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두 마녀의 선택이 남긴 깊은 여운

1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위키드: 포 굿>의 두 번째 막이 열렸다. 2편에서는 1편에서 예고된 감정의 균열과 선택의 후폭풍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보다 깊고 거침없이 드러낸다. 이제 이야기는 단순히 후속편을 넘어,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가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정면으로 마주하는 순간으로 진입한다.

엘파바와 글린다: 신념의 충돌에서 선택의 비극까지

영화 <위키드: 포 굿>의 중심에는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향해 쌓아온 감정의 복잡한 층위가 놓여 있다. 1편이 두 사람의 만남과 균열의 시작을 보여줬다면, 2편은 갈등이 극한까지 치닫는 과정을 통해 관계가 어떻게 다시 재정의되는지에 집중한다. 엘파바는 오즈의 권력 구조와 마법사의 조작을 눈으로 확인하며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행동에 나서지만, 글린다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혼란을 막는 길이라 믿으며 엘파바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진실과 질서, 정의와 안전을 두고 두 사람의 신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서로를 향한 애정은 오해와 분노로 덮인다. 하지만 갈등의 끝에서 글린다는 엘파바의 저항이 폭력이 아닌 자기희생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 사람은 서로가 걸어야 할 각자의 길을 받아들이며 다시 서로를 놓아주는 선택을 한다. 이 과정에서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라는 대사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킨 결정적 존재였음을 확인하는 선언이 된다.

네사, 보그, 피에로의 교차하는 사랑과 비극

부가적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서사는 네사와 보그, 그리고 피에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는 자신이 가진 신체적 한계와 외로움을 사랑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믿지만, 그녀가 기대고 싶어 했던 보그의 마음은 그녀를 향하지 않는다. 보그는 네사를 동정과 책임감으로 대하지만, 진심은 글린다에게 머문 채 흔들린다. 그 모순된 감정은 결국 네사에게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전해지고, 그녀가 내린 극단적 선택은 오즈 전체의 균열을 촉발하는 비극의 단초가 된다.

반면 피에로는 사랑의 향방이 완전히 뒤집히는 인물이다. 글린다와 함께할 때는 유연하고 가벼운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뒤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엘파바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된다. 그는 사랑의 이유보다 사랑의 방향을 선택한 인물로, 결국 글린다가 아니라 엘파바를 따라가는 그의 결단은 세 인물 사이의 감정적 균형을 완전히 뒤흔든다. 이들의 서사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중심 서사를 보완하며, 선택과 책임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엘파바의 최후의 선택: 희생, 위장, 그리고 자유

영화 후반부, 엘파바는 자신이 일으킨 변화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믿으며 극심한 죄책감에 빠진다. 그녀는 오즈가 자신에게 덧씌운 ‘악의 마녀’ 이미지를 뒤집을 수 없음을 깨닫고, 그 낙인을 이용해 글린다를 보호할 마지막 방식을 선택한다. 모든 오해와 비난을 홀로 떠안은 채 스스로 죽음을 연기하고 사라지는 결말은, 단순한 도피가 아닌 글린다를 살리고 또다시 희생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자기 삭제로 해석된다. 이는 뮤지컬에서 보여준 위장과 도피의 의미를 영화적 언어로 다시 새롭게 변주한 장면이며, 두 사람의 관계가 비극이 아닌 연대의 형태로 남을 수 있는 마지막 여지를 만들어낸다. 글린다가 끝내 엘파바를 기억 속에서 지우지 않고, 그녀의 방식으로 오즈를 바로잡아 가려는 결심은 이 선택이 단순한 탈주가 아닌 관계의 재탄생을 의미함을 확인시킨다.

뮤지컬과의 비교: 감정의 밀도는 유지하며, 스케일은 확장되다

현재 내한 공연 중인 뮤지컬 <위키드>는 무대적 상징성과 배우들의 감정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영화 <위키드: 포 굿>은 그 감정의 결을 해체하여 더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무대에서는 암시로 처리되던 인물들의 내면 변화가 영화에서는 클로즈업과 이미지로 확장되고, 네사·보그·피에로의 서사가 뮤지컬보다 명백하게 갈등의 구조 안에 배치된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의 마지막 장면은 뮤지컬보다 훨씬 조용하지만 더 절절하게 그려지며, 둘의 눈빛과 침묵만으로도 관계의 마무리를 설명해내는 여운이 강하다. 반면 뮤지컬이 가진 폭발적인 넘버의 에너지와 즉각적인 감정 상승은 영화에서는 덜하지만, 대신 세계관의 디테일과 인물 간 균열의 과정이 더 풍성하게 드러나 두 매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원작의 정서를 완성한다.

<위키드: 포 굿>은 결국 거대한 마법이나 권력의 향방보다, 서로를 통해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감정이 만들어낸 서사에 집중한다. 1년을 기다린 끝에 열린 이 마지막 장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각자의 길에서 서로를 지켜낸 이야기이자, 관계가 한 사람의 선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를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증명한다. 영화가 남긴 여운은 결국 단 하나의 문장으로 돌아온다. “너로 인하여 달라졌어.” 이 말은 곧 이 작품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두 인물이 세상에 남긴 가장 강렬한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