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나이를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특히 나이를 가늠하기가 힘든 배우다. 오히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이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눈빛이나 연기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뮤지컬 배우 홍성원의 이야기다.
뮤지컬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이하 미드나잇)’에서 ‘플레이어3’ 역할로 처음 대학로에 발을 들인 홍성원은 같은 시즌에서 뮤지컬 ‘미드나잇’의 주요 배역 중 하나인 ‘맨’역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뒤이어 뮤지컬 ‘결투’에서는 주인공들의 스승인 ‘취선’역과 함께 총 7개의 멀티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해 내며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더 픽션’의 형사 ‘휴 대커’와 뮤지컬 ‘오즈’의 ‘양철’ 역할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홍성원을 대학로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무더운 여름의 햇살이 눈이 부시던 늦은 오후. 무대가 아닌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홍성원은 딱 그 나이대의 청년이었다. 인터뷰 특성상 빠르게 진행되는 사진 촬영에 어색해하던 그는 스튜디오에 있던 우쿠렐레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의 ‘Over the Rainbow’를 짤막하게 연주하더니 점차 긴장을 풀고는 한층 편한 표정이 되어 인터뷰에 응했다.
뮤지컬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첫 작품, 뮤지컬 ‘엑스칼리버’

인터뷰의 첫 질문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홍성원은 이 질문에 진중한 태도로 말을 고르며 대답했다.
“원래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하진 않았어요.”라고 입을 뗀 그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부에 들어가며 연극 공연을 보게 됐고 거기서 매력을 느꼈어요. 그렇게 연극부를 통해 연기를 처음 접하게 됐고, 고등학교 때부터 연기 입시를 준비해서 대학에 들어갔어요. 그러던 중에 뮤지컬 ‘엑스칼리버’ 초연의 학생 앙상블로 참여했는데 뮤지컬이 너무 재밌었어요. 노래를 극 속에 같이 넣은 것도 너무 재밌었구요. 그걸 계기로 뮤지컬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한 상태로 군대에 가게 됐죠.”
당시 뮤지컬 ‘엑스칼리버’ 초연은 무대의 규모도 대단했지만, 학생 앙상블을 40명 가까이 기용하며 70명의 배우가 한 무대에 올라 큰 화제를 모았었다. 그렇다면 홍성원에게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어떤 의미일까.
“연기전공이어도 사실 외부 프로덕션이나 외부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학생이니까요. 학교에서 계기를 만들어 주신 덕분에 같은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은 기회였어요. 그때 이제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시스템이 어떤지 좀 더 잘 알게 됐죠. 그리고 당시에 같이 했던 박강현 배우님이나 김준수 배우님을 보는데 정말 멋지셨어요.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구요. 그러면서 뮤지컬에 푹 빠지게 된 것 같아요.”

군 복무 후 처음으로 봤던 뮤지컬인 ‘미드나잇’. 그 ‘미드나잇’으로 입성하게 된 대학로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을 마친 홍성원은 공군 군악대에서 ‘성악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 홍성원은 뮤지컬 ‘미드나잇’과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 ‘미드나잇’이었다는 그는, 부산에서 한 연극 극단의 객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뮤지컬 ‘미드나잇’에 오디션에 합격하며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연기하는 ‘플레이어3’이 그가 맡은 첫 배역. 하지만 코드와 악보를 모르던 그는 기타를 독학하며 무대에 올라야 했다.
그때 당시 어땠는지를 질문하자 홍성원은 “저희 친형이 기타를 독학해서 잘 쳐요. 나이 차이가 좀 나는데, 학생 때 형이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기타 해보고 싶다고 해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 정도는 칠 줄 알게 됐어요. 정석대로 배운 게 아니라 기타 코드는 모르지만 기본적인 손 모양을 보고 따라 해서 몇곡은 칠줄 알고 있었어요.”라고 운을 띄웠다.
“군대를 전역하고 경험 삼아서 본 오디션이 ‘미드나잇’이었어요.”라고 말한 그는 “그때는 원래 ‘비지터’역할로 지원했었어요. 근데 음악감독님께서 기타 칠 줄 아냐 물어보셨죠. 맨날 치던 노래가 있으니까 그걸로 노래를 부르면서 연주를 했어요. 그렇게 합격을 하고 악보를 딱 받았는데 하나도 모르는 거예요. 진짜. 악기 전용 파트보를 볼 줄도 몰랐죠.” 라며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제가 그때 부산에서 극단 객원으로 연극을 하고 있었어요. 한 2주 동안 연습과 공연이 살짝 겹쳐 있었는데, 그 2주간은 부산에서 연습 몇 시간 하고 서울 넘어가서 연습하고 그랬어요. 근데 처음 악보를 받고 안 그래도 공연 곧 시작하는데 너무 복잡한 거예요. 어떻게 해야 되나 싶어서 KTX 타고 집에 가는 길에 후드 뒤집어쓰고 막 울었어요. 옆에 사람이 있는데도요. 막 이거 어떡하냐. 데뷔부터 망치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홍성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연습’이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잡은 기회인데 이걸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플레이어3’을 같이 했던 강대운 배우가 기타 전공이었거든요. 그 형이 파트보를 치는 영상을 찍고 그것만 보고 계속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공연 때까지는 잘 되더라고요.”
노력은 역시 배신을 하지 않는다며 웃어 보인 홍성원. 그 배신하지 않는 노력이 꽃을 피운 것은 꽤나 빨랐다. ‘플레이어3’ 역할로 호평을 받은 그의 다음 역할은 주요 배역 중 한 명인 ‘맨’이었다. 그것도 같은 시즌에서 추가 캐스트로 결정된 것이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에게는 이례적인 일인만큼 부담감도 컸다고.
“심적인 부담감이 좀 컸었어요. 이제 막 데뷔를 했는데 지금까지 ‘맨’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 제일 어리고, 아직 좀 연륜도 많이 부족하고. 근데 오히려 그걸 강점으로 잡고 나만의 캐릭터를 보여주자. 해서 당시에 유독 연습실을 많이 갔어요. 안 하는 날도 가서 보고 연습하고. 무대 위에서는 어린 걸 살려서 우먼과 신혼부부 같은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에 비지터를 통해 치부가 드러날 때는 죄책감과 불안함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각각 다른 역할로 같은 무대 위에 오른 만큼 장단점도 있었다.
“플레이어 3를 할 때는 극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 역할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을 연구하고, 상황마다 행동이나 자그마한 제스처 같은 것도 많이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맨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어요. 마음껏 맨으로서 역할 안에서 연기할 수 있으니까 그건 너무 좋은데, 단점이라고 하면 저한테는 개인적으로 그때 당시에는 부담감이 좀 컸던 것 같아요. 사실 비지터랑 우먼이랑 같이 극을 이끌어가지만, 맨이 중심에서 잘 이끌어 가줘야 이 비지터와 우먼이 (합이) 맞아요.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더 잘 보이거든요. 그래서 그 중심을 잡는 게 연습 때는 엄청 어려웠어요. 그건 아마 계속 공연하면서도 더 뭔가 새로운 게 생각나고 더 발견되고 이렇게 될 것 같아서 그런 게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만들어준 뮤지컬 ‘결투’
최연소로 ‘맨’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홍성원은 그다음 뮤지컬 ‘결투’에서 주인공들의 스승인 ‘취선’ 역할을 연기하게 된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무협 뮤지컬이었던 뮤지컬 ‘결투’에서 홍성원은 고난이도의 무술 연기와 함께 1인 7역의 다양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큰 사랑을 받게 된다.
1인 7역에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오가는 연출들로 부침이 많았을 ‘결투’. 어렵지 않았을까 물어보자 홍성원은 당연히 어려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너무너무 어려웠죠. (같은 역의) 성재 형님은 워낙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고 연륜도 있으시니까. 연습 때 형님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보여주는 연기’를 보면서 저도 (그걸) 모티브로 삼아서 좀 더 연구하고 이렇게 했던 것 같아요. 취선 역할 자체가 사부님이고 같이 연기를 하는 진혁이 형이나 동료 배우들도 다 어쨌든 저보다 형들인데 저의 제자거나 사제 역할로 하니까, 이 사람도 무대 위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려면 어쨌든 내가 좀 더 ‘형’으로서 뭔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생각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 그리고 동료 배우들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막내라인으로 자신보다 위 연배의 배우들 사이에서 최연장자를 훌륭히 연기해 낸 홍성원. 그런 그가 호평을 받은 것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고난도의 무술 연기. 무협 뮤지컬을 표방한 만큼 뮤지컬 ‘결투’는 화려한 무술과 액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무술 연기에 대해 질문하자 홍성원의 눈빛이 한층 반짝였다.
“처음 연습할 때는 이제 쓰지 않던 근육들을 쓰다 보니까 다음 날에 물집도 생기고 손이 아려서 떨리고 그랬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졌어요. 이게 ‘결투’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 엄청난 싸움을 하잖아요. 그 장면에서 너무 재밌어서 서정주 감독님이 (무술 연기를) 짜주시는데, 여기 하나만 더(하면서). 감독님 너무 좋은데요. 너무 좋은데요. 하며 재밌게 했었던 기억도 있어요.” 하고 말하는 홍성원의 얼굴에서는 즐거웠던 순간이 엿보였다.
그의 말처럼 뮤지컬 ‘결투’의 마지막 액션씬은 공연의 백미이자 하이라이트. 하지만 몇분이나 이어지는 마지막 액션 씬을 조금 더 늘린 것에 후회한 적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질문하자 홍성원은 대답은 예상외로 단호했다.
“저는 좋았어요. 그러니까 힘든데, 마지막에 소리치고 이렇게 탁 칼 부딪히면서 팍 끝날 때 그 희열이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다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구나 이런 게 느껴졌어요.”
홍성원은 힘든 공연 이후에 매회 이어지던 스페셜 커튼콜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소감을 말했다.
“공연 후에 스페셜 커튼콜을 하면 정말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느껴졌던 게 관객분들이 그만큼 또 좋아해 주시고, 이게 카메라로 찍고 이렇게 하시지만 사실 그 뒤에서 보이는 이분들의 에너지가 느껴지거든요. 좋아하시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잘 찍어주시려고 하는 그게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되게 보람차고 더 해드리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좀 생겼던 것 같아요.”라고. 팬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다.
기준선을 잘 지킨 뮤지컬 ‘오즈’
※이 이후로는 뮤지컬 ‘오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드나잇’과 ‘결투’를 걸쳐 현재 홍성원이 활약하고 있는 무대는 두 곳이다. 바로 뮤지컬 ‘더 픽션’과 뮤지컬 ‘오즈’. 흥미롭게도 ‘더 픽션’의 형사 ‘휴 대커’와 뮤지컬 ‘오즈’의 순진무구한 AI 양철은 설정부터 상반되는 캐릭터들. 같은 시기에 이런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이에 대해 질문하자 홍성원에게선 오히려 재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냐하면 완전 극과 극의 캐릭터니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경찰을 꿈꾸잖아요. 형사들 보면서. 그리고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프로그램을 굉장히 많이 챙겨보거든요. 그런 거 보면서 형사의 심리랑, 취조하고 심문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좀 생각할 수 있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그리고 ‘오즈’에서는 AI 역할인데 사실 언제 또 해보겠어요. ‘준’과 함께 다니면서 인간의 마음을 정말 찾고 싶어 하는 그런 순수한 AI의 모먼트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살릴지 고민했어요. 이런 극과 극의 캐릭터였어서 같이 연습하는 게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느낌을 좀 많이 줬던 것 같아요. 공부가 더 많이 됐어요.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같이 병행하면서 하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그리고 거시적으로 이렇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신인으로서의 열정과 함께 연기와 무대에 대해 진지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답이었다. 그렇다면 홍성원이 순수한 AI ‘양철’로 나오는 뮤지컬 ‘오즈’는 어떤 공연일까. 뮤지컬 ‘오즈’에 대해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자 홍성원은 다시 한번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뮤지컬 ‘오즈’는 여러분들이 영화로도 잘 알고 계시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속 소재들을 모티브로 가져왔어요. 시점은 2045년으로 VR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준’이 점유율 99.9%인 게임 오즈의 퀘스트를 통과해 오즈 속 에메랄드 캐슬이라는 성의 성주가 되는 꿈을 가지고 AI인 저 ‘양철’과 함께 모험을 하게 돼요. 그러면서 무료하고 재미없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일상을 ‘양철’이를 만나 사소한 행복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그런 내용입니다.”라고 답한 홍성원은 바로 덧붙여 말했다.
“극이 주는 메시지가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삶이 좀 멈춰 있다거나 무료하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들에게 잠깐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양철 대사 중에 ‘앞으로 갈 수 없을 땐 잠깐 가만히 있어도 됩니다. 저희가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처럼요. 아니면 뒤로 가는 방법도 있어요.’ 이런 대사가 있는데 그게 이 극이 주는 메시지에 정말 많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오즈’는 극을 보는 내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뮤지컬이었다. 거기에 더해 창작 초연이라고는 느끼지 못할 만큼 높은 완성도가 공연을 즐기는 데에 큰 몫을 더했다. 최근 올라오는 많은 뮤지컬들이 다년간의 빌딩 작업을 거치는 것처럼 ‘오즈’ 역시 21년 성수 아트홀에서 ‘옐로우 브릭로드’라는 이름으로 첫 낭독회를 진행했던 작품. 그 이후에도 많은 변화를 겪으며 뮤지컬 ‘오즈’가 탄생했다.
연습기간 중에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자 홍성원은 “초반에 대본을 같이 리딩하면서 배우들도 스토리를 수정하는 과정에 다 같이 참여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었어요. 그 과정에서 마지막에 준이 게임 ‘오즈’의 개발자를 만나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대해서 저희 모두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라며 “사실 ‘오즈’라는 작품은 굉장히 기준선을 잘 지킨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한 끝 차이로 잘못하면 관객들이 공감을 못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 또 한 끝 차이로 한쪽으로 치우치면 어린이 뮤지컬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기준선을 잘 지킨 게 마지막에 ‘준’이 자기 계정을 삭제하고 ‘양철’이를 지우지 않는 그런 선택을 한 부분이 사실 되게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어요.” 대답했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은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뮤지컬 ‘오즈’의 특징이기도 한 관객 참여 부분에서도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창작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게임에 참여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도 어떻게 하면 관객들도 더 재밌게 볼 수 있고 참여할 수도 있고 배우들도 같이 신나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이 연구를 했었어요. 극장 들어가고 공연 올리기 전까지도 사실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었어요. 다 같이 박수치는 게임을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게 될까, 이게 정말 잘 먹힐까, 관객분들이 이런 걸 좋아해 주실까 고민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게 너무 잘 되는 거예요. (관객분들이 게임을) 너무 잘하시고. 그래서 이제 첫 공연을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다행이다. 잘 됐다. 정말 잘 됐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 홍성원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늘 느끼지만, 창작 초연이라는 건 계속 바뀌어가고 수정하면서 그렇게 심장이 또 쫄깃하면서. 이런 맛을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많은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담아 표현한 AI ‘양철’
공연이 아닌 자신의 배역에 대해서는 또 어떤 노력이 있었을까. ‘로시’라는 주인이 있지만 1년째 방치 되어 있는 기본형 AI ‘양철’은 인간인 ‘준’의 말에 속아 ‘인간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함께 모험을 떠난다. 홍성원이 연기하는 ‘양철’은 AI지만 순수하고 사랑스럽다. 그런 ‘양철’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질문하자 홍성원은 “AI 역할을 처음 해보다 보니까 초반 연습할 때 AI와 로봇 사이에서 어느 쪽을 더 중심적으로 갈지 고민이 많았어요. (결국은) AI와 로봇, 이 사이에 중점을 잘 맞춰야 된다는 걸 연습하면서 많이 느꼈죠.”라고 말했다.
특히나 순수한 ‘양철’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린아이들을 참고했다.
“‘양철’을 연구할 때는 유치원생 아기들을 생각했어요. 아기들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호기심도 많고. ‘이건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이건 이렇게 해야 돼요? 왜요? 왜요?’ 이렇게 뭔가 호기심이 많은 그런 모먼트들을 보면서 ‘준’에게 하나씩 배워가면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양철’과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어린아이들의 모습들을 모티브로 잡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맑고 무해한 미소, 이런 것들이 매력적으로 잘 어울릴 수 있고, 그렇게 웃으면서 인간인 ‘준’이 웃을 때 보면서 같이 이렇게 하는 연습을 하는 그런 것들도 포인트로 잡아서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홍성원이 생각하는 ‘양철’은 어떤 캐릭터일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홍성원에게 ‘양철’에 대한 질문들을 이어 나갔다.
첫 번째로 ‘양철’에게 ‘로시’와 ‘준’은 어떤 의미일지 물어보았다. 홍성원은 “가족? 가족이지 않을까요?”하고 대답했다.
“사실 ‘양철’은 이 ‘오즈’가 게임인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이 안에서 ‘로시’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함께 모험을 떠나고.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 동시에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귄 내 친구가 ‘로시’일 거예요. 그리고 그런 ‘로시’가 이제 떠난 줄도 모르고 계속 ‘로시’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이제 또 ‘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나서 이 ‘준’과 함께 또 모험을 하는 시간들이 사실 이제껏 ‘양철’이 경험하지 못한 내가 감히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같이한다는 게 그게 너무 값질 것 같거든요. 사실 사람만 봐도 ‘가장 특별하게 기억나는 순간이 있나?’ 이렇게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함께 무언가를 했을 때를 많이 떠올리는 것처럼요. 그래서 양철이한테는 ‘로시’와 ‘준’은 내가 인간의 마음을 갖지 않아도 이미 인간의 마음을 얻게 해준 그런 존재들 같아요.”
‘인간의 마음’을 갖지 않아도 이미 ‘인간의 마음’을 얻게 해준 존재.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지만, 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답이었다. 그런 ‘양철’은 왜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싶었을까? 홍성원에게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양철’에게는 ‘로시’가 이 궁금증을 처음 만들어 준 사람이었겠죠. ‘로시’를 만나서 인간한테 이런 걸 배우고 인간인 ‘로시’가, 그리고 ‘준’이 가르쳐주는 감정들과 어떤 말들. 단어들. 이런 걸 알려주는 것 자체가 양철이한테 모두 새로우니까 도대체 도대체 인간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이런 게 너무 궁금해졌을 거예요. 양철이한테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사실 그런 ‘준’과 ‘로시’를 통해서 더 알고 싶고. 내가 더 많이 경험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양철’에게 ‘인간의 마음’이란 결국 그 ‘양철’에게 소중한 ‘로시’와 ‘준’. 두 명의 존재에게 한 단계 더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였을 것이라는 것.
이번에는 그에게 뮤지컬 ‘오즈’ 그 이후에 대해 살짝 물어보았다. ‘준’이 떠난 뒤 ‘양철’은 어떻게 지냈을까. 연습할 때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상을 했었다는 홍성원은 “‘버튼’과 ‘맥스님’은 오즈에 남아 있으니까 ‘준’의 소식을 한 번씩 전해주지 않을까요? 그러면 그렇구나 하면서도 ‘준’도 그리워하면서 떠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건 제가 아니라 ‘양철’의 바램인데, 언젠가는 ‘준’이 다시 오지 않을까라고 바랄 것 같아요. 다른 계정을 통해서라도. 이제는 게임을 즐기진 않겠지만 ‘양철’이를 한번 보고 싶어서 계정을 하나 만들어서 어떻게 지내나 한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앞서 지금의 엔딩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 홍성원이지만, 그가 ‘준’이었다면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도 한번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 홍성원은 “제가 ‘준’이었다면 ‘양철’이를 제 AI로 하게 해주세요. 했을 거 같아요. 에메랄드 캐슬 성주도 엄청난 (금전적) 가치가 있겠지만, 제가 ‘준’이었어도 내 삶의 가치를 더 가지게 해준게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양철’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오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쉼터’
‘오즈’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단어일 것 같냐는 질문에 홍성원은 “쉼터”라고 대답했다. “일상이 즐겁고 그런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치고 힘든 사람들도 아무 생각 없이 와서 이렇게 봤다가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곳인 것 같아서 그래서 쉼터 같습니다.”라고 대답한 홍성원.
뮤지컬 ‘오즈’를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도 물어보자 그는 “뮤지컬 오즈는 누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극장을 오시는 관객분들 연령대도 되게 다양해요. 정말 초등학생들부터 그리고 어르신들도 많이 오시고. 근데 전 그게 되게 좋거든요. 극장 안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고 함께 웃고. 이 극은 정말 누가 봐도 즐겁게 즐기고 갈 수 있는 공연이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정말 누가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면서도 “특히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많이 지치고 힘드신 분들이 보러 오시면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삶의 원동력을 잃으신 분들이 와서 보시면 더 많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가 공연을 하며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이기도 했다. 공연을 하며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로도 “휴식”을 꼽은 홍성원. 그는 “오즈 자체가 주는 메시지처럼. 꼭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그런 마음보다는 그냥 와서 편히 쉬다 가시면 좋겠어요. 재밌게 즐기시고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와서 보셔도 되니까. 오셔서 많이 힘들거나 피곤한 그런 마음들 여기서 다 버리고 극장을 나가실 때는 또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셨으면 좋겠다는 그런 마음이에요.”라고 전했다.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
고등학교 시절 연극배우를 꿈꿨던 만큼, 그는 언젠가 연극무대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면 홍성원이 뮤지컬 배우로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에 홍성원이 꼽은 것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헬퍼로봇인 ‘올리버’.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이 ‘어쩌면 해피엔딩’이에요. ‘양철’과는 좀 다르게 헬퍼봇이니까. ‘올리버’ 역할을 꼭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홍성원의 대답은 조금 남달랐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되게 장황하게 저는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그냥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오래 가서, 제 연기를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시고, 그런 제가 이제 무대 위에 있거나 아니면 어떤 다른 저의 연기를 통해서 위로도 받고, 웃기도 하고. 그런 삶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계속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그래서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 홍성원.
마지막으로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홍성원은 다시 또 진중하게 말을 골랐다.
“처음 데뷔 때부터 같이 함께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리고 이제 새로운 극을 제가 하면서 많이 저를 같이 좋아해 주신 분들이 있는데. 늘 한결같이 이렇게 어떤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그냥 응원해 주신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사실 너무 죄송하거든요. 왜냐하면 제가 그에 비해서 더 많은 보답을 못 해 드리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그래도 늘 감사하고,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그런 순간은 없더라도 제 마음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늘 함께 있다는 그런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무대 위의 배우 ‘홍성원’을 보면서 느꼈던 ‘깊이’의 시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공연과 배역을 대하는 자세와 끊임 없는 연습, 노력들이 그의 ‘깊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연 중 솔로곡을 부르며 씬스틸러가 되어야 했던 ‘플레이어3’, 공연의 중심을 잡아줘야했던 ‘맨’, 1인 7역의 ‘취선’을 지나 현재의 ‘휴 대커’와 ‘양철’까지. 짧은 시간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홍성원의 시간들이, 앞으로 또 어떻게 쌓여 어떤 깊이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깊이가 그가 원하는 ‘오래 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을까.
인터뷰 이민정
촬영 및 사진 편집 이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