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의 주역으로 첫 데뷔를 했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은 방황하는 청소년에서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까지. 시간과 시대를 뛰어넘으며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현재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에서 ‘치치’ 역할로 활약 중인 배우 ‘이진혁’의 이야기다.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배우 이진혁을 대학로 인근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보았다.
고민하던 청소년에게 찾아온 운명 같은 이끌림
배우 이진혁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며 가장 먼저 이목을 끈 것은 그의 MBTI 성향이 내향성(I)이라는 것이었다. 배우들이 내향적인 성격인 경우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진혁의 내향성이 의아했던 것은, 뮤지컬 ‘스톤 The Stone(이하 ‘스톤’)에서의 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처음으로 뮤지컬 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공연에서 이진혁은 현장 요원이 되기 위해 소련의 스파이들 사이에 능청맞게 끼어드는 CIA 말단 요원 ‘마이클’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그렇다면 내향적인 성격의 이진혁이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언제이고, 계기는 무엇일까.
학창 시절의 이진혁은 진로 문제로 고민을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에 꿈이 없이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을 했어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간은 지나가고 있고.”
그런 그에게 ‘배우’라는 길이 성큼 다가온 것은 진로 고민이 한창이던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연기학원을 다녔었는데, 그 친구의 친구가 저랑 친구였거든요. 근데 자기 친구가 학원에서 공연한다더라 너 가서 봐라. 하고 초대권을 줬어요.”
당시의 이진혁은 “왜 이걸 나한테 주지?”라고 생각했다고. 대신 연기에 관심이 있던 다른 친구에게 티켓을 넘겼다가 티켓은 받은 그 친구에게 끌려가서 공연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같이 보게 됐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그냥 되게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겼었고 바로 일주일 뒤에 학원을 등록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진혁은 입시를 거쳐 명문으로 이름난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한다. 공연계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이름난 동국대이기에, 영화를 공부하는 것을 고려해 본 적은 없는지 가볍게 질문하자 돌아오는 대답이 사뭇 진지했다.
“(동기들은) 다들 영화과와 협업을 해서 학교 다니면서 막 이것저것 막 하고 하던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래서 사실 미지의 세계인 것 같아요. 저한테. 좀 겁이 나더라고요. 긴장도 많이 되고.”
연극과와 영화과로 나뉘어 있긴 했지만, 같은 기수 동기들끼리는 과의 구분 없이 친목을 도모했다고 한다. 공연과 영화의 경계가 모호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한 곳에만 집중했다.
“제가 그냥 그때는 무대에 대한 이게(마음이) 좀 강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는 대신, 이진혁은 차근히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갔다. 그러면서도 학과나 학생회 일을 묵묵히 하기도 했다는 이진혁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때 생긴 재미난 인연도 있다. 이진혁은 뮤지컬 ‘98퍼센트’에서 대학교 재학시절 은사였던 손효원 연출과 재회한다.
“교수님이 저 학교 다닐 때 중급 연기 담당이셨어요. 그때는 좀 무섭고 알 수 없는 분이신 것 같다고 느꼈었는데 되게 친근하고 편하신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재밌게 연습했던 것 같아요.”
데뷔작이었던 빨래. 3년의 기다림
그렇게 대학교 졸업 후, 이진혁은 데뷔작을 맞이하게 된다. 국민뮤지컬이라고 불리는 ‘빨래’에서 주연인 ‘솔롱고’역을 맡았다. 오디션 당시의 심경의 대해 물어보자 이진혁은 지금도 설렘이 가시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진짜 얼떨떨하긴 했어요. 사실 상황이 기대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오디션 최종까지 갔을 때 제 기억에 솔롱고가 한 네 분 계셨어요. 최종까지 갔으니 계속 연락을 기다렸죠. 드디어 연락이 와서 받았더니 오디션을 다시 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갔는데 솔롱고가 저밖에 없었어요.”
그의 말대로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디션을 치르고 기대감과 두근거림으로 잠 못 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캐스팅) 연락을 받았을 때 진짜 너무 기뻤죠. 바로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엄마 나 이제 일을 해.”
막막했던 지망생 시절을 거쳐, 드디어 배우로서 당당히 무대에 서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이진혁이 데뷔한 2019년 겨울. 전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은 대학로 공연계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서 공연할 때 두 차수를 연달아 했어요. 8개월씩 해서 1년 6개월 정도인데 첫 차수, 그러니까 이제 막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코로나가 터져서 회차도 취소되고 일찍 끝나고 하다 보니까 실제로 공연한 기간으로 따지면 한 1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팬데믹 당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거나 조기 종연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막 데뷔를 한 신인배우에게는 눈앞이 깜깜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가끔 ‘빨래’의 지방 공연이 있었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의 공연이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서는 무대이다 보니 그만큼 더 떨리기도 했다고.
“(서울 공연을) 1년에서 1년 반 정도 하고 1년을 제가 쭉 쉬었어요. 일이 없어가지고. 그러다 이제 지방 공연으로 불러 주셨는데 너무 떨리는 거예요. 진짜로.”
하지만 그만큼 무대에 대한 갈망은 깊어 졌다고 한다. 그리고 2022년. 이진혁은 처음으로 ‘빨래’가 아닌 다른 공연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뮤지컬 ‘스톤’이었다.
틀을 깨고 나와, 새로운 도약
뮤지컬 ‘스톤’에서 이진혁은 메인 캐릭터인 ‘마이클’ 외에도 공연에서 사용되는 장치인 ‘주크박스’ 속 가수가 되어 몇 번이나 의상을 바꾸며 노래를 하고 춤을 췄다. 힘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자 아니나 다를까, 단번에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힘들었죠. 다른 인터뷰에서도 드린 말씀인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데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쉬는 기간 동안 연습을 한다 쳐도 사실 춤을 그렇게 막 그렇게 하게 되지는 않거든요. 그 몸을 푼다든지 이런 거는 할 수 있는데, 춤에 대한 완전 문외한이다 보니까. 오랜만에 너무 몸을 쓰니까 진짜 사실 삭신이 쑤셨습니다.”
이진혁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그를 힘들게 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마이클’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특유의 높은 텐션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마 제 기억에 준우가 막공 무대 인사 때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진혁이 형 많이 힘들어했다.’(고요.)”
웃으며 말했지만 내향적인 본인의 성격과는 180도 다른 캐릭터이다 보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런 이진혁의 교본이 되어준 것은 같은 역을 맡은 선배 ‘유성재’. 연출인 ‘김운기’의 도움도 컸다고.
“연습 과정에서 성재 형 보고 많이 외우기도 하고, 연출님이 또 많이 깰 수 있게 도와주시기도 했어요. 많이 부딪히면서 그냥 눈 딱 갚고 했던 것 같아요. 해보니까 또 할 수 있겠다 싶었고.”
그렇게 틀을 깨고 나온 이진혁은 ‘마이클’을 제 옷마냥 소화해 냈다. 사람들이 그의 실제 성격을 알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호평이 이어졌다. 팬데믹이 조금씩 수그러들며, 처음으로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느끼기도 한 시기였다.
“항상 새로운 거였거든요. 저한테는. 분위기도 새로웠고, 작품도 새로웠어요. 그래서인지, 새롭게 데뷔를 해서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 이진혁이 도전한 다음 작품은, 뮤지컬 ‘미드나잇:액터뮤지션(이하 ‘미드나잇’)’이었다. 뮤지컬 ‘미드나잇’은 아제르바이잔의 국보라고 불리우는 작가 옐친의 희곡 ‘지옥의 시민들’을 원작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이진혁은 이 뮤지컬에서 주역인 ‘비지터’와 ‘맨’ 역을 번갈아 연기하는 과감한 도전을 한다. 어떻게 이런 도전을 하게 된 것일까? 이진혁의 대답이다.
“욕심부렸다(웃음). 사실 전 비지터를 하고 싶어서 비지터로 지원을 했는데 맨으로 뽑아주셨어요. 그러고 나서 연습 상견례를 하고 거의 바로 다음 연습인가에 연출님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린 부분들이 있었지만, 나는 너를 비지터로 뽑고 싶었다.’면서 ‘혹시 비지터도 해볼 생각이 있냐’ 구요.”
예상외의 제안이었지만 이진혁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고생의 시작’이었다.
“의욕도 만땅이었고,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잖아요. 비지터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래서 고민 끝에 도전을 했는데 아무리 제가 남들보다 더 (연습을) 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미드나잇’에서 이진혁이 맡은 ‘비지터’와 ‘맨’은 모두 주역이지만 상반된 캐릭터다. 극 내에서의 관계도 그렇지만, 강렬한 임팩트와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는 ‘비지터’와 달리 대척점에 있는 ‘맨’은 소심하고 소극적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당면한 과제에 이진혁과 연출부 모두 “일단 하나하나씩 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먼저 시작한 것은 ‘맨’의 역 만들기였다.
“맨으로 먼저 하기로 했었으니 맨으로 먼저 하자 하면서 연습을 했는데, 맨이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너무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었고. 그래서 계속 연습하다 보니까 진짜 시간이 없는 거예요.”
‘맨’의 역 만들기가 늦어지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연습을 방해했다.
“사실 런(런쓰루 run-through : 공연 전에 공연과 똑같이 실전처럼 진행되는 연습)을 도는 게 되게 중요한데 비지터로서 런 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그것마저도 코로나로 인해서 취소된 경우가 있었다 보니까. 비지터는 거의 런을 한 번 돌고 올라가야 되는 상황까지 갔었어요.”
그런 그를 도운 것은 같은 비지터 역의 동료 선배들이었다.
“그때 너무 감사하게도 (홍)륜희 누나가 본인의 런 돌 시간을 빼가면서 ‘너 연습 많이 못 했으니까. 너 한번 해라.’ 하고 기회도 주셨었고, 제가 너무 시간에 쫓기고 있으니까 (박)유덕이 형이 와서 또 챙겨 주시면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많이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진혁은 당시를 떠올리며 선배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럼 이렇게 어렵게 ‘맨’과 ‘비지터’를 연기하며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진혁은 관객의 시야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두 캐릭터를 한 번에 하다 보니까 다른 작품 대할 때랑 포커스가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관객이 볼 때 어떤 느낌일까’라는 시선이 조금 더 생겼던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이 씬에서는 어떤 상황이 보여야 되고, 누가 이끌고 가야 되고. 이런 게 더 느껴지다 보니까 맨과 비지터의 위치 차이나 그런 거를 더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서사도 물론 가져가지만.”
전화위복이 이런 것일까? ‘비지터’와 ‘맨’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게 되는 것이 역으로 그동안 잘 되지 않던 ‘맨’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연습을 하다가 딱 느껴진 게 ‘맨이 찌질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맨만 한다 했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두 캐릭터를 동시에 하다 보니까 맨은 확실하게 찌질하게 가고, 비지터는 확실하게 더 잡아주고. 약간 이런 느낌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런데 이 ‘맨’을 완성하게 되는 과정이 조금 재밌다. 이진혁의 말이다.
“맨과 비지터는 위계 관계도 있고. 그 상황에서 시종일관 맨이 아래에 있잖아요. 그런 위치를 잘 보여줄 수 있게 연기하다 보니 이제 맨의 숨겨진 본성도 터져 나오면서 ‘진짜 못났다’ 싶은 순간도 있어요. 사실 저게 진심이었구나 싶은 순간도 있었고요. 그런 거?”
비지터가 되어 맨을 억누르자, 역으로 맨이 억눌리는 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본성이 만들어졌다. 어색하게 말끝을 흐렸지만, 그만큼 말로 담기 힘들었을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가 얼마나 노력해서 정반대인 두 캐릭터를 몸에 익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협에서 SF, 그리고 판타지까지. 넓고, 또 깊게
‘미드나잇’을 마친 이진혁의 다음 작품들이 또 재밌다. 온갖 장르의 이야기들이 많은 대학로지만, 그 중 두 작품은 대학로에서도 흔치 않은 장르였다.
최초의 무협 뮤지컬인 ‘결투’와, SF 디스토피아 배경의 ‘98퍼센트’가 바로 그것이다. 판타지인 ‘백작’이 오히려 자주 볼 수 있는 장르였다.
그 첫 번째인 무협 뮤지컬 ‘결투’. 이 뮤지컬에서 이진혁은 황궁의 호위대장이자 절정 고수인 ‘맹도’를 포함해 총 네 개의 멀티 캐릭터를 연기했다. 뮤지컬 ‘스톤’에서도 멀티 캐릭터를 연기하긴 했지만 하나의 메인 캐릭터에 비중이 적은 가벼운 여러 캐릭터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멀티 캐릭터 롤과는 달리, 뮤지컬 ‘결투’는 각 캐릭터들의 서사와 비중이 무거운 편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 어렵지 않았는지 질문하자 이진혁은 여러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는 ‘소산’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거는 소산이었거든요. 이런 느낌의 캐릭터를 처음 해보기도 하는데, 경계를 어떻게 세워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극에서 벗어나는 시점도 있고, 극 안에서 사는 시점도 있는데 이런 걸 처음 해보니까 그 경계가 너무 헷갈렸어요.”
이진혁이 말하는 캐릭터 ‘소산’은 뮤지컬 ‘결투’의 주 무대 중 하나인 ‘용마주루’의 점소이(점원)이자, 뮤지컬 ‘결투’의 서술자이기도 했다. 서술자로서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거나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공연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주요 인물 중에 한 명이 되는 독특한 메커니즘의 캐릭터다. 그렇다면 그 경계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결국에는 굳이 나눌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표현을 했던 것 같아요.”
경계를 나누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자연스럽게 경계에 녹아 들었다. 어려웠던 캐릭터가 소산이었다면, 좀 더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을까? 이진혁이 꼽은 것은 ‘소년영웅대회’장면에만 나오는 파계승 ‘선릉’이었다. ‘선릉’은 해당 장면에서 주인공인 ‘비룡’의 대결 상대로, ‘비룡’의 뛰어난 무술에 패배해 사라지는 역할이다. 당연히 비중도 작다. 왜 이 역을 꼽은 것일까 물어보자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안쓰럽더라고요. 연습 때 무술을 처음 배우게 되면서 느낀 거였는데 못하는 역할이 되게 힘들거든요. 그걸 못하는 척 잘 받아줘야 되니까. 사실 무술을 처음 해보는 입장에서 그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할 수 있었던 게 선택을 했던 게 최대한 크고 열심히 하는 거였어요. 고수들이 톡톡 쳤을 때 상대방이 막 크게 액션을 해주면 되게 잘해 보이잖아요.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더 커야겠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이진혁의 ‘선릉’은 유독 크고 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큰 움직임은 그만큼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맨 마지막 결투신보다 저는 소년영웅대회가 진짜 힘들었어요. 무술을 할 때는. 그래서인지 선릉이 되게 좀 안타까워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그래도 저는 비룡을 이길 수 없는 운명이니까요.“
뮤지컬 ‘결투’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배우들이 무대 위에 나와 5분 이상 무술 연기를 선보이는 고난이도의 장면이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 장면보다도 더 힘을 쏟은 것이 ‘소년영웅대회’였다는 이진혁. 그렇게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을까. 뮤지컬 ‘결투’도, 이진혁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뮤지컬 ‘결투’ 이후, 이진혁은 뮤지컬 ‘98퍼센트’와 ‘백작’에서 또 새로운 도전을 한다. ‘98퍼센트’에서는 자신의 어긋난 신념으로 인해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는 과학자 ‘주피터’로, ‘백작’에서는 수백 년을 산 뱀파이어이자 무패의 군신으로 불리는 ‘백작’으로 변신한다. 둘 다 평범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역할들. 이진혁은 이 캐릭터들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했을까.
“(주피터)는 오히려 확실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제 생각이긴 하지만, 주피터라는 인물을 이제 파악할 때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일단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이 사람의 신념을) 믿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캐릭터 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편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어긋났더라도 ‘주피터’로서, ‘주피터’의 신념을 믿었다는 이진혁. 하지만 ‘백작’에서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왜냐면 오래 사는 존재잖아요. 오래 삶으로 인해서 저주받았다고 표현되기도 하는 존재인데, (제 상상이지만) 오래 살다 보면 표현하는 데 있어서 무뎌질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감정적으로 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속 안에서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이거를 내 생각 그대로 표현하면 정말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걸 결정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깊이를 더 가져가려고 노력했다고. 반대로 어린 ‘백작’을 연기할 때는 더 감정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백작’을 표현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원래의 이진혁이 이전까지 내던 음역대보다 훨씬 높은 고음역대의 넘버들이 그것이었다. 이진혁은 힘들었다면서도, 초연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정말 다행인 건 어쨌든 초연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은 작곡가님께서 (저에게) 맞춰주신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제가 원키고요. 형들(같은 역의 이승현, 박규원)이 올렸습니다(웃음). 저랑 형들이랑 키가 좀 다른 곡들이 몇 곡 있는데, 처음 작곡은 제 키로 해 주셨어요.”
물론 키를 맞춰주었다고는 해도 고음역대에 고난이도인 것은 여전했다. 이진혁은 지금까지 자신이 쓰던 소리를 다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도움도 있었다.
“제가 쓰던 소리를 다 버려야 이제 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유튜브 보면서 혼자 연구도 많이 하고. 특히 이제 형들이 워낙 잘하시니까 많이 도와주셨어요.”
작품에 어우러지며 녹아들다
‘백작’이 끝나고, 이진혁은 뮤지컬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미겔린’ 역을 맡게 된다. 스페인 극작가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각색부터 음악까지 오롯이 한국의 창작진들이 만든 순수 창작뮤지컬.
원작인 희곡은 연극계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유명한 작품으로, 이진혁 역시 대학교 2학년 때 워크숍으로 공부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이전에 공연했던 ‘미드나잇’ 역시 유명 희곡 원작의 뮤지컬이지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느끼는 부담감이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한다.
“부담 안 되는 공연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 작품은 조금 그 부담감의 느낌이 다르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작품에서 그런 생각을 하지만.”이라고 덧붙인 그는, “초연이라고 하더라도 연습 때에는 어느 정도는 오픈 후의 반응을 기다렸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뮤지컬로도 좋은 작품이기에 더 그랬다.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장애를 잊을 정도로 모두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돈 파블로 맹인학교’에 염세적인 소년 ‘이그나시오’가 전학 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안정되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지금껏 자신들이 가진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던 맹인학교의 학생들은 이그나시오의 등장으로 ‘장애’를 인식하며 혼란을 겪는다.
그중 이진혁이 맡은 ‘미겔린’은 맹인학교의 학생이자, ‘이그나시오’의 룸메이트로 ‘이그나시오’ 등장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지만, 그의 사상에 가장 먼저 감화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변화를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이진혁은 “작품상에서는 그리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룸메이트였으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실제로 연기하는 것은 조금 달랐다고 말했다.
“다만 제가 힘들었던 거는. 연기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 시간의 흐름을 (실제로) 겪지는 않잖아요. 갑자기 변화되는 걸 스스로 이제 또 인지하고 그걸 표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그게 어려웠죠. 사실 매일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 하나둘 의심이 하나 심어지기 시작하면 그건 금방 퍼져 나갈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서 이야기를 펼쳤다면, 뮤지컬 ‘아가사’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축시켜야 했다.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제 실종 사건에 대해 다룬 이 뮤지컬에서, 이진혁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남편인 ‘아치볼드’ 역할을 맡았다. 처음 이 역을 맡았을 때에는 원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역이기에 조금 걱정도 있었다고.
“잘 따져보면은 저랑 같은 캐스트가 대부분 형님들이셨어요. ‘스톤’도 그렇고. ‘98퍼센트’도 그렇고. 사실 그래서 걱정됐던 부분도 있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솔직히 인정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지면 어떡하지?(하고요.) 근데 그런 이미지는 제가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보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왜 고민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사람들과 멋있는 분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그냥 좀 많이 겪어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는 뮤지컬 ‘아가사’. 이진혁은 이 작품에서 한 가지 더 도전한 게 있다. 주인공인 ‘아가사’의 남편이지만, 그녀의 믿음을 저버리고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를 연기하는 것. 이전 작품에서 순정남인 ‘솔롱고’와, 사랑꾼(?)인 ‘맨’을 연기하고 했던 이진혁이기에 불륜 역할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했다. 가벼운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 진중하다. 그는 이번에도 ‘믿었다’고 말했다.
“믿어야죠. 결국에는 작품 안에서 내가 믿는 바를 위해서 달려나가야 되는 거니까요.”
이진혁이 집중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작품 전체의 내러티브(narrative)를 신경 썼다. 이진혁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면서 말했다.
“불륜 연기보다 어려웠던 게, 그런 배역 치고 사실 보여주는 장면이 되게 짧거든요. 아치볼드가. 그래서 제가 원하는 바를 잘못 표현했다가는 아가사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겠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아치볼드는 조금 더 캐릭터 적으로 가져가면서 아가사가 나쁘게 보이지 않게 그런 부분을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아슬아슬한 줄타기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장면에서 절제를 통해 캐릭터를 살리는 한편, 주인공의 이야기에는 힘을 실어주어야 했다. 그렇게 노력을 한 덕분일까? 뒤이은 차기작에서 그는 우려했던 ‘이미지 고정’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연륜 있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이진혁은 바로 차기작에서 다시 고등학생 연기를 선보인다. 작품은 연극 ‘B 클래스’. 천재들만이 들어가는 예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천재들 사이에서 낙오된 이들이 들어가는 ‘B 클래스’에 소속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이진혁이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연극이기도 했다. 첫 연극 도전의 소감은 어땠을까?
“해보기 전까지는, 두렵다기보다는 약간 어느 정도 긴장도 되고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막상 시작했을 때는 크게 다른 점을 못 느끼겠더라고요. 어쨌든 연기를 한다는 행위는 같으니까요. 다만 다르게 느껴졌던 거는 워낙 일상적인 연극이다 보니까 그게 되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빨래 이후로는 장르적 특성이 강한 공연들을 많이 했다 보니, 오히려 일상적인 연기가 더 어려웠다는 이진혁은 캐릭터의 본질에 집중했다. 수험 시절의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이수현’이라는 역은 ‘학생이다’라는 것에 너무 갇히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 오히려 더 인위적이게 될 것 같아서. 그때 그 시절의 고민들과 아픔들을 생각해보자였던 것 같아요. 또 같은 예술 계통이다 보니까 더 공감이 됐었거든요.”
또다시 부딪친 고음역의 벽. 하지만 다시 하더라도 ‘치치’를 하고 싶어
방황하는 청춘을 지난 그의 현재 작품은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대학로에서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아온 작품으로, 이진혁은 뉴캐스트로 합류했다. 작품 속에서 그가 맡은 역은 마피아 보스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여리고 섬세한 내면을 숨기고 살아가는 ‘치치’.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 소감을 물어보자 부담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궁금했었죠. 말씀해 주신 대로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인 것도 알고. 그리고 그걸 또 누가 초연으로 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됐었고.”
이진혁이 말한 ‘누가’는 ‘백작’에서 같은 역을 맡기도 했던 ‘이승현’.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많은 대학로 내에서도 고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승현은 ‘미오 프라텔로’의 초연부터 ‘치치’역을 맡아 활약했다. 이번에도 2차 캐스트로 합류할 예정. 그러다 보니 또 이진혁에 앞에는 피할 수 없는 ‘고음역’의 벽이 놓였다.
“이번 작품도 ‘소리의 길’을 바꾸고 찾는 데 되게 주력을 많이 했어요. ‘백작’ 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자신의 음역대보다 훨씬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기 위해, 이진혁은 이번에도 고음역을 내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만큼 욕심이 났다.
“어쨌든 이제 욕심이 나잖아요. 기대해 주시는 바도 있을 거고. 그래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이 내가 만약 내는 방법을 찾았다 한들 이걸 몇 달을 해야 되는데 잘 지켜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관리는 사실 평상시에 해야 되는 부분이니까. (방법을) 찾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무리가 안 갈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소용이 없었다.
“근데 결국엔 장면을 하고 연기를 하다 보면은 그런 걸 따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냥 그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목에 무리가 가더라도 장면에 맞춰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은 적절한 스케쥴과 휴식이었다.
“그래서 공연 끝나면 이제 말을 안 해요. 그리고 처음부터 말씀드렸어요. 딱 첫공 하고, ‘저 연공은 못 합니다. 못 하겠습니다.’ 실제로도 안 될 거 같았어요(웃음)”
하지만 그만큼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극 초반에는 샤우팅을 하는 등 이진혁만의 어레인지에 대해 물어보자 이진혁은 “샤우팅이 초반이라 그것만 넘어가 주면 오히려 편하다.”면서도
“내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었다”고 대답했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었다 보니 더 힘들었다는 것. 게다가 연기에 몰입을 할수록 ‘치치’가 이진혁의 고음을 방해(?)했다.
“연기가 들어가니까 또 달라지더라고요. 워낙 캐릭터가 어디 항상 쫓기고 헉헉대고. 텐션이 항상 높게 가있으니까, 노래는 호흡을 내리라고 하는데, (텐션이) 항상 머리끝까지 가 있는 캐릭터다 보니까 그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이렇듯 지금은 ‘치치’에 몰입하고 있는 이진혁이지만, 제작사에서는 처음에 그에게 ‘치치’와 ‘스티비’역을 모두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스티비’와 ‘써니 보이’ 역할을 헷갈려 ‘치치’역을 선택했다는 웃픈(?) 일화가 있는 이진혁. 그에게 스티비를 선택했다면 어땠을지 질문하자, 그는 작품을 좀 더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며 말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치치는 주로 혼자 합니다. 그리고 다른 역과 이제 주고받는 신에서도 주로 일방이에요. 양방향이 아니라. 그러다 보니까 제가 안 나오는 스티비의 장면들을 듣고 있으면 가끔씩 좀 외롭거나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치치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그렇다 뿐이지 치치를 선택한 거에 후회는 전혀 없어요. 다시 하더라도 치치를 하고 싶어요.”
꿈은 높게.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
‘미오 프라텔로’가 끝나면 이진혁은 사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뮤지컬 ‘경종수정실록’.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질문하자.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튀어나온다.
“지금 개인적으로는 사극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어요. 일단 처음 궁금증이 갑자기 생겼던 게 그때는 이런 단어나 말투를 쓰지 않았잖아요. 그럼 이건 창작된 어투이자 뭐 그런 건 데…부터 시작해서. 왜 이런 말들이 우리한텐 자연스럽게 사극으로 여겨지지? 란 생각들을 지금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연습과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사극을 이해하는 것을 먼저하고 있다는 그에게, 첫 사극이 부담되지는 않는지 질문하자 이진혁은 모든 작품이 부담된다면서도 진중하게 말했다.
“저는 주로 부딪혀 보는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선을 긋는 순간 스스로 갇힐 것 같아서. 그래서 고음인 거 알면서도 도전을 한 거였고. 어려워 보이면서도 도전을 하고. 일부러 더 그러는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능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일부러 몰아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진혁의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진혁은 순식간에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당연히 제가 이제 모든 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가 취향이 아닌 분들이 저를 떠올리셨을 때도 ’그래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믿을 수 있는 배우야’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배우 괜찮아 보면 괜찮을 거야. 근데 내 취향은 아니야.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야.’하는 배우요.”
내심 이만큼 큰 포부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게 더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반문하자. 이진혁은 멋쩍어하면서도 “꿈은 높게 잡아야.”라며 웃었다.
첫 데뷔부터 지금까지. 이진혁은 그의 말대로 부딪치며 도전해 왔다. 매번 쉽지 않은 것에 도전하여 해냈고, 그 경험들은 켜켜이 쌓여 어느새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제아무리 큰 나무라도, 시작은 작은 씨앗이고, 그 기초는 단단히 자리 잡은 뿌리일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높은 꿈’이라는 그만의 나무가 쑥쑥 자라나리란 확신이 들었다. 그 양분이 되는 도전정신이 마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진혁이 또 어떤 도전을 하고, 또 벽을 뛰어넘을지.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기획 김현진, 이민정
인터뷰 진행 김현진, 이민정
촬영 및 사진 편집 김현진, 이지윤
촬영 및 영상 편집 이민정
제가 가장 애정하는 배우님이 인터뷰를 해주셨네요! 늘 믿고 보는 배우님이라서 관련 기사들도 많이 찾아보곤 했는데 생각보다 기사가 없어서 너무나 아쉽고 슬프던 과거의 시간들… 이제 안녕입니다ㅎㅎ 문화포커스 덕분에 배우님께서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나 작품에 임하는 마음 등 소중한 사실들을 알게 되어 그저 행복할 따름입니다. 특히 인터뷰어님께서 역시 전문가라는 것이 절절히 느껴질만큼 깊이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더욱 알찬 인터뷰가 된 것 같습니다. 이진혁 배우님 팬으로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유튜브 몽포커스 영상도 보았는데, 기본적으로 배우님과 작품들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서 저도 내내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문화포커스와 인터뷰어님의 기사를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