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개최된 2023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이하 팀 트로피)는 한마디로 축제의 장이었다. 팀 트로피는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대회로, 해당 시즌 동안 ISU 공인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한 상위 6팀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팀 트로피에 참가하는 나라는 남녀 싱글 선수 4명과 아이스 댄스, 페어까지 총 8명의 선수를 내보내며, 쇼트(리듬)와 프리경기에서 순위별로 포인트를 획득해 마지막 날 최종 합산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대한민국은 이번 팀 트로피에 최연소 팀으로 처음 출전해 주최국인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회 중에는 재치 넘치는 응원전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예림(단국대, 19)은 대표팀의 맏언니로서 시즌 후반 부진을 딛고 프리 프로그램에서 3위를 하며 퍼스널 베스트를 기록. 팀의 메달에 이바지했다.
4월 17일, 갈라쇼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예림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시즌 초반의 좋은 성적에 비해 아쉬운 시즌 후반이었지만 팀 트로피에서의 시즌 마지막 프리 프로그램에서의 완벽한 경기를 선보인 소감을 묻는 말이었다. 이 질문에 김예림은 “시즌 초반에 성적이 좋았던 만큼 후반까지 이제 개인적인 욕심이 좀 컸었다. 특히 세계선수권 이후로 조금 충격도 많이 받았고 그다음에 아주 많이 속상했었던 것 같다.”라며 “그래서 이번 팀 트로피를 다시 준비할 때도 마음이 쉽게 잡히지 않고 너무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프리스케이팅에서 스스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서 그 부분에서 되게 감격해서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통 눈물을 보이지 않던 김예림이었기에, 프리 프로그램 이후 김예림이 보인 눈물과, 당시에 소감에 대해서도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예림은 “사실 이제 자신감도 조금 떨어진 상태였어서 프리 때도 크게 욕심을 가지지 않고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오자고 생각했다. 정말 다행히도 그리고 또 감사하게도 올 시즌 열심히 연습한 게 마지막 경기에서 잘 나왔던 것 같다.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스스로도 너무 감사하고 팬분들한테도 그런 모습으로 마무리하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김예림에게도 팀 코리아의 응원전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예림은 “응원석에서도 정말 너무 좋은 추억과 또 재밌는 시간을 보냈었다.”라며 “사실 그 뒤에서는 창작의 고통을 느끼기도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짓게 했다.
그러다 보니 응원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주로 아이디어를 어떻게 냈냐는 질문에 김예림은 “키크존(키스앤크라이존)에서 세레머니는 내가 좀 많이 냈었던 것 같다. 그 외의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우리 캡틴께서 리드를 많이 (해주었다)”고 대답했다.
응원전 소품에 대해서는 “개인의 것은 다 각자 준비했고 나머지도 다 선수들이 직접 찾아보고 구매했다.”고 대답한 김예림. 김예림의 캐릭터이기도 했던 장군을 상징한 칼이 혹시 공항에서 걸리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칼이) 그냥 스티로폼이어서 상관없었다.”고 대답해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지금은 피겨장군이라는 별명 외에 다른 별명은 생각할 수 없는 김예림이지만, 처음 피겨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베이징올림픽 당시만 하더라도 썩 내켜 하지 않았던 상황. 이에 대해 요즘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예림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 같아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처음에 피겨 장군이라고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 들었을 때는 피겨에서 너무 생소한 단어고 수식어이기 때문에 조금 낯설어서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팬 여러분들도 그렇고 모든 분이 좋게, 또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지금은 대개 장군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라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멀지만, 다음 올림픽 단체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 질문에 김예림은 “아무래도 처음 참가하는 단체전이었는데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우리가 계속해서 열심히 우리 할 일을 묵묵히 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이번 같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선수들끼리도 뒤에서 하긴 했다.”고 대답해 팬들의 기대를 한층 끌어올렸다.
유난히 길었던 김예림의 2022-23시즌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처음엔 우아한 연기와 상반되는 털털한 모습으로 피겨장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김예림. 하지만 김예림에게 피겨장군이라는 별명이 더욱 잘 어울리게 느껴지는 건, 그녀가 누구보다도 단단하며 강인한 선수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시즌에 그녀가 들고 올 승전보가 더욱 기대되는 건 김예림이 그런 선수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