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겸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 7월 선발전에서 “포디움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말했던 그는 결국 은메달과 올림픽 출전권을 안고 돌아왔다.
9월 21일 일요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ISU 스케이트 투 밀라노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예선 3일차 남자 싱글 경기에서 김현겸은 쇼트 프로그램 영화 〈더 메뉴〉 OST,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음악에 맞춰 모든 점프를 소화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74.69점으로 4위, 프리 스케이팅에서 시즌 베스트인 153.91점으로 2위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228.60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직후 그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의 인터뷰에서 “쇼트 프로그램 때는 많이 긴장했고 프리 스케이팅을 걱정했지만, 몇 가지 실수가 있었음에도 최선을 다했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그는 다시 한번 소감을 전했다. “이번 대회는 지금까지 출전했던 어떤 무대보다 긴장과 부담이 컸다. 하지만 프리 스케이팅 날에는 오히려 긴장이 덜 됐고, 내용도 잘 마무리해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말하며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에 준비 과정에서 더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 보람차고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프리 스케이팅 직후 눈물을 보인 이유에 대해서는 “점프와 연기를 다 마친 뒤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두 번째 스핀 할 때부터 좀 체력이 많이 부치더라. 구성도 새롭게 조정한 터라 부담이 컸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낸 것이 뿌듯했고, 점수가 발표되자 긴장이 풀리면서 감정이 복받쳤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출전권 확보의 의미를 묻자 그는 “월드에서 프리컷(쇼트 프로그램 24위 밖으로 밀려 프리 스케이팅 진출에 실패함)을 당했을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이번처럼 선발전과 예선을 거쳐 직접 출전권을 따내니 훨씬 보람 있고 의미가 깊다. 아직 국내 랭킹 대회와 종합선수권을 치러봐야 하지만, 지금은 티켓을 한 장 더 확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긴장이 덜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쇼트에서 실수가 있었던 게 반작용으로 작용했다. 웜업 때부터 편안했고, 기본적으로 프리가 제 강점이라는 생각이 있어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쇼트는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긴장했지만 실수를 최소화한 점이 만족스럽고, 프리는 목표대로 풀어나간 점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점프 안정감의 비결에 대해서는 “연습에서 성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려 한다.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제 저점은 높지만 고점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앞으로는 고점을 더 높이기 위해 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종 5위 안에 든 선수들의 국가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대한민국을 비롯해 개인자격(AIN), 멕시코, 우크라이나, 차이니즈 타이페이가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침에 따라 소속 국가 명의가 아닌 개인중립자격(AIN)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조치 때문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의 최종 올림픽 출전 선수는 오는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25 전국남녀 회장배 랭킹 대회와 2026년 1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를 통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