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창작자 육성 사업으로 한국뮤지컬협회가 플랫폼기관으로 참여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의 “NEW 뮤지컬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젝트” 쇼케이스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빛나는 무대였다. 시간적 연출적 제한이 많은 리딩 공연임에도 최대한으로 재능을 선보인 젊은 창작진들의 열의는 감동적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인 31일. 마지막 발표작품이었던 “자명고가 울린다”의 창작진들과 함께 쇼케이스의 뒷이야기와 멘토링 경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모든 것을 쏟아낸 공연. 아쉬움은 남지만 본공연을 올리며 보완하고 싶어
쇼케이스를 마친 뒤 CKL스테이지의 연습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가한 세 명의 창작진은 쇼케이스의 여운 때문인지 상기된 얼굴이었다. 덕분에 인터뷰 역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첫 질문으로 쇼케이스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자명고가 울린다”의 극작가인 유주애는 “오랫동안 서랍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였다”며 “좋은 팀원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원하는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수정을 거듭하며 끝내 이 극을 올릴 수 있어 기쁘다. 이게 단순히 쇼케이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같은 질문에 작곡의 장희영은 “끝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드디어 끝이 났다”며 “사실 준비 기간이 두세 달 정도로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오늘 하루를 위해 달려왔는데,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뿌듯하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연출의 장한순은 “항상 공연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도 열심히 준비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은 최대한 다 표현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 아쉬움은 본공 때 보완하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드라마 작가, 비전공자와 전공자. 하지만 모두를 이어준 지원사업
이렇게 쇼케이스를 올릴 수 있게 도와준 “NEW 뮤지컬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당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는지 질문하는 과정에서는 함께 훌륭한 작품을 완성한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극작의 유주애는 “사실 처음 글을 배운 것은 드라마였지만 작곡을 배우며 시립합창단과 뮤지컬을 여러 편 올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뮤지컬 작가로서의 입지에 대해 고민했고, 이 지원사업의 멘토님께 도움도 얻을 수 있고, 공연의 기회도 얻을 수 있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작곡의 장희영은 깜짝 놀랄 대답을 했는데, 작곡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 “작곡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되어서 다른 곡들을 쓰고 있었는데 마침 보컬 곡이 쓰고 싶었고, 마침 코로나에 걸렸다.”고. 남는 시간에 찾아보게 된 것이 이 사업이었다는 그녀는 “제대로 작곡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지원했다.”고 대답했다.
연출의 장한순은 반대로 대학 때부터 연출을 배운 전공자. “학교를 졸업한 이후 현장에서 올 수 있는 기회들을 얻고 싶어 지원했는데 마침 평소 존경하던 연출님이 멘토로 계셔서 안된다고 생각하고 넣어나 보자라고 했던 게 원했던 멘토님과 매칭이 되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최고의 멘토가 전해준 최고의 수업
세 창작자들에게서 멘토링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세 사람과 매칭된 창작진은 무려 ‘그날들’과 ‘김종욱 찾기’를 집필한 극작의 장유정 감독과, ‘트레이스 유’, ‘마마 돈 크라이’ 등 수많은 매니아를 몰고 다니는 박정아 작곡가. 그리고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데스노트’와,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연출인 김동연. 한국 뮤지컬 계에서 기라성 같은 창작진들이 멘토로 참여하는 이번 사업이 새롭게 뮤지컬계에 진입하는 신인 창작자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
멘토링에 대해 질문하자 연출의 장한순은 “현장에서 올 수 있는 기회들을 다 초대해 주셨다. 테크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 등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위주로 많이 도와주셨다. 선생님 같기도 했지만 아버지처럼 매일 연락을 주시고 연습 중간에도 방문하시기도 하면서 진심을 다해 도와주셨다.”고.
이는 작곡의 장희영도 마찬가지였는데, 장희영은 “모든 것을 다 배웠다.”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내가 쓴 곡에 대한 전문적인 피드백도 처음일 정도로 무지한 상태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으로 도와주셨다.”며 “특히나 뮤지컬 곡을 쓸 때는 가사를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 대본을 어떻게 분석하는지도 알려주시며 함께 해주셨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곡도 많이 썼다. 너무너무 좋았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극작의 유주애는 “드라마를 배우던 내가 뮤지컬작가라고 스스로 말해도 될지 자신이 없어 여기에 왔었다.”며 “시놉시스 기획 단계부터 대본까지 너무 꼼꼼히 봐주시는 모습에서 진심을 느꼈고, 뮤지컬에 대해서 제대로 배웠다.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에티튜드도 많이 배웠다. 이곳에 와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런 세 사람에게 멘토링 과정에서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묻자, 연출의 장한순은 “올해 최고의 작품이 데스노트라고 생각하는데, 그 데스노트에 초대해 주셔서 중앙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하던 김성철 배우와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해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이내 “김동연 연출님께 이야기하자 자주 만나는데 뭐. 라고 대답하시더라.”며 오히려 자신이 더 부러워졌다고.
작곡의 장희영은 “같이 멘토링을 받던 멘티가 한 명 더 있었는데, 우리 둘의 성향이 완전 달랐다. 그런데 선생님이 만난 지 두세 번만에 우리를 완벽히 파악하시더라. 너는 이렇지? 하는 데 마치 점집에 온 것 같았다.”고.
극작의 유주애는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이 있다.”며 “다른 멘티와 성향이 많이 달랐는데, 선생님이 매번 둘을 좀 섞어! 라고 말씀하셨다.”고 웃었다. 그리고 영화감독으로서도 활약 중인 장유정 감독에게 영화작법도 배우고 싶어 조르자 “뮤지컬 먼저 하자?”라는 대답하시더니 결국은 다 알려주셨다고
아버지 감사했습니다.
멘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대답들에, 멘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청했다.
작곡의 장희영은 “선생님. 이 부족한 제자, 더욱더 정진하겠습니다.”라고, 극작의 유주애는 “감독님이 항상 제 자랑이시라고 이야기했는데, 언젠가 저도 감독님의 자랑이 될 때까지 펜을 놓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연출의 장한순은 짧지만 굵게, “아버지, 감사했습니다.”하고 말해 모두의 웃음을 터트렸다.
욕심을 덜어내는 것도 필요했던 쇼케이스
다시 쇼케이스 이야기로 돌아와, 세 사람에게 쇼케이스를 만들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특히나 세 사람이 만든 “자명고가 울린다”는 원래 2시간짜리의 사극 뮤지컬. 이를 쇼케이스에 맞춰 60분으로 줄이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역시나 녹록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작곡의 장희영은 “한 시간에 열두 곡인데,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까 작가님과 정말 연락을 많이 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연락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각 인물에 대한 것을 곡에서도 드러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이 인물이 더 잘표현될까 인물적인 테마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출의 장한순은 “대본을 받고 멘붕이었다.”며 “전쟁씬도 너무 많고, 칼싸움 장면도 너무 많았다. 안무를 넣는다면 좋을 부분도 너무 많았다.”며 움직일 수 없는 리딩 공연의 한계와 연출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그런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이번에도 김동연 연출이었다. 안무를 넣고 싶다는 그에게 김동연 연출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라. 하지만 욕심은 부리지 마라. 너무 큰 욕심은 화가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고. 그래서 안무 등 욕심내었던 것을 빼는 대신 채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채워 공연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반대로 극작의 유주애는 “사실 60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신 있었다.”라는 말을 하곤 동료들의 눈치를 보아 웃음을 주었다. “드라마를 배울 때부터 60분짜리로 시작했고, 공연도 60분짜리를 많이 올렸다. 하지만 막상 올리니 다르더라.”며 “그럼에도 클라이막스의 짜집기로 보이고 싶진 않았다. 서사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녀를 잡아 준 것은 동료인 장희영과 장한순. 할 수 있다며 힘을 북돋아 주었다고.
결국 “서로 의지를 하지 않으면 60분 내에 관객을 설득하기 어렵겠다. 싶어 처음에 쉽게 생각했던 마음을 고쳐먹고 혼을 담아서 다 같이 으쌰으쌰해서 완성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멘토들과 완성한 뮤지컬 “자명고가 울린다”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멘토링과 창작의 고통을 거치며 완성한 “자명고가 울린다”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쇼케이스의 시간적 한계로 60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단축되었지만 탄탄한 서사와 격정적인 넘버, 섬세한 연출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공연이었다.
자명고가 울린다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극작의 유주애 작가는 “자명고가 울린다는 모두가 알고 있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를 모티브로, 역사 속에 실존하는 마법의 북 “자명고”에 이끌려 창작하게 되었다. 만약에 이 자명고를 지키던 인물이 있었다면 어땠을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호동왕자와 낙랑의 공주 최윤, 그리고 자명은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게 다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다. 서로 사랑을 얻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예비 관객들에게도 한마디를 요청하자, 연출의 장한순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볼거리 가득한 화려한 공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한층 기대를 끌어올렸다.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을 물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연출의 장한순이 먼저 대답했는데, 그는 “공연이 올라갈 수 있도록 많은 코칭을 해주신 멘토분들, 그리고 많은 관계자 여러분들의 도와주신 공연이었다. 우리가 조명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많은 분들이 노력해 주신 덕분이고,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의 장희영은 “정말 많은 것을 얻어 간 것 같다. 배움도 얻어가고, 사람도 얻어가고. 공연을 올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는데, 그 과정들이 정말 행복했던 거 같다. 아쉬움도 조금 있지만, 우리 모두 수고했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극작의 유주애는 “2016년도부터 서랍 속에 갇혀 있던 아이디어를 이렇게 세상 밖으로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NEW 뮤지컬 크리에이터 양성 프로젝트’와 한국뮤지컬협회의 도움 덕분이었다. 꿈꾸던 멘토님들과 빛나는 배우님들, 소울메이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작가들의 세계에서는 작품을 한 번 완성할 때마다 작가는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지금까지 중에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것 같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세 사람의 얼굴에서, 공연을 마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작을 준비하는 도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때에, 극장에서 세 사람이 함께 마무리한 완전한 “자명고가 울린다”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