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웨스트엔드에서 막을 올린 감성 드라마, 지금은 영국 전역을 누비며 다시 관객과 만난다.

2018년 웨스트엔드에 처음 발을 디딘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이 완전히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영국 투어에 나섰다. ‘비복제(non-replica)’ 버전으로 각색된 이번 무대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입은 작품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투어의 타이틀 롤 에반 역은 Ryan Kopel이 맡았고, 그의 상대역 조이 역에는 Lauren Conroy가 캐스팅됐다. 이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디어 에반 핸슨’이라는 작품이 가진 정서적 깊이와 현재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해는 안 돼도 공감은 됐어요.”
코펠은 이 작품을 “잘못된 결정들로 가득하지만, 그 결정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알 것 같았다”고 말한다. “도덕적으로 옳지는 않지만, 에반이 본능적으로 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자신을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던 17살의 아이”였다고 회상한 그는, 에반이라는 인물의 불안과 고립감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역할은 엄청나게 성대를 요구하고, 신체적으로도 긴장을 유지해야 하죠. 무대 위 세 시간이 꽤나 힘든 이유예요.”
콘로이 또한 “<디어 에반 핸슨>은 단순히 에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우리가 모두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외로움, 소통의 단절, 그리고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말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연출, 새로운 질문들
이번 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비복제(non-replica)’ 연출이다. 기존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버전과는 전혀 다른 미장센과 디자인이 적용됐다. 특히 이번 연출에서는 처음으로 앙상블 캐스트가 등장한다.
“앙상블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느껴져요,”라고 코펠은 말한다. “관객이 에반의 고립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가 존재하는 사회의 압력을 더 명확히 받아들이게 되죠.”
하지만 무엇보다 팬들의 이목을 끈 변화는 바로 ‘푸른색 폴로 셔츠’의 부재였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에반의 시그니처로 인식되던 이 의상이 사라진 것에 대해 코펠은 “처음부터 안 입을 줄 알았어요. 그건 다른 세계의 것이니까요,”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이 상징성을 제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에반에게 대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이야기가 특정 인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하는 장치”라고 덧붙였다.
콘로이 역시 “새로운 시선으로 이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그냥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느끼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무대 위 세 시간, 그 후엔 리얼 하우스와이브스가 필요해요”
코펠은 공연 준비와 회복을 철저히 분리해 관리한다고 밝혔다. “혼자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공연 전에는 사람들과 거의 말을 안 해요. 끝나고 나면 목도 쉬어야 하고, 정신적으로도 풀어줘야 하죠.”
그가 택한 정신 회복 방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저는 리얼리티 쇼를 봐요. 뇌가 아무 생각도 안 하게 만드는 게 필요하거든요.”
새로운 출발, 같은 감정
투어를 통해 <디어 에반 핸슨>은 다시금 그 중심 질문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당신은 정말 중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진심 어린 메시지는, 시간과 스타일이 달라져도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영국 전역에서 투어 중인 <디어 에반 핸슨>은 각 지역 공연장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비복제 버전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감동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