을 하게 되어 박자가 아쉬웠다”며 냉철한 자기 분석을 내놓았다. 모든 스핀에서 최고 등급을 달성했음에도 가산점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쿼드 점프에 대해서는 “완전히 안정화가 된 것은 아니고 조금씩 성공률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답했으며, 남은 시즌 목표로 “이번 파이널에 부족했던 스핀을 더 보완하고 쿼드러플 살코 안정화와 함께 클린 프로그램을 하는 것”을 꼽았다.

함께 주니어 남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최하빈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럿츠의 중심을 잃으며 4위로 시작한 최하빈은 프리 스케이팅 첫 점프인 쿼드러플 럿츠를 성공시키며 기대를 모았으나,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에서 넘어지고 트리플 악셀에서도 중심을 잃는 등 난조를 보였다.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의 후속 점프 회전수 부족(q) 판정과 트리플 악셀의 1회전 처리 등 실수가 겹치며 남자 싱글 참가자 6명 중 최종 6위를 기록했다.
지난 주 목동에서 열린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선보인 다종의 쿼드러플 점프로 주목받았던 최하빈이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최하빈은 “쇼트, 프리 두 프로그램에서 실수가 나와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위에 오른 일본의 나카타 리오도 시선을 끌었다. 서민규와 같은 나이로 꾸준히 비교되는 라이벌 구도 속에서 나카타는 이번 파이널에서도 총점 249.70점으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의 실수가 없었다면 우승 경쟁이 더 치열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주니어 여자 싱글 부문에서는 ‘쌍둥이 자매’ 김유재와 김유성의 활약이 돋보였다.
언니인 김유재와 함께 출전한 김유성은 쇼트 프로그램에서 선전했으나 쟁쟁한 선수들 속에서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프리 스케이팅에서 후반부 단독 트리플 럿츠의 엣지 부정확(!) 판정을 제외하고 모든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하며 3위, 최종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유성은 ISU 주관 국제 주니어 무대 데뷔 후 매년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해왔으며, 이번이 첫 파이널 메달 획득이다. 최후순위로 이번 대회에 진출한 선수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김유성은 “주니어 마지막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얻게 되어 정말 행복하다”며 “이번 시즌은 힘들게 보내고 있어서 파이널이 조금 부담도 컸지만 주니어 선수로서 쌓아온 모든 경험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은메달이라는 결과는 시니어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동시에 더 발전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됐다”고 말했다. 특히 “랭킹 때 제가 쇼트를 못해서 많이 울었는데 옆에서 유재가 위로해주고 함께 해줘서 큰 힘이 되었다. 유재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여자 싱글에서 함께 경쟁한 쌍둥이 자매의 우애를 드러냈다. 이어 “주니어 커리어를 이렇게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며 팬들과 코치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유성과 함께 여자 싱글 부문에 출전한 김유재는 비록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쇼트 프로그램에서의 후반부 트리플 룹에서 넘어지며 6위에 그쳤으나, 프리 스케이팅에서 모든 점프를 성공하며 환상적인 연기로 2위를 기록하며 불과 0.46점 차이로 최종 4위에 올랐다. 특히 올 시즌 안정적인 트리플 악셀을 보여주고 있는 김유재는 프리 스케이팅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에서 ‘세계 1위’인 시마다 마오와 동일한 1.71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김유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주니어 파이널이라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연습 때마다 풀 프로그램을 말도 안 되게 반복해서 연습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쇼트에서 실수가 나와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제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 같다”며 “이렇게 큰 링크장에서 강한 긴장감 속에서도 프리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큰 자신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이번 파이널은 유성이와 함께해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프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 유성이와 엄마와 함께 얼싸안고 잘 마무리했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는 감동적인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가대표 선수로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한편 일본의 시마다 마오는 다시 한 번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토루프를 구사하는 현 세계 최정상 주니어 스케이터답게,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며 총점 218.13점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지만, 나머지 요소에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흔들림 없는 기술력과 비점프 요소의 탄탄함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피겨 유망주들에게 성장의 기폭제가 되었다. 남자 싱글의 서민규는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임을 증명했고, 여자 싱글의 김유성, 김유재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시니어 무대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 남자 싱글 최하빈에게는 쓰지만 몸에 좋은 예방주사가 되었다.
다가오는 시니어 무대와 다음 시즌, 더 높게 비상할 이들의 행보에 따뜻한 응원과 박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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