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런던을 뒤흔든 ‘셰익스피어 위작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 오는 9월 16일,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으로 돌아온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2020년 하이라이트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창작 뮤지컬 올해의 신작’ 선정, 2023년 3월 초연, 일본 논레플리카 라이선스 공연과 국내 투어까지, 짧지 않은 여정을 거쳐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동신에 얻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역사적 실화의 흥미로운 해석”, “우아한 선율과 블랙코미디의 조화”, “연극적 장치와 음악적 밀도의 완벽한 균형” 등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주체 사업의 일환이기도 한 2025년 재공연은 이 같은 초연의 성과와 관객 반응을 토대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야기로 한층 깊어진 공감과 몰입을 선사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 사후 200년쯤 지난 1796년 4월, 런던의 한 극장(Drury Lane Theatre)에서는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편의 희곡이 상연됐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와 그의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가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이라며 세상에 처음 공개한 ‘보르티게른(Vortigern and Rowena)’. 하지만 턱없이 낮은 완성도에 관객들의 비난과 야유가 빗발쳤고 첫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의 실패는 그간 윌리엄 부자가 공개한 문건들도 위조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고, 위조의 증거들 역시 속속 드러났다. 셰익스피어의 유물 공개와 그것의 진위여부로 온 런던을 들끓게 했던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는 1796년과 1805년에 두 차례의 고백서를 통해 자신의 위조 사실을 밝혔지만 세상은 이를 외면했다. 대단했던 스캔들도, 인기와 명성을 누렸던 스캔들의 주인공도 순식간에 조용히 잊혀진 것이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이 놀라운 실화를 극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중독성 강한 음악을 더해,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둘러싼 허위와 진실, 자신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세기의 재판을 무대 위에 소환한다.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의 주인공 헨리는 위대한 이름을 빌려 세상을 속이지만, 그 출발점은 단 하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의 모습은 ‘진짜 나’를 마주하는 대신 사회적 기준과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애쓰는 오늘날의 우리와 닮아 있다. 그 기대를 충족시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문득 거울 속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는.’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진실을 감춘 채 타인의 시선을 좇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가지만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구원하는 헨리의 여정을 따라간다. 이 과정을 통해 타인의 인정보다 스스로를 인정하는 일이 더 어렵고, 더 소중하며, 결국 더 큰 자유를 가져다준다고.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우리가 쓰는 이야기가 진짜 인생이 된다는 따뜻한 울림과 위로를 전한다.
소년의 사소한 거짓말은 어떻게 세기의 사기극이 되었을까? 셰익스피어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은 어쩌다 그 허술한 위조에 속았을까?이 질문들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18세기 런던의 풍경은 가짜 뉴스가 진짜처럼 유통되고,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복제하는 오늘날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거짓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진실조차 끊임없이 의심받는 시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또 다른 모습의 ‘헨리’, ‘사무엘’, ‘H’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은 200여 년 전 사건을 빌려 오늘의 우리를 비춘다.
2025년, 두 번째 막이 오를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과 탁월한 실력으로 무대 위 존재감을 입증해 온 9인의 배우들이 함께한다. 서정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넘버를 유려하게 소화할 가창력은 물론,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인물들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더해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아들이 건넨 셰익스피어 유물 덕에 난생처음 맛본 명성에 취한 아버지 ‘윌리엄 사무엘 아일랜드’ 역은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광염소나타’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에서 유연하고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무대를 누벼온 김수용과,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여명의 눈동자’ ‘블랙메리포핀스’ 등에서 단단한 음색과 특유의 재치로 극의 중심을 잡아온 이경수가 다시 돌아온다. 여기에 뮤지컬 ‘에밀’ ‘빈센트 반 고흐’ ‘세종1446’ 등에서 섬세한 감정선과 감미로운 음색으로 호평을 받아온 박유덕이 새롭게 합류해 명성과 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무엘’의 양가적 감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갈등과 선택의 순간마다 나타나 원하는 모든 걸 가져다주는 미지의 신사 ‘H’ 역에는 뮤지컬 ‘시지프스’ ‘다시, 동물원’ 연극 ‘화이트래빗 래드래빗’ 등에서 절제된 감정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임강성이 합류하고, 뮤지컬 ‘웨이스티드’ ‘광염소나타’ ‘랭보’ 등에서 인물에 깊은 몰입과 독창적인 해석으로 주목받아온 김지철이 한층 더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쓰릴미’, 연극 ‘킬 미 나우’ 등에서 매력적인 보이스와 진정성 있는 연기로 주목받은 이석준이 함께하며 신비롭고도 유혹적인 ‘H’의 매력을 새롭게 정의한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는 작은 거짓말로, 어느 순간 런던 최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아들 ‘윌리엄 헨리 아일랜드’ 역은 뮤지컬 ‘등등곡’ ‘민들레피리’, 음악극 ‘노베첸토’ 등에서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동시에 선보이며 실력을 입증한 강찬, 뮤지컬 ‘낙원’ ‘미아 파밀리아’ ‘빨래’ 등에서 매 작품 치밀하고 섬세하게 캐릭터를 구축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진우,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무명, 준희’ ‘테일러’에서 청아한 음색과 특유의 순수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은 신예 강병훈이 합류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년의 감정선을 몰입도 있게 표현한다.
한층 깊어진 감성과 완성도로 관객들을 찾아갈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은 9월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공연되며, 8월 1일 프리뷰 티켓이 오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