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개막한 “린다와 조이”. 잘나가던 작가였지만 절필한 뒤 시골에서 은거하고 살고 있는 조이. 그는 자살을 기도한 직후 만난 저승사자를 속여 명부에서 자기 이름을 한 글자 지운 덕(?)에 저승사자에게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다.
그런 조이의 앞에 대학교 후배이자 무명배우인 린다가 나타난다. 저승사자는 린다가 지금 코마 상태로 병원침대에 누워 있으며, 린다의 소원을 들어주어 그녀를 성불하게 해준다면 조이의 소원도 하나 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린다의 소원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올리는 것. 더 이상 글을 쓸 수도, 연출을 할 수도 없는 조이가 린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로맨스에 코미디, 판타지까지. 작은 무대를 배경으로 좌충우돌 펼쳐지는 이 작품에 대해 작품의 주역인 전노민, 김현희 배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린다와 조이는 코믹, 로맨스, 판타지가 모두 들어가 있는 유쾌한 연극
“린다와 조이”라는 작품에 대해, 두 배우는 모두 작품이 가진 유쾌함,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중함을 이야기했다.
조이역의 전노민은 “20년만에 다시 재회하는 동갑내기 대학 선후배사이 두 사람 간에 과거의 기억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기억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추억일까?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중년커플의 좌충우돌 로코 이야기”라고 응답했다.
린다 역의 김현희는 “린다와 조이는 코믹, 로맨스, 판타지가 모두 들어가 있는 유쾌한 연극”이라며, “삶과죽음, 인생과 예술, 꿈과 도전 등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젊은 청춘들에게나 중년 모두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인생을 열심히 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개했다.
또한 <린다와 조이>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 전노민은 “예전에 가장 좋았던 시간의 기억과 사람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늘 욕망과 쾌락을 즐기고자 하지만 가장 편안해하는 것은 가장 진심으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일 것이다.”라고.
김현희는 “첫째 린다의 성장기 (배우가 되는 과정 지켜보기), 둘째 린다와 조이의 티키타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할까), 셋쨰 저승사자와의 한판승부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라고 유쾌하게 답해 마치 무대 위의 린다와 조이를 꼭 닮은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조이, 아이와 같이 순수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린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은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답변에서도 엿볼 수 있었는데, 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전노민은 “말 그대로 학창시절부터 잘 나가던 작가였지만 우연히 찾아온 병으로 인해 인생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년남.” 이라며 “나름 시골생활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적응하며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나 조이와 싱크로율이 높았던 전노민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조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자신의 인생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해 봤다. 잘 나갈 때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게 인생인데 두 번을 겪은 사람은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난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 모습을 조이에게서 느낄 수 있다.”라고.
감정표현이 적은 조이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도 “감정표현이 없는 듯하게 안으로 감추는 것이 남자의 성격인데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대답했다.
린다역의 김현희는 린다에 대해 “린다는 보기에는 무대뽀에 엉뚱하고 부족한 것 같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모든 일에 열정적이며 밝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는 아주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소개하며 린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나 무대 위에서 몇번이나 의상체인지를 하고, 노래와 춤까지 선보이는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이는 린다. 그에 대한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김현희는 현재 공연장이 마이크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마이크 없이 음악사운드 보다 더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다보니 에너지를 과하게 써서 옷 갈아입고 들어오는 다음 씬 까지 호흡이 떨어지지 않아서 그 부분이 좀 힘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린다역을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도, 김현희는 “목표와 템포”에 중점을 두었다며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울었다 웃었다 화냈다 짜증냈다 애교 부렸다가 순식간에 감정 변화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다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하고 또 순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며
“린다도 정확하고 절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이루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같은 순수한 모습들과 대사와 감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으로 캐릭터를 구체화하였다,”고 대답해 그녀가 만들어낸 린다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복귀한 연극의 매력, 그리고 사제지간에서 상대배우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
이렇게 “린다와 조이”로 연극무대에서 만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사실 두 사람은 연극 무대에서는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김현희의 경우 성균관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전노민 역시 연극보다는 TV나 영화가 더 친숙한 배우.
김현희는 작년인 2021년에 5년만에 “티빼고 타이”로 연극에 복귀(그녀는 이 작품으로 2인 연극제에서 또다른 조이역인 태항호 배우와 호흡을 맞추어 연기상을 수상했다.), 작년엔 국립극장에서 모노드라마 “피에타’를 선보였었다.
하지만 전노민의 경우 “민들레 바람처럼”이후 6년만의 복귀작. 그런 그에게 오랜만에 복귀한 연극무대에 대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늘 하고싶은 연극이지만 사실 연습시간 맞추는게 어려워 고민”이라는 그는 “작품은 꾸준히 섭외가 들어오지만 결정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현재도 3개의 연극 작품 섭외로 이야기 중이구요”라고 여지를 보였다.
연극 무대의 매력에 대해서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장 단점을 바로 알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리고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배울 수 있고, 많은 긴장감을 없애 주는 무대”라며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대학시절엔 연출까지 겸했던 유명 시나리오 작가 조이와, 무명의 연극 배우 린다는 공연 내내 연극을 만드는 것으로 고군분투한다. 연출을 할 수 없게 된 조이와, 연출을 할 줄 모르는 린다지만 주연을 맡은 두 사람 모두 연출을 전공한 배우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질문을 놓칠 수 없었는데, 작년 대학원에 진학하여 연극 연출을 전공하는 것을 밝혀 화제가 된 전노민에게 늦깍이 대학원 생활에 대해 질문하자
“지난주에 드디어 졸업식을 했다”고 밝힌 그는 “늦었지만 빠른 선택을 한 내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꼈다”고.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머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하고싶고 전공을 발판으로 9월 28일부터 대학로에서 “공동 생활자” 라는 연극을 연출로서 무대에 올린다. 많은 응원 바란다”라고 전했다.
특히 전노민이 연기를 전공한 성균관 대학교는 김현희가 교수로 재직중인 대학. 이에 대해서도 인연이 있지 않을까 질문하자, “전노민 선생님은 저희 성대 연기예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나이는 많으시지만 사제지간으로 만났고 제가 지도교수 였다. 그런 인연으로 공연도 같이 하게 되었다.”라고 특별한 인연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전노민은 “끝나자마자 연극 연출 작품이 기다리고 있고 그 이후에는 드라마 영화 등 내년 봄까지는 일정이 여유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현희는 대학교로 돌아가 수업과 수시준비로 바빠질 것 같다며, 논문과 책을 집필 계획 중이라는 그녀는 배우로서의 일정도 꼼꼼하다.
내년에 공연을 제안받은 것이 있어 검토중이라며, “앞으로는 매체도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은 다 해봤는데 드라마는 아직 못해봐서 그 분야도 도전해보려 한다. 다양한 매체에서 경험을 해봐야 학생들에게도 더 실질적인 교육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한 김현희.
그녀는 “저승사자가 언제다시 올지 모르는데 열심히 살아야죠.”라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한편 8월 24일 개막한 “린다와 조이”는 오는 9월 18일 그 마지막 무대가 올라간다.
두 사람이 보이는 좌충우돌 로맨틱 판타지를 늦기 전에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연극 <린다와 조이>의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