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벤허’. 31일 오후, 초연과 재연에 이어 삼연에서도 ‘메셀라’ 역으로 출연하며 ”나 메셀라’를 가장 잘 부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은 배우 박민성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 번 연속 ‘메셀라’로 임하는 박민성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
‘루드윅’, ‘미드나잇: 앤틀러스’, ‘와일드 그레이’. ‘멸화군’ 등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하다가 뮤지컬 ‘벤허’로 다시 한번 대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 박민성은 “오랜만에 대극장 무대에 서니 이때까지 공연들도 그랬지만 한 회 한 회가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이제 10회 정도의 공연이 남았는데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공연하고 있어요”라며 “첫 공부터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왔지만 계속 그럴 생각이고 꼭 ‘벤허’라서가 아니라 지금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라며 운을 뗐다.
‘유다 벤허’ 역의 박은태 배우와 더불어 초, 재연에 이어 세 번째 시즌까지 ‘메셀라’ 역으로 출연하게 된 박민성 배우에게 세 시즌 연달아 출연하는 소감을 물었다. 그는 “박은태 배우와 처음부터 같이 연습해서 초연 때부터 호흡을 많이 맞춘 것 같아요. ‘벤허’는 ‘벤허’ 나름의 서사가 있을 거고, 또 ‘메셀라’는 ‘메셀라’ 나름의 서사가 있을 텐데 사실 처음에 연습할 때는 엄청 힘들었거든요”라며 처음 뮤지컬 ‘벤허’를 연습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어쨌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니까 지금도 생각나는 게 앙상블보다 1시간 일찍 연습실에 갔어요. 예를 들면 무술 연습이 10시면 9시에 가서 문 열고 검술 씬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5kg짜리 아령으로 연습했었던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목검으로 연습하다가 나중에는 부러지지 않는 특수 제작한 검이 왔는데 그게 몇백 그램 더 늘었다고 노래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길거리에서 연습하기도 하고 5kg짜리 아령으로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라며 무술 연습에 매진했던 때를 떠올렸다.
변화한 뮤지컬 ‘벤허’,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메셀라
뮤지컬 ‘벤허’는 ‘한국 창작 뮤지컬계의 신화’라고 불리는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가 콤비의 수작으로 꼽힌다.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벤허’는 이번에 EMK가 제작사로 참여하면서 크고 작은 변화와 함께 더 완성도 있는 무대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박민성은 “제작사가 바뀌어서라기보다는 초, 재연을 거쳐오며 연출부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체크했고 이런 부분들을 더 전면적으로 수정하면서 속도감이 생긴 것 같다”라며 이전 시즌과 달라진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박민성은 “사실 대사들이나 새로 정리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조금 힘들었어요”라며 “’메셀라’의 서사가 적은 와중에 있던 설명들도 정서나 호흡적인 것들로 충분히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씀을 주셔서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작품 전체의 흐름이 한 호흡으로 쭉 이어지면서 몰입도가 좀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라고 변화된 작품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메셀라’ 역에 더 깊게 몰입한 듯한 박민성은 “빌런이 다른 작품에는 조연들도 있지만 뮤지컬 ‘벤허’에는 메셀라 한 명밖에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분량이 없어도 심지어 메셀라가 나오지 않는 장면에서도 계속 회자되다 보니까 한 번 딱 나오는 장면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해요”라며 캐릭터 표현에 있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한 호흡 가창으로 레벨 업 “사(死)점을 넘긴 보람이 있어”
세 번 연속 뮤지컬 ‘벤허’에 출연하면서 캐릭터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을지에 대해 박민성은 “변화라기보다는 가창에 있어서 커튼콜에만 한 호흡으로 불렀었는데 연출님이 재연 때까지만 해도 공연에서는 한 호흡으로 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앞에 실컷 잘해놓고 괜히 뒤에 한 번 실수하면 박수받을 기회를 놓쳐버리니까 안전하게 하라고 하셨는데 재연 때까지는 제가 말을 들었죠. 그런데 삼연 때는 일부러 ‘나 이거 하고 그냥 죽는 거야. 이거 실패하면 죽는 거야’라는 마인드로 드레스 리허설 때부터 아예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라며 이번 시즌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거 못 부르면 나는 내일은 없다라는 심정으로 한 호흡으로 불렀는데 사실 그게 대단한 건 아닐 수 있어요. 그렇지만 삼연에서 관객분들이 기대하는 부분도 있을 거고 사람 심리라는 게 저도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제 나름대로는 레벨 업 했다는 느낌으로 조금 더 도전했던 것 같아요”라며 뜻밖의 관전 포인트(?)를 전히기도 했다.
그 결과 동료 선후배들의 칭찬이 이어졌다며 “사(死)점을 넘기면서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나 메셀라’ 넘버에서 사(死)점이 한 2번 있어요. 원래 악보에 없는 건데 초연 때 그냥 제가 했더니 이성준 음악 감독이 좋다고 그렇게 하자고 해서 굳어지게 됐어요”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제가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진짜 감사함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재연 때까지는 ‘내 거다’라는 생각을 별로 안 했고 ‘연출님이 하시는 작품이니까 내가 당연히 하는 거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실 그게 아니거든요. 제가 스스로 생각할 때 못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었어요. 그래서 한 회 한 회를 ‘나의 삶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공연하고 내려온다가 아닌 ‘메셀라’의 삶으로 살다가 죽고 내려온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애착이 가요.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고 배우로서도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라며 ‘메셀라’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난도 높은 검술 씬을 소화해 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박민성은 “초연 때 무술 감독한테 검술 장면을 정말 어렵게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했었어요. 어렵게 하고 그걸 해낼 때 관객분들이 더 쾌감을 느끼시니까 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저의 몫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한 열정을 보여주기도.
‘나 메셀라’ 넘버를 가장 잘 부르는 배우 박민성 “엉덩이에 쥐가 날 정도로 힘을 줘…”
‘메셀라’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목표점이 달라지지는 않았을지에 묻자, 그는 “이번에 생각했던 것은 인정받고 싶은 게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를 거둬 준 가문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로마의 장교로서 더 인정받고 더 성공하고 싶고 그런 모습을 친구한테 보여주고 싶고… 그게 결국엔 틀어지는 거니까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이나 관계가 틀어지는 것들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라며 ‘메셀라’의 인정 욕구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완벽한 ‘메셀라’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박민성은 “메셀라가 워낙 몸을 많이 쓰는 역할이잖아요. 제가 운동을 좋아해서 몸을 못 쓰는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실패하기도 했지만 20대 때 춤도 췄었고… 리얼하게 해야 하니까 칼을 맞는 리액션이라던지 내가 누군가를 찌를 때라든지 이런 디테일에 조금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죽는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잘 죽을 수(?) 있었어요”라며 웃었다.
이번 뮤지컬 ‘벤허’에서는 ‘메셀라’역에 박민성과 더불어 이지훈, 서경수가 캐스팅되어 세 명의 배우가 무대에 서고 있다. 세 배우의 성향과 스타일이 각각 다른 만큼 차별화된 모습도 있을 터. 이에 관해 묻자, 박민성은 “연습실에서도 검술을 같이 할 때만 만나지 잘 볼 수 없어요”라면서 “낮에 공연하고 있을 때 저녁 공연을 준비하러 가면 스피커로 소리를 듣기는 하는데 지훈이 형은 굉장히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하고 계시더라”라며 감상평을 남겼다.
‘메셀라’ 역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고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무래도 노래 부분이 제일 신경 쓰였죠”라며 “킬링 넘버가 하나니까 관객분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켜 드려야 하는 부분도 있고 외적인 부분도 탈의해야 하니 다른 작품에 비해서 좀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라며 완벽한 ‘메셀라’가 되기 위한 준비성을 보여줬다.
‘메셀라 넘버를 가장 잘 부르는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박민성. 수식어가 마음에 드는지 묻자 “너무 감사하죠. 어느 배우가 해도 자기 스타일대로 잘 소화하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제일 많이 불렀으니까… 연습 때부터 음역 대도 이성준 음악감독님이 많이 생각해 주시고 하셔서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죠”라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벤허’와의 연기 호흡 “같은 장면도 배우마다 다르게 느껴져”
‘메셀라’가 ‘벤허’와 대립하는 인물인 만큼 ‘벤허’ 역의 배우들과 호흡도 중요하다. 이번 시즌에서는 삼연 째 함께하고 있는 배우 박은태와 뉴캐스트인 신성록과 규현이 함께한다. ‘벤허’들과의 호흡에 대해 그는 ‘은태 형도 리얼하게 검술을 하는 것도 그렇고 엄청 신경을 많이 써요. 둘이 그런 쪽으로 많이 최적화가 되어 있어요”라며 박은태 배우와의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그는 “규현이는 동생이다 보니까 톤이나 이런 부분들을 친구처럼 맞추려고 하는 편이고 성록이는 원래 친구기도 하고 연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연기적인 호흡이 서로 편안한 것 같아요”라며 각기 다른 스타일의 ‘벤허’들과의 연기 호흡 차이를 들려주었다.
악역이기는 하지만 연민도 불러일으키는 ‘메셀라’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민성은 “사연이 있는 나쁜 놈이라서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며 “연출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첫 공을 보시고 뮤지컬 ‘메셀라’라고 하면 ‘굳이 주인공이 착한 놈일 필요는 없잖아’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진정성 있어 보였고 멋있는 악역을 표현해 줘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라고 메셀라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메셀라=박민성”이라는 수식이 성립될 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박민성에게 만약 실제로 ‘메셀라’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박민성은 “저라면은 가늘고 길게 살 것 같은데”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옛날의 장수들이나 외국의 그런 시대극을 봐도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전쟁이 많았던 시대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사실 사람들이 죽음과 삶이 맞닿아 있으니까 두려워하는 것 같거든요. 자기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다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거지 그 시대에는 없었으니까 만약에 지금 제가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상태로 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첫 시즌 첫 공연을 기억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박민성은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너무 힘을 줘가 엉덩이에 쥐가 났다”라며 이번 첫 공 때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며 “에너지를 막 끌어올려서 객석에 어떻게든 전달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다 보니 쥐가 났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감사하게도 저는 공연 통틀어 제일 큰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고.
배우 박민성, 아버지 박민성의 기대되는 내일
배우로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땐 어떤지 묻자, 그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진짜로 저는 제 스스로 좀 많이 박한 편이거든요.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되’라고 스스로 많이 자책하는 편인데 ‘너 정말 잘했어’라고 스스로한테 칭찬을 해주고 싶은 순간들이 간혹 있거든요. 정말 잘 준비해서 잘 보여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박수를 쳐주시는 거는 관객들의 몫인 거고 너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스스로한테 칭찬을 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지금은 대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곧 개막하는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와 더불어 ‘와일드 그레이’, ‘미드나잇: 앤틀러스’ 등 소극장 무대에서도 연기 활동을 활발히 해온 박민성은 “연기적인 부분은 다 똑같다고 생각해요”라며 “연출가가 원하는 연기, 텍스트가 그 상황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게 제일 좋은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에 대해 그는 “안 해본 거 해보고 싶고 늘 그랬던 것 같다”라며 “데뷔할 때부터 ‘지킬 앤 하이드’는 언젠가는 정말 해보고 싶고 이게 꿈으로 남을지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켄슈타인’도 괴물 역할을 해보긴 했지만 ‘빅터’ 역할에도 도전해 보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괴물’ 역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아들이자 배우 박이든 군에 관해서도 물었다. 박민성은 “힘든 걸 아니까 정말 싫거든요. 그렇지만 자기가 연습할 때만큼은 죽으라고 하니까 말리지 못하겠는 거예요. 그 성과물을 보여주니까 대단한 것 같아요. 피아노도 못 치는 친구인데 손가락으로 번호를 외워서 치니까 나는 저렇게까지 해본 적이 있나 싶을 때도 있고 보면서 배울 때도 있어요”라며 배우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존경심을 표하면서도 “이제 키도 크고 변성기도 온 것 같아 아역을 할 수가 없는데 그래도 배우를 하고 싶다고 연극영화과가 있는 중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험 보고 되면 가라고 했는데 합격을 해버렸어요. 그래서 더 걱정되는 거예요. 저도 예고를 나오긴 했지만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기도 해요”라면서 배우가 아닌 학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뮤지컬 ‘루드윅’에서 아들과 함께 한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 박민성은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같은 무대에 서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대에서도, 가정에서도 배우 그 자체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 박민성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한편, 뮤지컬 ‘벤허’는 오는 11월 19일까지 LG 아트센터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