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특유의 강렬한 리듬과 과감한 몸짓. 김채연(20·한양사이버대)의 새 쇼트 프로그램 <Nyah>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담고 있다. 음악의 강약을 살리는 동작부터 손끝의 표현, 후반부 음악과 함께 고조되는 스텝까지. 만 20세가 된 김채연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한층 과감한 표현에 도전한다.





안무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안무가 미샤 지(Misha Ge)가 맡았다. 새로운 느낌의 프로그램을 위해 안무가와 여러 곡을 함께 들어보던 중 <Nyah>를 선택했다. “제가 했던 프로그램 중에서는 박자가 조금 빠르고, <Poeta>(2022~2023시즌 프리 프로그램)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시니어다운 느낌이 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주니어 시절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렸던 <Poeta>와 닮은 결을 지니면서도, 지금의 김채연에게 어울리는 색깔을 더한 셈이다.
음악의 강렬한 분위기는 표현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플라멩코 색채가 짙은 만큼 손동작과 리듬을 쪼개는 움직임을 익히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채연은 “손동작이나 박자를 쪼개는 부분이 조금 어려워 미샤 지 선생님과 수업을 많이 했다”며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과감하게 표현해야 하는 동작들이 많아져서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무를 만드는 과정에서 안무가가 처음부터 강조한 것도 프로그램의 강렬한 인상이었다. 김채연은 “과감하고 강약이 잘 살아 있는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프로그램 곳곳에 포인트가 되는 동작이 배치됐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잘 표현하고 싶은 구간은 마지막 스텝 스퀀스다. “스텝이 가장 마지막에 음악과 함께 고조되다 보니까 스텝을 제일 잘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텝 시퀀스의 넓은 커버리지를 소화하면서 후반부까지 표현력을 유지하는 일도 과제다. 김채연은 “처음에 프로그램을 짰을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조금씩 적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의상 역시 음악의 강렬한 분위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플라멩코나 탱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꽃 장식보다는 잎사귀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상 중이라고. 김채연은 “노래에 맞춰 강렬한 의상을 하려고 한다. 색깔과 디자인 모두 그렇다”며 의상을 준비할 때는 “만들어주시는 엄마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고, 그게 제일 잘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에는 지난 시즌의 아쉬움도 남아 있다.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과 ISU 4대륙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던 김채연은 비시즌 훈련 중 발목 인대 부상을 겪었다. 그럼에도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로 1차 선발전에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6년 1월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1·2차 합산 384.37점으로 최종 3위에 올라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선발전 이후에는 허리 부상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김채연은 “우선 허리 부상과 관련해서 치료와 재활 운동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이후에는 다시 기술이나 스케이팅 부분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비시즌에는 일본 나고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유려한 스케이팅으로 유명세가 자자했던 스즈키 아키코를 키워낸 나루세 요리코, 카와우메 미호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엣지 컨트롤과 턴 전환 등 스케이팅의 세밀한 부분을 보완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다양한 선수들과 함께 링크를 이용했던 시간이다. 김채연은 “초급 아이들부터 큰 선수들까지 다 같이 들어가서 대관을 타는 시간이 있었다”며 “그 시간에 여러 선수와 함께 스케이팅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점프와 스핀을 다듬는 것뿐 아니라 스케이팅의 세밀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에도 비시즌 훈련의 초점을 맞췄다.
이런 훈련은 이번 시즌 규정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국제빙상연맹은 2026~2027시즌 규정 개편을 통해 예술성과 기술의 균형을 유도하고 있다. 프리스케이팅의 점프 요소가 1개 줄어들고, 코레오그래픽 스핀이 새롭게 도입되는 등 프로그램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점프 실수에 대한 감점을 강화하는 한편 스핀과 스텝 등 비점프 요소의 완성도 역시 중요해졌다. 기술적인 난도뿐 아니라 요소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스케이팅과 표현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세밀한 스케이팅을 보완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김채연 역시 새로운 규정에 맞춰 프로그램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구성이나 점프 요소가 생겼고, 스핀에서도 레벨을 만들려면 다양한 포지션이 필요한 것 같아 여러 가지를 연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 구성에서는 악셀-악셀 콤비네이션 점프를 포함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처음 시도하다 보니 점프 콤비네이션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가장 기대되는 요소로는 코레오그래픽 스핀을 꼽았다. 그는 “음악에 맞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코레오그래픽 스핀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즌 프리 스케이팅과 함께할 음악으로는 영화 <아가씨>의 OST를 선택했다. 김채연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추천받았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던 곡”이라며, “쇼트 프로그램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채연은 프리스케이팅 음악에 대해 “예쁘지만,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고요한 슬픔으로 시작해 점차 낯설고 강렬한 분위기로 나아가는 곡이다. 음악이 전환되는 구간에 맞춰 안무를 배치하고, 후반부에는 웅장해지는 음악에 맞춰 스텝 시퀀스를 구성했다. 김채연은 “안무 중간중간 음악이 바뀌는 부분에 맞춰 넣은 안무들과 마지막에 웅장해지는 음악에 맞춘 스텝 시퀀스가 가장 포인트 되는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플라멩코 특유의 강렬함과 과감한 표현을 선보인다면,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아름다움과 비극이 공존하는 감정을 표현할 예정이다. 김채연은 “그 과정에서 아름다움과 비극이 공존하는 새로운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만 20세가 된 김채연에게 달라진 점은 기술이나 프로그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방식에서도 자신의 판단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이제는 스스로 몸 상태를 살피며 훈련을 조절한다.
김채연은 “지금은 제 컨디션에 맞춰서 제가 조금씩 조절하고 있는 것 같다. 예전보다 제 상태를 조금 더 잘 알게 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훈련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스케이트를 타는 데 있어서 제 의견이 예전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상 재활을 거치며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일 역시 선수로서 익혀 가는 과정이다.
학업도 병행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이 생겼다는 김채연은 한양사이버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첫 학기를 보내며 15학점을 수강하고 있다. 운동에 필요한 시간을 먼저 확보하고, 남는 시간에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등하교에 시간을 쓰지 않는 사이버대학의 특성도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최근 인상 깊게 듣고 있는 강의는 군경심리학이다. “심리학 같으면서도 다른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나오니까 새로운 것 같다”며 수줍게 웃는 표정은, 영락없는 대학생 새내기의 모습이었다.

새 시즌의 목표를 묻자 김채연은 분명한 답을 내놨다. “잘 준비해서 부상 없이 예전 기량을 찾는 것”이다. 구체적인 순위보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바라보고 있다. 경험이 쌓인 만큼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에도 변화를 주고 싶다고. “대회 하나하나를 조금 더 즐기면서, 진짜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채연은 새 시즌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오랜 시간 기다려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지난 4년간 올림픽 사이클을 달려온 자신에게, 그리고 앞으로의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다시 웃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수고했고, 열심히 하자.”









![[인터뷰] 은반 위의 예술가, 피겨 안무가 신예지가 그려내는 인생의 선율](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5/12/신예지2_4-360x180.jpg)
![[인터뷰] 빙판 위에 피어나는 꽃처럼, 피겨 허지유가 그리는 ‘감성적인 여정’](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5/12/허지유-7_1-360x180.jpg)
![[인터뷰] “세계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될 것”, ‘나 혼자만 레벨업 on ICE’ 배우 이호원](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5/12/20251127_나혼자만레벨업-온-아이스_-이호원-8-360x180.jpg)

![[현장스케치] 김서영-이해인-윤아선-유영, 동계 세계대학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여자싱글 공식연습](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6/10/김현겸-360x180.jpg)
![[현장스케치] 김서영-이해인-윤아선-유영, 동계 세계대학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여자싱글 공식연습](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6/10/유영-360x180.jpg)


![[인터뷰] 꿈을 그리는 쌍둥이 별, 피겨 요정 김유재-김유성 자매](https://mfocus.kr/wp-content/uploads/2023/05/125-120x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