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이하 팀 트로피)는 한마디로 축제의 장이었다. 팀 트로피는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로, 해당 시즌 동안 ISU 공인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한 상위 6팀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팀 트로피에 참가하는 나라는 남녀 싱글 선수 4명과, 아이스 댄스, 페어까지 총 8명의 선수들을 내보내며, 쇼트(리듬)와 프리경기에서 순위별로 포인트를 획득해 마지막 날 최종 합산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이번 팀 트로피에 최연소 팀으로 첫 출전해 주최국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 중에는 재치 넘치는 응원전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중심에 있던 것이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고려대, 21).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최연소 캡틴이었지만, 훌륭한 리더십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대한민국이 2위에 오르는 데에 큰 기여를 했다.
4월 17일, 갈라쇼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은, 취재진과 인터뷰 자리에서도 진중하면서도 따뜻한 캡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 속에서도 시종일관 팀 코리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보여준 차준환은, 대표팀의 메달 색깔을 결정짓던 마지막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획득해야 은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지 계산을 했었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말씀을 드리자면 가기 전에 말씀드렸던 목표는 아무래도 첫 출전이기 때문에 좀 즐기고 오자,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경험을 하자고.”며 “근데 사실 주장으로서, 아니면 개인적인 생각으로서는 즐기고 오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열심히 한 걸 알기 때문에 결과도 좋았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내심 있었다.”고 캡틴으로서의 욕심 아닌 욕심을 살짝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사실 첫째 날 둘째 날 우리 선수들이 너무 또 멋진 투지와 열정으로 경기를 이끌어가 준 덕에 순위가 너무 좋았다. 3일 차에 결과가 결정되는 마지막에 제가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사실 어느 정도 순위가 굉장히 높아야 되겠구나 정도까지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사실 그런 생각이 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그런 생각은 있었지만 경기에 임할 때는 내 요소와, 내가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경기 임한 것 같다.”고 대답한 차준환.
키스 앤 크라이 존에서 순위가 나왔을 때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그런 내 자그마한 욕심이 그 순간 나왔던 것 같다.”고 웃었다. “어쨌든 첫 번째 목표였던 즐기면서 또 경험을 하자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을 했던 것 같고 거기에 결과까지 좋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에, 선수들이 만들어 놓은 거에 내가 또 도움을 주면서 마무리를 했다는 거에 대해서 좀 안도하면서도 기뻤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출전한 최연소 팀으로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비결로는 “가장 어린 팀이었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가장 멋진 열정과 투지를 보여줬던 것 같다.”며 “특히 싱글 선수들은 세계선수권 이후에 굉장히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컨디션 관리를 해주며 이번 경기를 준비했고, 아이스댄스팀 같은 경우에는 주니어 세계선수권 이후에 이 팀 트로피를 그 짧은 시간 안에 준비를 하면서 시니어 데뷔전을 치렀다. 또 페어 조도 이번에 첫 데뷔전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 선수들이 박수받아야 마땅한 성과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차준환은 “물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는 과정을 더 중요시 생각해서 선수들이 연습부터 1일 차, 2일 차, 3일 차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해 팀 코리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질문은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응원전. 응원전에서 어떤 선수가 가장 열심히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차준환은 “이건 솔직히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것 같다.”며 “우리도 정말 첫 출전인 만큼 모르는 것도 많은 상태에서 갔다. 그래도 나름 아는 선 내에서 좀 열심히 준비를 했고 또 각자 선수들만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 살리려고 노력을 했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정말 서로가 서로를 열심히 응원해 주고 열심히 경기를 뛰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 차준환이다 보니 팀 코리아의 응원순위를 정해 달라는 말에 “국가로 치면? 당연히 1등.”이라고 대답한 차준환.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팀이 보여준 그 열정(은 1등이다.)”이라고.
이번 대회는 팀 경기이기도 하지만, 차준환에게는 개인적으로 쇼트 프로그램 100점이라는 허들을 넘을 수 있었던 대회. 한국 선수 최초로 쇼트 프로그램 100점을 넘긴데에 대한 소감으로 차준환은 “일단 마지막 경기인 만큼 또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며 “세계선수권 이후에 컨디션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서 준비를 했다. 그래도 좀 좋은 결과로, 또 목표로 세웠던 바를 이룰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길었던 시즌을 마무리하는 소감으로 “일단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참 초반부터 힘들었던 것 같다. 정말 우여곡절도 많았고 하지만 또 후반에 세계선수권과 또 마지막 팀 트로피까지 끝까지 열심히 준비를 했다.”며 길었던 시즌에 대한 소회를 밝힌 차준환은 “그렇지만 뭐랄까 이번 시즌에 나갔던 경기들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후반에 더 더 잘 대비하고 준비해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 다사다난한 시즌을 마무리하며 훌쩍 성장한 스케이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다가오는 시즌에 대한 목표로는 “기술적으로도 구성을 좀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는 차준환. “그렇지만 무엇보다 부상 조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강점인 프로그램을 또 잘 구성을 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도전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팀 코리아를 어떤 팀이었는지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잠깐 고민을 하다 “어텐션?”이라고 대답한 차준환. “대회 중 계속 어텐션이라는 그 동작을 했는데, 이유는 우리의 첫 출전이기도 하고, 가장 어린 팀이지만 ‘어텐션해라’ 약간 이런 의미를 담아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출국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팀 코리아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다던 캡틴 차준환의 의지가 다시 한번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5년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일까.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막내 중 하나로 단체전에 첫 출전했던 16살의 차준환은 어느새 21살의 청년이 되어 캡틴으로서 단체전인 팀 트로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준환과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노력이 차곡히 쌓인 결과는 은메달보다 값지고 눈부신 것일 것이다.
이제 시작된 신생팀 팀 코리아. 차준환 아래 하나가 된 팀 코리아의 비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