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는 뮤지컬 그 자체다.
중독성 강한 노래, 화려한 무대 연출, 눈부신 의상, 그리고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 매년 열리는 이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대회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처럼 극적이다. 그러니 2025년 영국 대표로 출전하는 그룹 ‘리멤버 먼데이(Remember Monday)’가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한 뮤지컬 배우들로 구성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로비전은 단순한 대회를 넘어 많은 공연 스타들의 커리어에 영감을 주었고, 몇몇은 이 무대를 발판 삼아 뮤지컬 세계로 진입했다. 진행자와 해설자들조차 연극 및 뮤지컬 무대에 익숙하다. ‘유로비전의 왕’ 그레이엄 노튼(Graham Norton)은 La Cage Aux Folles 리바이벌 무대에 섰고, 해나 워딩햄(Hannah Waddingham)은 WhatsOnStage 어워드 수상자이며, 멜 기드로이치(Mel Giedroyc)는 올해 다시 연극 Starter for Ten에 출연 예정이다.
심지어 배우 윌 페럴(Will Ferrell)은 자신의 영화 Eurovision Song Contest: The Story of Fire Saga를 뮤지컬로 각색 중이다.
다가오는 유로비전 결승(5월 17일, 바젤)을 앞두고, 유로비전과 웨스트엔드를 연결해온 주요 인물들을 되돌아본다.
ABBA (1974, 스웨덴)

스웨덴 대표로 Waterloo를 부른 아바(ABBA)의 유로비전 우승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이다. 이후 이들의 음악은 뮤지컬 *Mamma Mia!*의 중심이 되었고,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26주년을 맞이하며 브로드웨이 재진출을 앞두고 있다.
벅스 피즈(Bucks Fizz, 1981, 영국)
Making Your Mind Up으로 우승한 이 그룹의 멤버들은 이후 뮤지컬계로 진출했다. 바비 G(Bobby G)는 Jesus Christ Superstar, 셰릴 베이커(Cheryl Baker)는 Footloose, 제이 애스턴(Jay Aston)은 판토마임 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셀린 디온(Céline Dion, 1988, 스위스)

비록 영국 대표는 아니었지만, 셀린 디온은 Ne partez pas sans moi로 스위스를 대표해 우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녀를 오마주한 웨스트엔드 뮤지컬 Titanique는 올리비에 어워드(Olivier Award)를 수상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만다 우맥(Samantha Womack, 1991, 영국)

EastEnders로 잘 알려진 그녀는 A Message to Your Heart로 10위를 기록했다. 이후 The Addams Family, 42nd Street,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The Girl on the Train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했다.
마이클 볼(Michael Ball, 1992, 영국)

Les Misérables의 마리우스 초연 배우이자 Love Changes Everything의 히트 이후 유로비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후 The Phantom of the Opera, Hairspray, Sweeney Todd 등에서 활약하며 WhatsOnStage 어워드도 수상했다.
소니아(Sonia, 1993, 영국)
Better the Devil You Know로 아일랜드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2위를 차지한 그녀는 최근 뮤지컬 Now! That’s What I Call a Musical의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복귀했다.
프랜시스 러펠(Frances Ruffelle, 1994, 영국)
Les Misérables의 오리지널 엡오닌 역으로 잘 알려진 토니 어워드 수상자 프랜시스 러펠은 Lonely Symphony로 10위를 기록했다. 이후 Starlight Express, Chicago, Piaf, The Wild Party 등에서 활약했다.
제이드 유언(Jade Ewen, 2009, 영국)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작곡한 It’s My Time으로 5위를 기록한 제이드 유언은 이후 In The Heights, Porgy and Bess, 그리고 Aladdin의 자스민 공주 역으로 웨스트엔드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블루(Blue, 2011, 영국)
BBC가 처음으로 내정한 대표 그룹으로, I Can으로 10위를 기록했다. 멤버 던컨 제임스(Duncan James)는 Legally Blonde, Chicago에서 활동했으며, 앤서니 코스타(Antony Costa)는 Mamma Mia! The Party에서 무대를 책임졌다.
루시 존스(Lucie Jones, 2017, 영국)

We Will Rock You, Les Misérables, Rent, Legally Blonde, Ghost 등을 거친 WhatsOnStage 어워드 수상자인 루시 존스는 Never Give Up On You로 15위를 기록했다. 이후 Waitress의 제나, Wicked의 엘파바, Les Misérables의 판틴 등 상징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수리(SuRie, 2018, 영국)
리스본 대회 당시 무대 침입 사고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완수한 수리는 Annie Get Your Gun 리바이벌을 이끌었으며, RSC 무대 Much Ado About Nothing의 작곡가로도 참여했다.
리멤버 먼데이(Remember Monday, 2025, 영국)

The Phantom of the Opera, Mary Poppins, Matilda, Six, Cinderella, Les Misérables 등에서 활약했던 이 세 명의 배우는 뮤지컬계를 떠나 본격적으로 음악에 도전했고, 올해 바젤에서 영국을 대표해 유로비전에 출전한다.
유로비전 무대는 뮤지컬 배우들에게 또 다른 무대였고, 관객들에게는 웨스트엔드의 빛나는 별들을 만나는 또 하나의 창이 되었다.
뮤지컬과 유로비전, 두 세계는 늘 가까이 있었다 – 그리고 그 사이엔 늘 노래가 있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2025 결승은 5월 17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