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초연 이후, 어느새 10주년. 대학로에서 스테디공연으로 자리 잡은 연극 ‘행오버’의 이야기다.
매일같이 새로운 공연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는 대학로에서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은 ‘행오버’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관객들의 후기를 보면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재치 있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불꽃같은(?) 애드립이 불러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까지.
이제는 대학로를 넘어 중국에서 뮤지컬로 재탄생 되어 한류 컨텐츠로서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연극 ‘행오버’. 이 공연의 진짜 매력을 파헤치기 위해, 2023년 시즌 주역들과 함께 연극 ‘행오버’에 대한 인터뷰를 가져보았다.
몽포커스(이하 ‘몽’) : 연극 ‘행오버’는 어떤 내용인가요?
김민수(이하 ‘김’) : ‘행오버’는 변호사 철수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506호에서 아내의 생일을 맞아 이벤트를 열어줘요. 그리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피투성이가 된 셔츠를 입고 507호에서 눈을 뜹니다. 같이 이벤트를 준비했던 이벤트 업체 사장 태민은 철수가 아내를 죽였다며 화를 내고, 그 방 안에는 철수처럼 술을 마신 뒤 잠들었고 어젯밤의 일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두명의 인물이 더 있어요. 그렇게 네 명의 인물이 전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철수의 아내를 죽였는지 추리하는 내용입니다.
매력 1. 반전에 반전, 매시즌 바뀌는 연출과 대본
몽 :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연극 행오버는 2014년부터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연이에요. 그만큼 역사도 많고 이미 정형화 되어있는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꼭 지키려고 하는 부분이랑 이전과 차별화를 주려고 하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문상준(이하 ‘문’) : 정형화 되어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매 시즌 진행 될 때마다 연출님께서 계속 대본을 수정하시고 새로 고치시기 때문에 저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공연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차별점이라면, 항상 열심히 하고 (다른 배우들과)호흡을 잘 맞추려 노력하는 그런 거죠.
몽 : 공연이나, 공연 도중의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을까요?
유태웅(이하 ‘유’) : 저희가 공연 중에 눈치게임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웃음) ‘케이’가 “우리 눈치 게임 할래요? 1.”이라고 말하는데, 지금 기자님께서 앉아 계신 그 자리의 관객 분이 “2!”라고 하신거예요. 배우 모두 당황했지만 그 때 태민을 하신 현규 배우님이 “3”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무사히 넘어갔던 적이 있습니다.
몽 : 연극이라서 가능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네요. 저라면 머리가 새하얘졌을 것 같아요. 이번엔 각자 맡은 캐릭터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매력 2. 1인 다역까지 소화, 실력파 배우들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케미
문 : CRS라는 이벤트 업체 대표 ‘장태민’을 맡았구요. 이면에는 장기 매매 브로커라는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몽 : 연극 ‘행오버’에는 벌써 여러 시즌 참여하셨어요. 이번 시즌만의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문 : 배우들마다 호흡들이 달라요. 그런 호흡들을 맞추고, 태민은 특히 조율을 하는 역할인데, 매번 긴장하고 조율하지만 매번 다른 것 같아요.
몽 : 매번 바뀐다니, 이미 보신 관객분이 또 보러 오셔도 좋은 공연이 될 것 같네요.
문 : 네, 캐스팅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배우들이 달라질 때마다 공연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예나(이하 ‘이’) : 남편의 외도를 알아채고, 이벤트 업체를 통해 남편에게 복수를 준비하는 ‘유지연’역을 맡았어요. 제가 맡은 ‘지연’은 사랑에 속고, 또 사랑을 속이려고 하는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몽 : 지연이 특히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만일 본인이 지연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나요?
유 : 죽이지만 말아주세요(웃음)
이 : 저는 지연이랑 다르게 아무 말도 못 하고 뒤에서 속앓이하면서 울고 있었을 것 같아요. 오히려 그래서인지 연기할 때마다 짜릿하고 통쾌해요. 저랑 너무 다른 모습이거든요. 지연을 연기할 때마다 그런 매력들이 저한테서 나오는 게 굉장히 신기하고 짜릿해요.
배한솔(이하 ‘배’) : 제가 맡은 ‘엠마’라는 역할은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위해 강하게 포장했지만, 사실은 여린 내면이 있는 친구예요. 그리고 공연을 보셔야 아실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한 인물만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웃음)
몽 : 말씀하신 것처럼 엠마가 1인 다역이나 다름없는 역할인데요. 각각 캐릭터가 굉장히 다르던데, 혹시 연기하시는 나만의 팁 같은 게 있으실까요?
배 : 어쨌든 모든 역이 다 달라 보여야 하는데, 하나의 배역을 할 때 다른 역들이 가끔 튀어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많이 힘들지만 계속 떨쳐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또 차별을 두기 위해서 각각 캐릭터를 만들 때 성격이 다르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요.
매력 3. 연구에 연습을 거듭해 완성한 애드립
김 : 과거를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케이’를 맡았습니다.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 위해 투숙했는데, 깨어나 보니 살인 사건에 휘말렸죠.
그리고 ‘케이’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초능력자예요. 사람들은 케이를 믿어주지 않아요. 그래서 많은 멸시와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한없이 밝게 이겨내고 살아가는 역할이 ‘케이’라고 생각합니다.
몽 : 케이의 싸이코메트리 장면은 연극 행오버의 묘미라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에서 다양한 성대모사를 하시는데, 다른 케이 배우분들도 똑같이 성대모사를 하시나요?
김 : 케이들이 모두 다 달라요. 저는 ‘빙의’라는 형태를 빌려 성대모사를 했다면, 누구는 비트박스, 누구는 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잘 살릴 수 있는 것을 가져왔어요. 어떻게 보면 다른 케이들은 주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몽 : 그럼 성대모사를 하실 때 대상을 고른 기준이 있을까요?
김 : 제일 첫 번째 순위는 한 줄만 들었을 때 관객이 아는 것부터 나열했어요.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같이 예상치 못한 것들을 넣었구요. 아무도 모르지만 저만의 순서가 있거든요. 한국에서 외국으로 넘어갔다가, 춤을 췄다가 하는 등의 단계가 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몽 : 그럼 맨 처음 생각하셨던 건 어떤 성대모사인가요? 유해진 성대모사가 특별히 길던데
배 : 유해진 배우님만 똑같지 않아요?(일동 웃음)
몽 : 제일 똑같은 거 같긴 해요
김 : 사실 처음에 유해진 배우님의 성대모사를 살려보려고 하니 연출님이나 다른 배우분들이 성대모사를 여러 개 해보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사실 유해진 배우님 성대모사는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포기를 못 한 거죠.
몽 : 유해진 배우님의 성대모사가 종자 씨앗 같은 거네요?
김 : 네, 거기서 파생이 됐습니다.(웃음)
유 : 철수는 와이프의 생일을 맞이해 와이프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그런 역할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철수는 인정욕구가 굉장히 큰 인물인 거 같아요. 아내는 물론이고, 결혼도 처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해서 로스쿨도 들어가죠. 사랑꾼의 면모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 면도 있으면서, 어리숙한? 그런 철수 같습니다.
몽 : 어리숙한 철수를 정말 잘 표현해 주신 거 같아요. 저희가 찾아보다가 깜짝 놀란 게, 아역배우 출신이시더라구요. 뮤지컬도 하셨고. 이번이 첫 연극인데 방송이나 뮤지컬과는 다른 점이 많았을 거 같아요. 어떠셨나요?
유 : 일단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아요. 저희가 연기를 했을 때 즉각적인 반응들이 나오잖아요.
몽 : 아까 “2!”처럼 말이죠?(웃음)
유 : (웃음)네, “2!”처럼. 그런 반응들이 나오고, 거기에 제가 반응을 하고, 그런 라이브함이 연극 무대만의 매력인 거 같아요. TV나 드라마도 다른 장점이 있지만. 이번 연극 ‘행오버’에 서면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는 느낌을 받았고, 정말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매력 4. 누가 진짜 범인일까? 직접 추리하며 즐기는 웰메이드 추리 연극
몽 : 어떤 관객분들에게 이 ‘행오버’를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김 : 저는 첫 번째로는 커플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와서 말은 못 하지만 서로 교감을 통해서 같이 추리를 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혼자 오신 분들. 혼자 상상을 펼치면서 배우들과 같이 호흡을 하면서 추리를 하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커플과 혼자 오시는 분들께 추천 드리고 싶어요.
몽 : 그럼 모든 분들이네요?(웃음)
김 : 그렇죠. 가족분들 말고. 하하(웃음)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몽 : 그럼 혹시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이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유 : 이 공연의 포인트는 ‘정말 누가 죽였나’를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철수) 피 묻은 셔츠를 입고 나오다 보니 철수가 죽였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수상한 부분이 있거든요. ‘내가 생각했을 때는 누구인 거 같다.’라고 맞춰 나가는 게 이 연극에서 가장 큰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몽 :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 : 재밌는 장면도 많고, 추리하실 수 있는 부분도 많은. 반전의 반전이 많은 공연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가급적이면 다른 캐스팅 모두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 : 말씀처럼 제가 다른 배우분들과 만나면 또 다른 케미가 나와요. 재밌으셨다면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을 한 번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매번 캐스트와 대본, 연출을 바꾸어 마치 처 음보는 듯한 새로운 공연을 선사하는 연극 ‘행오버’는 현재 대학로 정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하지만 이번 캐스트 조합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연극 ‘행오버’가 궁금하다면 조금 서둘러서 23시즌의 꿀케미와 함께 즐겨보는 건 어떨까.
과연 내가 생각한 범인이 진짜 범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