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리고 직장인. 아무리 n잡시대인 요즘이라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배우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몰라도 배우와 직장인이라니. 게다가 2023년 한 해는 무려 6개의 공연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뮤지컬 배우 송유택의 이야기다.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배우 송유택을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미리 전달한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고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송유택은 자연스럽게 촬영을 주도했다.
닮았어요?
이렇게 다양한 공간에서 촬영할 줄 알았다면 좀 더 옷을 준비할 걸 그랬다며 너스레를 떤 그는 팬에게 선물 받은 인형까지 야무지게 사용하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촬영 중간중간 자신의 유튜브를 위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세팅하기도 했다. ‘택르미온느’(송유택의 ‘택’에 소설 해리 포터의 등장인물 헤르미온느의 ‘르미온느’를 붙여, 헤르미온느가 작중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를 사용해서 많은 수업을 들었던 것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것처럼 다양한 스케쥴과 활동을 소화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라는 그의 별명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춤을 추던 소년이 배우가 되던 순간
송유택이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제법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시절 방과 후 활동으로 댄스동아리를 하던 송유택은 같은 연습실을 사용하던 연극반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된다.
“저희가 연극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속 연습실을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좀 있었거든요. 저는 그때 동아리의 캡틴이었는데, 후배들도 있고 우리 댄스 동아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뭐 얼마나 잘하나 하고 이렇게 좀 으르렁거렸는데 축제 때 보니까 그 친구들이 뮤지컬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창작이었어요. 주크박스처럼 기존에 있는 노래들을 짜깁기해서 자신들이 극을 쓴 거예요. 그런 게 저한테 충격이었던 것 같아요.”
춤 외에도 무대에서 가능한 또 다른 표현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이후,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송유택은 뮤지컬로 전공을 정한다.
“저는 그동안 무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렇게도 표현하는 방식이 있구나라는 걸 그 친구들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도 연기를 좀 해보고 싶다해서 무대 연기를 하게 된 거죠. 사실 어떤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그때 무대 연기에 대해 많은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송유택의 첫 데뷔무대는 다름 아닌 브로드웨이. 2010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의 초청작인 <스폐셜 레터>의 ‘강정우’역으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첫 데뷔무대를 가졌다. 당시의 소감을 물어보자 송유택은 “뮤지컬 배우는 이런 식으로도 데뷔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처음 합격한 작품이 서울 공연을 들어가기 전에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았대요. 저는 그런 게 매년 시즌마다 있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당시엔 내가 운이 좋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또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엄청난 기회이자 되게 좋은 환경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왜 내가 거기서 더 어필하지 못했을까 그런? (문:그러면 브로드웨이 배우가 되셨을 수도 있겠네요.) 아닙니다. 농담이고. 뭐랄까 왜 더 거기서 편하게 잠을 잤을까? 그러니까 1분 1초 더 깨 있을 걸. 약간 그런 건 있어요. 왜냐하면 뉴욕 가기가 되게 힘들고, 심지어 뉴욕에 가서 그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정말로 공연했거든요.”
그 시간들이 정말 아쉬웠던 것인지 송유택은 지난 인터뷰에서도 브로드웨이 공연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 여전히 브로드웨이 공연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찾아보는지를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사뭇 진지했다.
“우리나라도 요즘에 더 장르도 많아지고 소재도 많아졌지만, (외국은) 넓은 땅이고 환경이 더욱더 잘 갖춰져 있다 보니까 그런 거에서 오는 도전적인 소재와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 저를 좀 더 자극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 보여주는 영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뮤지컬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더 느끼게 되는데, 외국의 작품들은 작품이 가진 매력을 관객에게 잘 보여줄 수 있게 충분한 제작시간과 여유가 넘치는 환경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 한국도 오히려 외국에 나가서 투자도 하면서 또 금방 들여오기도 하고 해외에 진출하는 뮤지컬도 있잖아요. 외국 뮤지컬만의 장점과 한국 뮤지컬만의 장점, 그런 것들이 좀 다채롭게 어우러지고 있는 현재 시간에 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은 있어요.”
‘엔젤’과 ‘콜롬비아’, ‘시작’을 지나 ‘변화’를 마주하다
그런 송유택이 주목을 받게 된 작품 역시 한국의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브로드웨이에 직접 투자를 하며 발 빠르게 들여온 <킹키부츠>였다. 그가 앞서 말한 외국 뮤지컬의 장점과 한국 뮤지컬의 장점이 어우러진 작품을 가장 빠르게 경험한 셈. <킹키부츠>의 드랙퀸 캐릭터인 6명의 ‘엔젤’ 중에 한 명으로 캐스팅된 송유택은 전문 댄서들 못지않은 춤솜씨를 선보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킹키부츠> 같은 경우에는 초연이 공개 오디션이었는데 사전적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외국에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걸 CJ에서 제작 투자를 하면서 바로 가지고 온 거였으니까요. 외국 사이트를 뒤져가면서 정보를 찾았어요. 요즘은 딱 마우스 스크롤 해서 긁으면 바로 번역되는데.” 영어를 한 단어 한 단어 찾아가며 내용을 알아봤다는 송유택. 오디션에는 ‘공장 직원’역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장 직원’으로 최종까지 오디션을 본 그를 눈여겨본 제작사는 ‘엔젤’역의 오디션을 제안했다.
“그런데 저는 ‘엔젤’은 엄두도 안 났었거든요. 훨씬 예쁜 사람들이 많은데, 그리고 춤도 어마무시하게 예쁘게 잘 춰야 되고. 그렇게 오디션을 봤는데 열정을 좀 많이 봐주셨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저한테 기회가 왔고, 좋은 배우들과 잘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작이 좋았던 만큼 <킹키부츠>의 ‘엔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송유택은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함께했다. <킹키부츠>의 캐릭터들 중 ‘엔젤’들만이 하는 ‘로비 쇼’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 재연이었다.
“그 제안을 주셨을 때 저희는 어쨌든 더욱더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었거든요. 사실 ‘엔젤’이 어떻게 보면 관객과 우리 극의 벽을 허무는 되게 중요한 존재이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우리 이렇게 예쁘게 그리고 혹은 멋있게 하고 있는데 우리 안 볼 거야?’ 느낌으로. 관객에게 도전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벽을 허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 ‘엔젤’들이 로비에서 공연을 (하고), 심지어 공연을 보기 전에 아무런 정보 없는 관객들한테는 ‘저 사람들 도대체 뭔데 저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 벽을 허물게 해주는 이벤트였어서 획기적이기도 했고, 저희에게는 초연부터 그 ‘엔젤’ 역할을 하면서 되게 목말랐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이 되게 좋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말하는 송유택의 얼굴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오롯이 쏟아부었을 때 느껴지는 자부심이었다. 이런 열정 덕분일까. 송유택은 <킹키부츠> 이후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며 점점 그 입지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2018년 송유택은 새로운 변화를 마주한다. <록키 호러쇼(원작:록키 호러 픽쳐쇼)>의 ‘콜롬비아’였다.
‘컬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품이기도 한 <록키 호러쇼>. <록키 호러쇼>의 모든 캐릭터들이 그러하지만 ‘콜롬비아’는 그 자체로도 아이코닉한 캐릭터다. 그런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다른 성별이 연기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게다가 지금이야 젠더프리 캐스팅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개념. 이에 대해 부담감은 없었는지 질문하자 송유택은 “(스폐셜 레터로)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공연하던 때와 같았다.”며 말했다.
“제작사 대표님이 제안을 주셨고, 그때 막 이제 약간 젠더 프리 바람이 일어날 때였나 초기였던 걸로 아는데 그래서 저한테 너무 생소했었어요. 다른 극의 그런 젠더프리 캐스팅을 봤을 때도 ‘우와 되게 신기하다’ (생각했죠). 그런데 저한테 딱 오니까. 오히려 연습하면서 부담을 느꼈지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은 없었던 것 같아요. ’나한테 이런 새로운 기회가 (오다니) 재밌겠다. 이런 건 제안 잘 안 할 텐데 감사하다.’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저는.”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어쩔 수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긍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제가 만약에 정말로 <록키 호러쇼>라는 작품을 다른 역할로 먼저 경험해 보고 ‘콜롬비아’를 제안받았으면 부담이었을 텐데 아무런 정보 없는 상태에서 제안을 받으니까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도전한 콜롬비아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송유택은 이듬해 <록키 호러쇼>의 또 다른 키 캐릭터 중 하나인 ‘리프라프’로 변신한다. 한국 최초로 남자 ‘콜롬비아’로 주목을 받았던 그의 캐릭터 변신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당시를 물어보는 질문에 송유택의 답변은 의외였다.
“제가 그 때 록키호러쇼 말고도 매체 촬영과 연극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리프라프’ 에만 올인해도 모자란 시간을 분배해서 사용하느라 사실 ‘리프라프’ 는 저에게 아픈 손가락이기도 해요. ‘리프라프’를 제가 세운 목표에서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 때 당시 많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그는 겸허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록키 호러쇼>를 너무나 사랑해 주시는 관객분들과, 함께해 주는 배우들이 저를 응원해 주고 믿어주는 게 보였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다 마치고 나서는 조금 홀가분하게, 그리고 되게 뿌듯하게 잘 마무리하지 않았었나라는 생각은 들어요.”
창작 초연만 세 작품. 숨 가쁘게 달려온, 하지만 후회는 없는 2023년
<98%>, <다시, 동물원>, <오즈>, <칠칠>, <비더슈탄트>, <안테모사>, 그리고 <더 라스트맨>의 일본 리딩 공연까지. 송유택이 숨 가쁘게 달려온 2023년의 기록이다.
“너무나 감사한 기회들이었고 영광스런 자리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올해 1년동안 문득문득 저 자체가 조금 사라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또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공연들이 너무 좋았고 함께한 동료들이 훌륭했기 때문이었어요.”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니 일 년 중 쉴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에 불과했다고. 그가 모든 스케쥴을 무사히 소화한 데에는 당연하게도 부단한 노력이 뒤따랐다. “(동시에 연습과 공연을 병행하다 보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보니 오히려 좀 규칙적이게 살게 된 그런 한 해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습할 때 되게 엄두도 안 나고 겁도 나고 그랬는데, 또 노래들도 많고 높고 몸도 많이 쓰고 했는데 이게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고 오히려 더 좀 강해진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좀 많이 올랐던 해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올해는 특히 그가 참여했던 모든 공연이 창작공연이었다. 특별히 창작공연을 많이 한 것에 대해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냥 저한테 들어오는 게 창작극이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어찌 됐든 그렇게 많이 찾아주시는 이유를 제가 감히 생각해 보자면 도전하는 데 있어서 조금 제대로 덤벼들기 때문에 많이 찾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결과적으로 실패하면 정말 안 좋겠지만 저는 사실 그 연습 과정에서 어떤 실패는 너무나 즐기는 스타일이다 보니까 제가 창작자여도 저 같은 배우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항상 덤벼드는 마음가짐으로 창작 작품에 임한다는 송유택.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습하거나, 공연을 올라갔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단다. 하지만 그런 그도 한 해에 세작품이나 창작 초연을 올리는 것은 힘들지 않았을까. 특히 배우와 창작진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게 되는 한국 창작 현장의 특성상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 같았다.
“이제 좀 연차가 쌓이고 고인물이 되어 가다 보니까 항상 이런 어떠한 패턴이 이제는 익숙하긴 해요. 그럼에도 새롭게 만나는 창작진이나 새롭게 만나는 배우들과의, 내가 몰랐던 사람들과의 시너지와 이런 것들이 항상 매번 색다르게 다가오니까 저한테는 저를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원동력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자극을 받아야 조금 더 저를 채찍질하게 되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서로 다른 매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상생하며 좋은 공연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송유택. 그리고 그를 이끈 또 다른 힘은 이야기가 가진 힘과 관객에 대한 진심이었다.
“이야기들이 항상 다 다르다 보니까 이 이야기를 내가 글로 읽었을 때도 이렇게 재밌는데 이 재밌는 걸 어떻게 더 (잘해서) 관객들을 2시간 내외의 이 시간 동안 어떻게 재미있게 앉아있게 할 수 있지를 생각하면 저는 좀 더 재미있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에 참여했던 작품 중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 돌아온 대답은 단순하지만 단호했다.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건 없어요. 그 주어진 기간 동안 후회 없이 잘 마친 것 같습니다.”
공연계에서 ‘다재다능’이라는 논한다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송유택이다. 직접 쓴 글씨는 MD 상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팬미팅을 직접 기획해 훌륭하게 진행하기도 했다. 공연을 소개하거나, 팬서비스를 위해 몇 시간짜리 라이브 방송까지 구성을 촘촘히 짜 빈틈없이 소화해 내기도 한다.
배우, 직장인, 그리고 ‘유테이크’
특히나 비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그의 유튜브 채널 ‘유테이크’에서는 ‘배우수첩’과 ‘조각모음’ 등의 시리즈를 통해 공연의 비하인드나,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 및 편집해 업로드하며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유테이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걸까.
“저한테 잠깐 일이 없던 기간이 있었어요. 그때 마침 공연 영상팀 일을 하고 있던 대표 형이 제안을 해 주시더라고요. ‘같이 너의 이야기를 또 만들어보는 건 어때? 너가 조금 이런 것들을 구성하는 능력이나, 너 말하는 거 보면은 너의 행동이나 말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보인다.’라고 제안을 주셨어요. 저도 조금 고민을 했는데 기왕이면 안 하는 것보다는 해보는 건 재밌겠다. 그래서 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것도 하나의 예술이고 표현이더라고요. 이게 형식만 다를 뿐이지 표현이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되게 좋았던 경험이고, 저의 인생에는 또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게 하게 하는 힘이 되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너무나 좋았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형과는 너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테이크는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업로드될 예정이다. 앞으로 올릴 영상이 많이 밀려 있다던 송유택은 ‘이거 찍어놔야겠다’며 ‘유테이크’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세팅하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일상이 돼 버렸죠. 그래서 많이들 얘기하세요. ‘유테이크’ 빨리 올려주세요. 이렇게. 저의 콘텐츠를 너무 좋아해 주시기 때문에 말씀해 주시는 거니까 너무 기쁘게 잘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거에 대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그래서 올해 이번에 이제 일이 다 끝났으니까 정말 부지런하게 작업해서 또 재밌는 거 나왔습니다 하고 빨리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어떤 영상이 팬들을 즐겁게 할지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영상 제작을 하면서 시작한 송유택의 직장생활은 놀랍게도 아직도 ing 중이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가고 있다는 송유택은 의외로 직장생활은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내가 리더한테 하고 싶은 얘기를 리더한테 곧바로 얘기를 못 하고 중간관리직을 통하는 게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저는 이게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 같아요. 중간관리직이 있으니 조금 더 조심스러운 말들과, 조금 더 생각해서 간추려서 정리해서 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단점은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요. 바로 그 사람이랑 얘기하면 빨리빨리 얘기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이 ‘K-타고’(송유택의 표현이다)문화는 공연계에서도 잘 안 맞는다고. 어느새 데뷔 13년 차. 공연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어진 만큼 예의와 선은 확실히 지키는 송유택이지만 이왕이면 직접적인 소통이 가장 좋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직장인과 유튜브 크리에이터까지. 다재다능한 재능과 많은 스케쥴을 소화하는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택르미온느’, 별명이 생긴 이후로 게을러질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렇게 되게 좋은 별명으로 불러주시는 것도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오히려 그 별명이 불려지는 걸 알고 나서 더 좀 강박이 있는 것도 사실은 있어요. 이렇게 (좋게) 봐주시는데 내가 여기서 게으르면 안 되겠다. 그러니까 자기가 좀 게을러지겠다 싶어지면 그런 것들이 저를 자꾸 깨우는 것 같아요.”
‘나다웠던’ 올해, 점수를 매기자면 88,617점
누구보다 열심히 보낸 올 한 해.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지 물어보자 송유택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숫자를 말했다.
“저는 88,617점을 주겠습니다. 제 생일이기 때문에. 만점은 잘 모르겠고요. 제 인생에 맞게,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맞게, 저답게 잘 보냈다고 생각해서 그 점수를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많은 분들이 행복해지고, 순수하게 바라볼 줄 알고, 조금은 꿈 꾸면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보탬이 되고 싶은 배우이자 사람이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다양 재능과, 또 여러 직업을 가진 송유택이지만, 그의 바램은 누구보다도 배우다운 바램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중심이 되는 것은 ‘배우’, 그리고 ‘표현’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잠시 쉬어 가는 중이라는 송유택. 하지만 그의 일상은 여전히 바빠 보인다. 그가 숨 고르기가 아닌 숨 고르기 이후,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깜짝 놀래켜줄지. 별처럼 반짝이는 그의 재능이 무대 위에서, 아니 그 어떤 곳이라도 더욱더 찬란히 빛나기를 기도해본다. 물론, 기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겠지만.
인터뷰 진행 | 이민정
사진 촬영 | 이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