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8월부터 새로운 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매주 연이어 쏟아졌다. 2022/2023 시즌의 호재는 더욱 특별했다. 김연아 선수 이후 싱글에서 강세를 보이던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아이스 댄스라는 바람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음악부터 음식까지, 서로에 대해 척척 맞추는 임해나(18)와 예콴(21) 팀이 그 순풍의 주인공이다.
서로에 대해 “자신이 아는 가장 단단한 사람”,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임해나-예콴을 온라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늦은 저녁 진행된 인터뷰에도 밝게 웃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얼음에서 춤을 추다
문화포커스(이하 ‘문’): 피겨 스케이팅, 특히 아이스 댄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예콴(이하 ‘예’): 5살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어요. 빙판 위에서 피겨스케이팅하는 선수들을 보고 엄마한테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대여 스케이트를 사주셔서 처음 해봤어요. 그러다가 11살쯤에 벤자민 코치님이 아이스 댄스를 제안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스 댄스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냥 해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문: 임해나 선수는 어릴 때 리듬체조를 한 걸로 알고 있어요. 피겨스케이팅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임해나(이하 ‘해’): 6살 때 리듬체조를 시작해서 12, 13살 때까지 했어요. 국제대회에 나갈 뻔했는데, 스케이팅을 선택했어요. 빙판 위에서 좋아하는 연기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미끄러지듯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서 피겨스케이팅이 더 좋았어요. 저에게 리듬체조는 경기 동안 생각할 것이 많은 종목이라 즐기면서 연기하지 못했거든요.
문: 리듬체조는 유연성이 정말 중요한 종목이에요. 이 부분이 피겨스케이팅 할 때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나요?
해: 맞아요. 유연성이 중요해서, 스트레칭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반면 피겨스케이팅 할 때는 더 단단해져야 했어요. 리듬체조와는 반대여서, 어려웠던 점도 있었어요. 하지만 확실히 리듬체조의 유연성이 더 멋진 선을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 서로의 첫인상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서로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이 궁금합니다.
예: 기뻤어요. 몬트리올 아이스 아카데미(이하 ‘I.AM’)에 처음 갔을 때, 그해에는 파트너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내 파트너가 생겼으니까요. 전 정말 행복했고 해나도 매우 기뻐했고요. 정말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가끔은 각자 방식대로 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첫 대회가 끝나고 다른 선배 팀들이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자극받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저희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죠.
해: 아이스 댄스를 처음 접했던 상태이고, 예는 한동안 해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하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잘 몰랐던 부분도 많아서요.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처음 해보는 거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차세대 아이스 댄스 유망주, 한국 적응기
임해나와 예콴은 인생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임해나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전까지 한국에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거주지는 캐나다였다. 반면 예콴은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난 중국계 캐나다인. 가정에서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를 쓰는 ‘언어 천재’ 예콴이지만, 한국어는 이제 막 배우는 단계이다. 결성 후 캐나다 팀으로 활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굴지의 아이스 댄스 강국이라 불리는 캐나다의 주니어 선수권에서도 첫해부터 5위에 들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이런 라이징 스타가 지구 반대편의 국가를 대표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한창 코로나19로 국내외 교류가 더욱 어려운 시기였다. 언어부터 문화까지 다른 삶을 살았던 임해나와 예콴에게 태극기를 선택하기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터. 팀 캐나다로 2년, 팀 코리아로 2년을 보낸 그들에게 어려운 점에 대해 질문했다.
해: 저는 캐나다에서 오래 있었고, 캐나다 팀에서는 친한 친구들이 많아서 더 친숙했어요. 한국 팀에서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적응하는 데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첫해는 힘들었지만, 올해는 주니어 싱글, 아이스 댄스 주니어, 시니어 팀까지 단체전에 가면서 더 가까워졌어요. 한국 선수들과도 친구처럼 아주 친해져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저도 처음에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어요. 아직 배우는 중이죠.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 대화에 속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제 적응하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월드 팀 트로피에서는 시니어 피겨 스케이터들이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더 잘 소통할 수 있었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임해나-예콴은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그 배경에는 타지라면 타지일 수 있는 한국에서 그들을 돕는 국내 코치진이 있다. 임해나는 국내 대회에 이어 팀 트로피까지 동행하며 든든하게 곁을 지키는 김수진 코치에게 감사를 전했다.
해: 한국에 출전하려면 클럽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저희가 김수진 코치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어요. 코치님이 친절하셔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한국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시고, 대관도 잡아주시고, 같이 연습도 하고.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두 분(김수진, 김완)이 코치님으로 계셔서 정말 감사해요. 걱정을 덜 수 있었어요.
한편 그들의 뒤를 지키는 또 다른 지원군이 있다. 바로 국내 피겨스케이팅 팬들이다. 참여하는 대회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임해나-예콴을 그들은 “복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한국 피겨스케이팅 팬들이 이들을 만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국내 출전 첫해인 2021/2022 시즌은 주니어 그랑프리 선발전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될 정도였다. 2022/2023 시즌에 이르러 마침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관람객 입장이 허용되었다. 지난 1월 전국남녀 종합선수권에서 처음 만난 한국 팬들에 관해 묻자, 임해나와 예콴 모두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해: 저희 경기가 끝날 때 팬들이 큰 소리로 기쁘게 환호해 주셨어요. 경기 후 일정이 있어서 두 시간쯤 뒤에 나왔는데, 많은 팬들이 사진을 찍고 축하해 주려고 기다렸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예: 팬들이 정말 환영해 줬어요. 제가 한국어를 잘 못해도 이런 격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죠. 영어로 소통하려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얼마나 따뜻한지 모르겠어요.
4월 월드 팀 트로피가 끝난 후, 임해나와 예콴은 한국에 짧게 방문했다. 머무른 시간은 불과 5일. 언론사 인터뷰,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미팅 등 하루도 쉴 틈이 없는 가운데, 시간을 내어 팬들의 응원이 빼곡히 담긴 메시지 북을 전달받기도.
해: 마음에 드는 추천곡이 정말 많았는데, 섹션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탱고하고 싶으면 탱고, 발레하고 싶으면 발레, 이런 식으로요. 탱고 섹션에서 연아 선수가 했던 ‘아디오스 노니노’를 봤는데, ‘이거 정말 완벽한 탱고 프리댄스잖아!’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발레 섹션 중에 제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지젤’이었어요. 캐릭터가 굉장히 강한 작품이죠. 그래서 발레를 선택한다면 ‘지젤’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예: 시간이 없어서 전부 다 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음악 추천을 위한 책에 QR 코드가 있어서 스캔하면 유튜브의 재생 목록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정말 놀랐고, 정말 좋았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블랙스완’이었어요. ‘아, 우리도 올해 해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어요.
국제 데뷔부터 마무리까지, “99점!”
임해나가 최근 가장 자주 듣는 음악은 뉴진스의 ‘OMG’이다. 예콴이 ‘해나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음악’으로 ‘OMG’를 꼽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단박에 안무를 따라 할 정도였다.
임해나는 평소 드라마 OST부터 K-POP까지, 한국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들의 국제대회 데뷔 음악은 K-POP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화사의 ‘주지마’ 리믹스. 후반부의 ‘주지마’는 임해나가 직접 골랐다고 밝혔다.
예: ‘강남스타일’은 코치님이 선택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어요. 처음에는 확신이 없었지만 실제로 시도해 보니 마음에 들었고 멋지기도 했어요.
해: ‘주지마’는 제 아이디어였어요. 블루스에 어울리는 느린 음악이 필요했거든요. 그 전부터 이미 그 노래를 알고 있었는데, 당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어요. 그래서 코치님께 이 곡을 들려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주니어 데뷔 시즌 임해나-예콴에게 첫 메달을 안긴 프로그램은 캣츠 OST였다. 세계적인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원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음악을 사용했다. 2020년 개봉한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한편, 그들만의 이야기를 구축했다고. 자신들만의 해석이 들어가, 임해나-예콴의 ‘캣츠’는 이 팀의 아이스 댄스 이야기와 똑 닮아있었다.
예: 더 고양이 같은 움직임을 위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 <캣츠(2020)>를 조금 봤어요. 시즌 전에 훈련도 했어요. 조금 더 고양이처럼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댄스 선생님, 연극 선생님과 함께 얼음 밖에서 많은 훈련을 받았습니다.
저는 전반적으로 주인공 수컷 고양이(거스)를 연기했어요. 브로드웨이 극장의 한 장을 따라가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영화나 연극의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게 아니었죠.
해: 사실 저희는 브로드웨이를 보긴 했지만, 영화에 조금 더 기반을 두고 있어요. 저는 주인공 고양이(빅토리아)에 가까웠어요. 하얗고, 순진하고, 세상에 대해 모르는 고양이요. 예는 조금 더 나이가 있고,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고양이였어요. 저는 어린 고양이, 예는 나이도 많고 경험이 많은 고양이여서 제가 따라가는 식이었어요.
임해나와 예콴은 빙판 밖에서도 최고의 동료이다. 링크장 밖에서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방 탈출 게임’을 하거나 같이 저녁을 먹으며 어울린다. 스케이트 이외의 삶도 함께하며 환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더욱 끈끈하게 소통하고 있다. ‘아이스 댄스’, ‘파트너’, ‘피겨스케이팅’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고도, 임해나와 예콴은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서 능숙하게 표현했다.
예: 해나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단단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매우 열심히 하고, 항상 최선을 다합니다. 모든 경험에서 자신의 최대를 발휘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합니다.
해: 예는 정말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매일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도, 제가 기분이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저를 더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요. 예는 매우 이해심이 많고, 제가 가끔 너무할 때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예는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에요.
이런 긍정적인 상호작용 덕분일까. 2022/2023 시즌의 임해나-예콴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참가하는 모든 주니어 대회에서 단상에 올랐다. 3주 만에 준비한 첫 시니어 무대인 팀 트로피에서도 훌륭한 팀워크로 2위에 올라, 사실상 이번 시즌 참여한 모든 경기에서 입상한 셈이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들은 주니어 국제 무대를 홀가분하게 마무리하며, 각각 “95점”과 “99점”을 줬다.
예: 캐나다에서도 주니어로 활동한 것을 합치면 4년 동안 했는데요.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적으로 데뷔를 한 이후에 저희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분들과 함께 잘 성장한 것 같아요. 저희가 잘 올라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국제적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에 큰 발전을 이룬 것 같아요.
해: 후회나 아쉬움은 없는 것 같아요. 지난 2년 동안 좋은 경험이었고, 많이 발전하고 스스로에 대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 시니어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 같아요.
문: 주니어 시즌에 점수를 주자면?
해: 95점 정도 될 것 같아요. 100점 가까이.
예: 99점. 특히 올해에는 시즌 초반에 세운 목표를 모두 달성했기 때문에 그렇게 주고 싶습니다.
시니어 아이스 댄스 이해하기
싱글 부문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이지만, 아이스 댄스는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종목이다. 피겨스케이팅에 혼성 종목이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임해나-예콴은 다가오는 2023/2024 시즌부터 시니어 무대에 합류한다. 주니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그들에게, 아이스 댄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질문을 준비했다.
문: 지난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연결한다(Connect)’라는 어휘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그 ‘연결’의 구체적인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파트너나 관객, 심사위원들과의 정신적 교감인가요? ‘연결’의 요점은 무엇인가요? 이런 아이스 댄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해: ‘연결(Connect)’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죠.
‘관객과 연결된다’리는 것은 경기할 때 관객을 진짜로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보통 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며 웃게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스케이트를 탈 때 관객들이 웃으면, 그들도 저희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말 행복합니다. 관객과 교감(Connecting)하는 것과 같아요.
예: 서로 연결된다는 건, 감정적인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경기에서 호명 전에 서로를 바라보며 교감(Connect)합니다. 서로를 안심시키거나 힘을 주기 위해서, 또 프로그램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서요. 우리는 모두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모두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도 우리의 이야기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것이 ‘연결’입니다.
아이스댄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2018 올림픽에서 테사 버츄-스콧 모이어의 프리 댄스인 ‘물랑루즈’를 꼽고 싶어요. 확실한 교감(Connection)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이야기에 설득 됐어요.
또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제롱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들의 단합된 모습이요. 함께 있을 때 하나처럼 보이죠. 서로를 따르고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법을 정말 잘 아는 것 같아요.
해: I.AM 팀 중에 말하자면, 케이틀린 하와옉-장 룩 베이커의 라틴 프로그램이 정말 색다르고 즐거웠어요. 옛날 스타일의 라틴이 많았는데,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서 연기하는 모습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또 제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팀은 캐나다의 로렌스 푸르니에 보드리-니콜라이 소렌센 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좋았지만, 특히 프리 댄스는 플라멩코 같은 서양 춤이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눈을 뗄 수 없었고, 서로 교감(Connected)하는 모습이 멋졌어요. 열정적이고 강렬했죠.
임해나와 예콴은 현재 최고의 아이스댄스 클럽인 몬트리올 아이스댄스 아카데미(I.AM)에서 훈련하고 있다. I.AM은 최정예 ‘1타 강사’ 코치진뿐만 아니라, 시니어 국제 대회 상위권을 휩쓰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명문 아카데미. 앞서 주니어 세계선수권 기자회견에서 “같은 얼음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긴 경력을 가진 선배 중 특히 존경하는 선수와 그들이 준 조언이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예: 장 룩 베이커 선수를 정말 존경해요.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정말 멋지거든요. 사실 오늘은 우리를 조금 코치해 주셨는데, 어떻게 하면 더 잘 교감(Connect)하고 서로를 더 잘 따라갈 수 있는지 알려주셨어요.
해: 저는 매디슨 척 선수를 정말 좋아해요. 그녀가 움직이는 방식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사실 그랑프리 파이널 때는 같은 탈의실을 사용했어요. 보통 저는 시합 때 긴장을 많이 하는데, 척 선수는 경험이 많고 저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시합을 해왔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오랫동안 해왔는데도 이렇게 긴장되는 건 똑같아요?’라고 물었죠. 그러자 그녀는 ‘긴장은 대회를 아무리 많이 해도 사라지지 않아요.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 봐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런 기분일 것’이라고 말해줬어요. 정말 좋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문: 시니어에 가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해: 선배들과 함께 경기한다는 게 가장 기대돼요. 또 주니어 때보다 올림픽이라는 큰 목표에 더 가까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싶기도 해요. ‘이게 시니어구나’하는 기분이요.
예: 다른 시니어 팀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는 게 가장 기대돼요. 이제 다 큰 것 같고, 더 이상 주니어가 아니잖아요. 해나가 말했듯이 올림픽이라는 꿈에 더 가까워지고 더 많은 관중 앞에 서는 것…. 주니어에서는 관중이 훨씬 적으니까요. 이게 시니어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시니어 무대를 준비하며, 기술적인 부분의 퀄리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로에게 더 많이 교감(Connect)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를 너무 끌어당기거나 밀어붙이지 않고, 서로에게 더 잘 연결(Connect)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스텝에서 레벨 4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주니어 때와 새 리듬 댄스(프린스)는 연기적인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표출하는 느낌이라면, 프리 댄스에서는 좀 더 친밀한 느낌으로 진짜 사랑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 다음 시즌 리듬 댄스는 프린스의 음악이라고요.
해: 맞아요. 코치님들과 프린스를 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로 생각해요. 처음에는 프린스의 음악 스타일이 워낙 아이솔레이션이 많아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저희는 그런 동작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빙상장 안팎에서 연습을 많이 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이스 댄스는 특히 외적인 요소가 브랜딩에 큰 영향을 주는 종목이다.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안무는 물론, 의상과 화장까지 신경 쓰고 있다. 2022/2023 시즌 임해나는 프리 댄스 <죽음의 무도>에서 패션위크의 드레스 같은 의상을 입고 죽음의 여신으로 분했다. 그때 착용한 의상의 제작자는 강남에 사무실을 둔 Ann Dress. 임해나는 다음 시즌 의상 역시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 제작하고 싶어요. 프린스의 의상은 정말 화려하고, 장식과 반짝임이 대단해요. 한국에서 만드는 의상은 반짝임도 많고 색감도 화려하죠. 그래서 한국에서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직 물어보진 않았지만, 예도 한국에서도 하면 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임해나-예콴이라는 팀
다가오는 2026년, 임해나와 예콴은 꿈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헌장에 의거, 올림픽 대회 참가 선수는 모두 소속 국가의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콴은 이를 위해 특별 귀화 절차를 밟고 있고, 한국어 개인 수업을 받고 있을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차근차근 초석을 쌓은 임해나와 예콴에게, 올림픽 외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팀으로서, 선수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해: 모든 팬들이 저희를 보며 ‘정말 즐기는 팀’이라고 느낄 수 있게 기억되고 싶어요. 우리가 정말 즐거워 보이고, 빙판 위에서 진심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팬들이 저희가 마음을 다해 열심히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노래라면 관객들이 같이 춤추고 싶고, 사랑 이야기나 슬픈 노래라면 울고 싶고. 그런 팀이 되고 싶어요.
예: 저도 해나와 비슷해요. 사람들이 우리가 스케이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관객들과 심사위원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저희를 보면서 우리가 연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최고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기술의 향상과 서로 간 교감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목표. 임해나와 예콴은 그 목표를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다. 이미 데뷔한 첫 해, 첫 무대였던 쿠슈벨의 ‘강남스타일’에서 ISU 공식 해설로부터 “음악에 설득력을 더하려면 표정 연기가 필요한데, 여기에 기술적인 난이도까지 일치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팀은 실제로 이 작업을 아주 훌륭하게 해낸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구독자들이 자막으로 제 성격을 알 수 있도록 직접 자막을 단다”는 임해나.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며 힘든 일정에도, “제 일을 좋아해서 괜찮다. 코칭을 하며 스케이트에 대해 더 배우고 있다”는 예콴. 이 팀의 긍정적인 바람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공기를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다가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들에게 ‘10점 만점에 100점’을 주며, 앞으로 그들이 빙판에서 써 내리는 이야기에 연결(Connect)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