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다. 맥베스, 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연극에서 발레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며 공연계를 풍성하게 채웠다. 그리고 2024년의 끝자락, 이번엔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이 스핀오프 작품으로 새롭게 관객들을 찾아왔다. 연극 ‘스타크로스드’(제작 | 달컴퍼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진짜 불쌍한(Starcrossed) 이들이 ‘티볼트’와 ‘머큐쇼’였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 연극은 2018년 영국 프린지 페스티벌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연극의 한국 첫 상륙을 맞아 작품의 주인공인 ‘티볼트’와 ‘머큐쇼’를 맡은 배우 양지원과 신주협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문화포커스(이하 ‘문’) : 연극 ‘스타크로스드’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신주협(이하 ‘주협’) :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기존 희곡과) 형식은 같아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개나 형식, 그리고 원작의 대사를 많이 인용했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을 베이스로) 영국의 극작가 레이첼 가넷이 만든 창작 작품인데, 작품이 굉장히 신선해요. 정극이나 비극 같은 요소뿐만 아니라 일인 다역을 연기하는 ‘플레이어’의 다양한 재미 요소 덕분에 다방면으로 볼 게 많은 작품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 : 양지원 배우님은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세요?
양지원(이하 ‘지원’) : 앞에서 설명을 다 해서 (웃음).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사랑을 배워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문 : 그러고 보니 두 분 모두 연극 ‘스타크로스드’ 참여하게 된 계기를 대본으로 꼽으셨어요. 대본의 어떤 점이 특히 매력적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주협 :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인물이 변화하면서 좀 다르게 받아들여지거나 느끼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어떻게 원작에 있는 형식을 그대로 가져와서 거의 대입해서 썼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지?’ 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대본이 여러 장으로 굉장히 많이 나뉘어져 있어요. 요즘은 쇼츠 같은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길게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는 습관들이 많이 사라졌잖아요. 작품 대본을 읽으면서 장소와 시간이 빠르게 격변하는 부분들이 원작이 갖고 있는 무거움을 좀 덜어낼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관객분들이 봐도 재밌을 것 같고, 나도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선택하게 됐습니다.)
지원 : 저는 고전 작품들을 되게 좋아하고, ‘로미오와 줄리엣’도 되게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다양하게 표현된 작품들이 많잖아요. 근데 저도 ‘머큐쇼’와 ‘티볼트’ 얘기로 작품을 만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서 억지로 짜 맞춘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대본을 읽어보니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주협이가 말한 대로 너무 무겁지도 않고 재치 있게 이야기를 잘 푼 것 같아서 재미있게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아 되게 재밌다. 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 : 저도 ‘스타크로스드’가 원작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어요. 다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들 많이 알고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런 희곡을 재해석한 만큼 작품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쉬운 부분도 있고 또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지원 :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 굉장히 영(Young)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작품 준비할 때 ‘티볼트’와 ‘머큐쇼’ 둘 다 16세에서 20세 사이일 거라고 생각을 하고 포인트를 뒀어요. 작가도 대본에 실제로 그렇게 써놨고요. (연극 속 사건이) 나흘 간에 이루어진 일인데 지금 제 나이로 상상을 했을 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평생 증오에 차서 살았다가, 갑자기 사랑에 빠졌다가. 이런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침이요.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특유의 대사를 사용해 오마주 된 부분도 굉장히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그런 영(Young)함에 포커스를 많이 두려고 좀 노력을 했던 것 같고요.
그리고 이 작품을 한국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릴 때 과연 어떻게 보여드리는 게 좀 더 좋을까를 많이 의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측면을 조금 더 부각하는 쪽으로 가려고 했죠. 그런데 ‘스타크로스드’가 아까 주협이가 말한 것처럼 장면이 빠르게 바뀌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잖아요. 이걸 살리면서 비극적인 요소를 살리려고 하니 ‘티볼트’의 서사가 점핑되는 듯한 느낌이 좀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들을 어떻게 잘 이어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시적인 용어들을 말했을 때 관객분들께서 어떻게 따라오실 수 있을지… 그 부분에서 고민도 많았고 많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주협 : 쉬운 부분은 연습하기 전에 많았던 것 같아요. 연습하기 전에 이 작품을 읽고, ‘아 되게 재밌는 작품이 나오겠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원작이 있고, 그 형식을 갖고 있으니까.’ 되게 안일하게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겠다.’(생각했어요.) 근데 다 같이 처음 대본 리딩하던 테이블부터 공연 전날까지는 정말 쉬운 부분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요. 인물이 다르고, 빠르게 변화해야 되는 장면들을 어떻게 하면 스무스하게 갈 수 있을지. 그리고 워낙 고전적인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고전을 볼 때 저희가 느끼는 가장 큰 벽은 지루함이잖아요. 그런 것들(고전적인 대사들)을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 : 관련해서 질문하고 싶었던 게, 고전 스핀오프 작품으로 원작 대사를 인용하는 부분도 그렇고, 원작과 어우러지는 대사의 말맛이 너무 좋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그만큼 대사가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주협 : 대본 외우는데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외우는 데까지가 정말 어려웠어요. 어쨌든 고전 형식의 말이 저희가 평소에 말하는 습관하고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달달달. 다 같이 달달달 외우고. 누구 쉬면 다시 연습하자 해서 달달달. 또 똑같이 맞춰보고 이랬던 것 같아요.
지원: ‘머큐쇼’랑 ‘플레이어’도 워낙 말이 어렵게 쓰여 있긴 하지만, ‘티볼트’가 초반부에 굉장히 딱딱한 말투로 분노에 차 있고. 어떻게 보면 감정이 하나인 듯해서 단편적인 느낌도 좀 들고, 쓰는 말도 고어체까지는 아니지만 되게 딱딱한 언어로 쓰여 있어서. 제가 이 톤을 어떻게 가져갈까에 대한 고민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코미디나 재치 있는 요소도 저는 빼놓고 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전적인 연기법을 쓰더라도 요즘 시대에 맞으면서 일상적이게도 보일 수 있는 편안함이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 부분을 좀 찾고 싶었는데 티볼트라는 인물을 분석하면서, 초반에 ‘머큐쇼’와 사랑에 빠지기 전에는 그 딱딱하게 쓰는 어체가 ‘티볼트’의 강박적인 부분과 되게 잘 맞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또 머큐쇼와 사랑에 빠진 이후에는 일상적인 용어들로 자연스러운 언어들이 많이 쓰여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을 잘 살리면 좋겠구나라는 아이디어도 되게 많이 얻었어요.
아무튼 (초반의) 그 톤을 잡는 그 부분이 되게 어려웠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알 수 없는 ‘스타크로스드’
문 :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른 ‘스타크로스드’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주협 : 일단 인물이 다른 관점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니까 그게 재밌는 것 같고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형(양지원)이 말했듯이 어린 연인들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두 가문이 원수이기에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피함이 있었는데, ‘스타크로스드’도 같아요. 시대를 초월한 순수한 사랑과, ‘머큐쇼’와 ‘티볼트’라는 설정에 (더해서) 그 시대가 이들의 사랑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같이 묻어나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원 : 그다음에, 요즘 시대에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주협이랑 제가 초반에는 고정 페어였기 때문에. 같이 연습하면서 주협이도 얘기하고 저도 동의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순수하게 그려졌으면 좋겠다. 이 사랑이.’ 뭐랄까요? 어른들의 사랑이 아닌 어리고 순수한 사랑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티볼트’는 계속 ‘남자, 남자’라고 말을 하고 ‘머큐쇼’는 ‘오늘만 사는 거야’라면서 얘기는 하지만 결국엔 둘 다 정답을 모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을 아직 많이 겪어보지 못한 자들이 하는 말들처럼요. 물론 거기에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고 말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요.
그래서 이 사람한테 사랑에 빠지려고 하다가도 도저히 안 될 것 같고. 막 발을 담근 것 같은데 또 안 담근 것 같고. 계속해서 엄청난 심리적인 변화도 보여줄 수 있고. 그 당시 시대상에 이게(두 사람의 사랑이) 얼마나 큰 죄였는지도 앞선 상황들과 엮이면서 작품의 밀도와 긴장도가 높아지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게 이 작품만의 매력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 :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보면서 ‘알고 있는 내용인데, 이게 진짜 어떻게 진행되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지원 : 어디로 갈지 모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죠.
문 : 또 다른 작품의 매력을 말하자면. 연극을 보러 갔는데 노래를 하시더라고요.(웃음) 첫 장면에서 민요를 부르는 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중요한 장면에서 민요가 많이 등장하는데 준비할 때 어렵진 않으셨어요? 평소에 자주 부르는 스타일의 노래들이 아니잖아요.
주협 : 우리나라도 이런 비슷한 류의 음악 장르가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막 생소하다는 느낌까지는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보컬 코치님을 붙여 주셨어요. 그래서 되게 도움도 많이 받고.
지원 : 맞아요.
문 : 민요를 하시는 분을 붙여 주신 건가요?
주협 : 아니요, 아니요. 그냥 이게 장르가 연극이고. 연극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뭔가 뮤지컬스럽지 않음을 추구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이 텍스트가 더 잘 들릴 수 있고, 소리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분이 오셨어요. 너무 뮤지컬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게, 준비하면서 배우들끼리의 (공통된) 생각이었어요. 근데 어쨌든 노래 형식으로 돼 있다 보니까, 보다 보면 뮤지컬스러운 게 어쩔 수 없이 보이는데 그래도 최대한 그런 게 안 보이게끔.
문 : 그래서 그런지 너무 좋더라고요. 보다 보면 점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지원 : 이조차도 ‘스타크로스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장르를 딱 구분하는 게 아닌, 장르가 복합되는 부분이요.
문 : 그러네요. 진짜. 혹시 그럼 민요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있을까요?
주협 : 제일 좋아하는 노래요? 저는 제 노래는 아닌데 ‘베들렘(베들렘의 소녀)’ 그 노래가 되게 좋아요. 저희가 처음으로 마음이 제대로 맞아서 첫날밤을 함께하는 장면에 나오는 노래인데, 연기를 하면서 계속 듣거든요. 근데 어느 날 연습실에서 듣는데, 가사가 되게 예뻐가지고 (좋아하게 됐어요.) 멜로디도 되게 좋아하고
지원 : 저는 ‘점박이 암소’ 넘버가 좋더라고요. 가사도 시적이고 멜로디도 너무 좋고.
문 : 그 장면의 조명이 참 예뻤던 것 같아요. 약간 녹색 조명이 깔리면서 진짜 숲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거든요.
지원 : 숲 씬, 그 장면도 비하인드가 많죠.
문 :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여쭤보고 싶은데요.
지원 :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이 안 들어서 배우들끼리 아이디어를 많이 모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조명 감독님하고 같이 새벽 1시 반까지 남아서 회의하고. 배우들끼리 회의하고. 대표님과 같이 회의하고 해서…
주협 : 만든 장면이죠. 정말 숲은 수도 없이 고민을 했어요.
지원 : 제가 ‘엔젤스 인 아메리카’라는 작품 할 때도…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조심스럽지만, (작품 내) 미국에서도 퀴어의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가는 공원이 따로 있어요. 그리고 여기 이 숲이라는 것도 우리들(‘티볼트’와 ‘머큐쇼’-작품 내에서는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언급)만의 공간인데. 이거를 어떻게 해야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조명은 점점 줄어드는 형태고, 그다음에 두 번째 숲 씬에서는 좁힌 상태에서 넓어지는 형태거든요. 저희의 심리적인 표현을 좀 해보자 해서 그렇게 의견을 냈던 것 같고.
문 : 와, 이걸 알고 보면 훨씬 재밌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심플한 무대인데 굉장히 활용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조명이랑 어우러지는 것도 너무 좋았다 생각을 했는데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주협 : 무대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냈었어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님이 만들어 주신 폼(Form) 안에서 저희가 좀 더 아이디어를 냈어요. 장면이 계속 급변할 때, 우리의 시각선에 있는 이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장소를 구현하기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죠. 영상이 있다든지 아니면 소품이 들어온다든지. 근데 저희 작품에는 그런 게 없거든요. 단순히 조명적 변화와 플레이어의 의상 변화 정도로 이 공간이 어디로 바뀌었다는 걸 표현해요. 큰 구역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이 장소가 변했다라는 걸 관객들이나 저희가 플레이(연기)를 하면서도 의심이 될 때가 많거든요. 그럴 때 연출님하고 무대 감독님하고 조명 감독님이 오셔서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구역이 더 정확하게 나뉘고, 변화가 보일지 고민하며 만들었어요.
왜냐하면, 아까 말했듯이 보통 공연은 3장에서 4장 정도가 가장 기본적이어서 한 공간에서 쭉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작품은 너무 다양한 장소가 나오다 보니까요.(지원 : 저희는 25장이에요.)아무래도 연습실에는 형광등 아래에서만 연기를 하니까 ‘지금 변한 것처럼 보여요?’라는 걱정도 좀 있었어요. 그런 것들이 잘 보완된 것 같아서 저는 사실 좋습니다. 지금.
문 : 이 작품에서 무대의 특징 중의 하나는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는 부분 같아요. 혹시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지원 : 말씀드린 대로 25장이나 되다 보니까 장소 변화를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스툴을 옮기는 것도 배우들끼리 ‘차라리 이거라도 움직이면서 장소 변화를 좀 더 줘보면 어떠냐’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냈던 것 같아요. ‘파리스’의 옷장 문 여는 것도 아이디어를 냈었고.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계속 냈던 것 같아요.
근데 어떻게 보면 이렇게 장면 수가 많을 때 오히려 무대에 아무것도 없으면 차라리 관객들이 상상하면서 우리가 그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 부분이 의심도 됐고, 좀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머큐쇼’ 방이었는데 거기가 교회로도 쓰이고, 막 여러 공간으로 쓰이거든요. 그 장면을 관객분들이 믿고 보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다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잘 쓰이고 있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또 저희가 클라이밍도 하잖아요. 원래 ‘티볼트’도 담을 타는 장면이 있었는데. (문 : 정말요?) 네, 그 장면은 ‘로미오와 줄리엣’ 때 ‘로미오’가 ‘줄리엣’ 방의 담을 타는 것처럼 하려고 만들었었는데, 머큐쇼가 편지 읽는 장면에 방해되는 것 같아서 없애긴 했어요. 그렇게 없앴는데, 올라가서 창문 열고 들어오는 것까지 아이디어를 진짜 많이 냈던 것 같아요. 고민도 많았어요.
문 : 그만큼 열정이 많은 작품이었다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보면서 심플한 무대인데 영리하게 잘 활용한다 생각 했었거든요.
지원 : 진짜 많이 고민했어요.
주협 : 진짜 많이.
지원 : 정말 정말 많이 했어요.


모든 배우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만들어…
문 : 사전에 공개된 카드 뽑기 인터뷰를 보면 이번 공연 전부터도 알고 지내셨던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신데 어떤 느낌이세요?
주협 : 형도 그렇지만 저는 사실 처음 만난 형들이 좀 많아요. 당연히 알고는 있었죠. 다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서 같이 작품을 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실 개인적으로 지원이 형이 저랑 그래도 가장 가까운 나이대에 있는 사람이잖아요.(지원: 야!(웃음)) 저는 확실합니다. 그래서 사실 연기할 때 제일 편합니다.
그리고 초반에 페어마다 2주의 시간을 고정으로 돌아야 했던 게 있었어요. 이 작품이 초연이다 보니까 관객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 초반 2주 동안 안정적인 무언가를 만들기가 중요했고. 그러다 보니 공연 2주 전부터는 계속 지원이 형이랑만 이야기하고. 다른 형들하고도 물론 너무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당장 2주 동안 같이 공연을 해야 되는 건 지원이 형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훨씬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했던 게 많은 것 같아요.
문 : 그러면 상대 배우로서 서로를 평가해 보자면 어떨까요?
주협 : 형이요? 너무 좋죠. 그리고 사실 형한테 좀 고마웠던 건. 연습을 하다 보면 저도 어쨌든 의견을 좀 피력하게 내야 되는 순간이 오고 이러는데. 형이 굉장히 약간 기름 같은 남자여가지고 (웃음) 유하게 잘 만들어 줬어요. 상황들이나 이런 걸. 형한테 고마운 게 많죠.
지원 : 저는 주협이 나이대의 저를 생각했을 때, 연기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한편으로는 되게 부럽기도 하고. 주협이의 앞으로의 행보가 되게 궁금할 정도로. 되게 멋있는 친구구나. 그리고 형들 사이에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하기가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오히려 주협이한테 더 의견도 물어보고 편하게 얘기하라고 했던 건데, 주협이가 그런 와중에도 되게 자신의 심지를 가지고 연기를 뚝심 있게 해내더라고요. 되게 멋있었어요. 동료 배우로.
문 :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고정 페어셨다 보니까 첫 공연 상대 배우이기도 하세요. 첫 공연 당일 에피소드 있었을까요?
주협 : 사실 에피소드라기보다 이거 좀 되게 감사한 일인데. 그러니까 연습기간 동안 저희가, 아마 기자님께서 ‘당연히 너무 고생하셨겠죠’ 하는 거 한 3배로 (고생했어요). 전 배우가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쏟아가지고 다들 ‘이거 진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떡하지?’(하는 심정이었어요.) 그러니까, ‘여기까지 우리는 해왔고. 제가 이걸 처음 보여줘야 되니.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경수 형하고 정복 형이 첫 문을 너무 잘 열어주셨고. 또 찬호 형이랑 동화 형도 너무 잘 열어주셨고. 그런 걸 보면서 아까도 얘기했듯이 지원이 형이랑 2주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잖아요. (오히려) 첫 공연 날 좀 안심이 된 게 있었어요.
뭔가 다른 형들 첫공을 챙겨보면서, 우리가 고민했던 부분들이 관객들한테도 공감이 되시는 것 같은데. 이 반응으로 봤을 때는? (싶은 거예요.) 그리고 형들이 저희 페어 공연할 때 와주셔서, ‘안정적이게 잘 할 거다’라고 얘기를 해 주실 만큼 준비를 많이 했어 가지고.
지원 : 형들도 계속 무대에서 제일 안정적인 페어라고. (이야기해 줬어요.)
주협 : ‘안정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분 좋게 올라갔던 것 같아요. 그냥, ‘헐, 드디어 한다.’(웃음)
지원 : 저도 똑같아요. 저도 워낙 연습을 많이 해가지고. 사실 그냥 빨리하고 싶었고.(웃음) 그리고 진짜 감사한 거는 형들이 너무 잘해줘서 갑자기 부담이 확 떨어졌어요. 첫공과 둘공을 보니까, 관객분들이 이런 요소를 재미있게 보시겠구나 했던 포인트들을 그대로 봐주시더라고요. ‘그냥 우리만 잘하면 되겠구나.’하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희) 첫공 때 되게 편안하게 한 것 같아요.
어려웠던 부분은… 첫 공연 끝나고 피드백은 사실 딱 하나였어요. ‘대사가 뒤에까지 잘 안 들린다 좀 크게 해달라.’라는 얘기가 나와서. 고려를 못 했던 부분이었거든요. 첫공 때 그거 밸런스 맞추는 게 조금 어려웠던 거지. 그거 말고는 사실 뭐…
주협 : 전혀. 정말 저희 첫공 때 대기실에서. (지원) 형이랑 저는.
지원 : 빨리 공개했으면 좋겠다 했어요.
주협 : 성윤이 형은 이미 한 번 해서 너무 편안하게 있고.(웃음) 저랑 형은 엄청 떨릴 줄 알았거든요. 근데 형이랑도 첫공 전에는 무조건 또 맞춰보니까. 맞춰보면서도 여기서 뭐 더 할 게 이제 더 없는데? 그래서(웃음)
지원 : 다 됐네~ 이러면서.
주협 : 다 됐어. 했어요
문 : 이게 바로 반복 학습의 가장 중요한 점이죠.(웃음)
주협, 지원 : 그럼요. 그럼요.
문 : 제가 현장에 있던 분께 들었던 얘기는, 첫 키스 씬에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고.
주협 : 그건 요즘도 종종 들리던데요?
문 : 정말요? 그 장면이 알고 봐도 의외이긴 해요. 저도 깜짝 놀라긴 했거든요.
주협 : 사고니까요. 드라마상으로도 사고고. 사건을 해결해 내기 위한 해결책으로 뽀뽀를 쓴 거니까요.
지원 : 이 장면 만드는 것도 진짜 어마어마했어요. 어디까지 도망가고, 더 코미디적으로 눈앞에 보이는데 안 본 척할 것이냐. 동선을 쓰려면 더 쓸 수 있잖아요. 문 열고 나올 수도 있고. 별의별 걸 다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드라마상 너무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냥 하자고 했죠.
주협 : 맞아요. 진짜(웃음)
문 : 그래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거군요.
지원 : 다 형들 덕분이에요. 진짜로.
주협 : 정말.


가치관이 닮은 ‘머큐쇼’,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이 너무 좋아
문 : 이번에 ‘머큐쇼’ 역할이 제가 봤을 때는 그동안 연기하셨던 캐릭터들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연기하시기에는 어떠세요?
주협 : 대본을 처음에 받아서 읽고, 개인적으로 ‘머큐쇼’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관이 저랑 좀 닮은 게 좀 많아가지고 재밌겠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했던 역할들 중에 두 역할이 좀 떠올랐었는데, ‘난쟁이들’ ‘찰리’랑, 그리고 뮤지컬 ‘제이미’라는 작품의 ‘제이미’와 비슷하면서 달랐어요. ‘이 친구(머큐쇼)가 훨씬 더 용감하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기하는 저랑 크게 다르다라는 생각은 안 해요.
근데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어렸을 때만 해도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런 미래에 갇혀서 살다 보니 걱정만 늘어나는 삶을 사는 제가 싫어서 20대 후반 때부터는 굉장히 ‘머큐쇼’스럽게 살았거든요.
굳이 너무 먼 미래나, 3, 4년 뒤에 무엇이 되고 싶어. 이런 것보다. 그냥 오늘 먹고 싶은 거, 오늘 저녁에 내가 하루를 돌아봤을 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들을 좀 취하면서 살았었는데. 그런 부분이 ‘머큐쇼’랑 좀 비슷해요. 저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하고는 좀 비슷한 게 있어요.
문 : 개막 전 인터뷰에서 ‘스타크로스드’ 라는 작품에 대해, ‘다양한 테마가 어우러지는 놀이동산처럼 다양한 색깔을 조화롭게 가지고 있다’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본인은 그럼 어떤 색깔의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주협 : 저는 이 둘의 순수한 사랑이 너무 좋습니다. 제가 ‘티볼트’한테 하는 그 대사 중에 ‘숲1’에서 ‘남들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듣지 말고 네 마음속 소리를 들어봐’라는 말이 있는데 제가 하면서도 그 대사를 참 좋아해요. 그리고 관객분들에게 꼭 이야기해 주고 싶은 부분이고요.
저희가 살다 보면 여기에 치이고, 저기에 치이고. 저 사람 말에 귀 기울일 때가 있고. 물론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여야 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만, 그걸 선택하고 판단하고 내 걸로 만드는 건 나 자신이잖아요. 그런 내용들이 있는 부분이어서 그 장면을 참 좋아해요.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순수한 사랑이랑 연관해서, 남들의 기준이나 소리에 영향을 받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고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가장 순수한 사랑, 그 본질적인 너라는 존재로서의 사랑이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이 작품에서 저는 그게 제일 좋아하는 색깔입니다.
문 : 색깔로 표현하자면 무슨 색깔이랑 가까울까요?
주협 : 글쎄요. 보통 무지개라고 하죠?
문 : 역시 무지개인가요?(웃음) 그리고 극을 보다 보면 첫 키스 이후에 ‘티볼트’는 굉장히 번민을 하는 모습이 보여요. 근데 ‘머큐쇼’는 ‘티볼트’보다는 좀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느낌인데, 당시의 ‘머큐쇼’는 어떤 심경이었을까요? 저는 이게 좀 궁금했어요.
주협 : 이게 왜냐하면, 그 사건은 ‘로미오’를 위해서 내(머큐쇼)가 ‘티볼트’에게 시선을 돌려야겠다 하고 선택한 행동이잖아요. 근데 ‘머큐쇼’라는 인물 자체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하지만,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어떡하지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좀 수월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근데 어쨌든 그 뒤에 ‘티볼트’가 계속 떠오르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이제 좀 의아했겠죠. ‘내가 왜 사고 같은 키스로 인해, 내가 왜 이 사람이 떠오르지? 왜 그러지?’ 이런 의구심이 있지만, 그게 나중에 ‘티볼트’랑 딱 맞아떨어지면서 이제 ‘머큐쇼’ 또한 진지해질 수 있는 포인트가 되지 않나 (싶어요.)
[인터뷰] 잠깐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공연이 되길. 연극 ‘스타크로스드’.. 양지원과 신주협②으로 이어집니다
기획 김현진, 이민정
인터뷰 진행 김현진, 이민정
촬영 및 사진 편집 김현진, 전민영
촬영 및 영상 편집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