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9일, 서울 예그린씨어터에서 연극 ‘물의 소리’가 막을 올리며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개막과 동시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작품이 지닌 서정성과 섬세한 감정선에 몰입하며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이번 공연은 일본 극작가 나가이 히데미의 희곡을 원작으로,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옛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과 관계, 그리고 삶의 무게를 탐구한다.
<물의 소리>는 시골 중학교 동창생 세 명이 친구의 장례식을 계기로 오랜만에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무대는 카페라는 친숙한 공간으로 설정되어 관객들에게 편안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그들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상처와 후회,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서서히 드러나며 평범한 만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순간으로 변해 간다. 작품 제목처럼 대화 중간마다 들려오는 다양한 물소리는 인물들의 흔들리는 감정과 미묘한 긴장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작품은 캐스팅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동호’ 역에는 김민상, 박호산, 김주헌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최나연’ 역은 서정연, 우현주, 정운선이 맡았다. 또한 ‘김기풍’ 역은 이승준, 이석준, 김남희가 나서 각기 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배우들은 세 팀의 고정 페어를 이루어 공연을 이어가며, 페어마다 결이 다른 호흡과 감정을 표현해 관객들에게 매회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다. 김민상-서정연-이승준 조가 보여주는 묵직한 감정의 무게, 박호산-우현주-이석준 조의 현실적인 대화 톤, 김주헌-정운선-김남희 조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기 등 각 조합은 전혀 다른 색깔로 작품을 재창조한다.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내 나이와 비슷한 인물들의 삶을 보며 공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객은 “일상적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끝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표현한 방식은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라는 평을 얻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공연 후기를 살펴보면 “최근 본 연극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너무 뛰어나서 또 보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무대 연출 또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카페 공간이지만, 물소리와 조명, 그리고 소품 배치를 통해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표현한다. 커피 향과 비스코티를 함께 나누는 장면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쌓여 있는 세월과 감정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된다. 또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는 장면마다 변주되어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긴장과 여운을 동시에 전달한다.
연극 <물의 소리>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세 인물이 나누는 대화는 결국 우리 모두가 언젠가 직면하게 될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삶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과거’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며, 누구나 마음속에 감추고 싶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메시지는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
극단 맨씨어터가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세심한 연출, 그리고 원작 희곡의 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9월 28일(일)까지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되며, 티켓 예매는 NOL 티켓(1544-1555)과 극단 맨씨어터(02-416-9577)를 통해 가능하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파동을 일으키는 연극 ‘물의 소리’. 10년 만의 재회가 던지는 질문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관객들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