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별의 엇갈림, 찰나의 순간이 빚어낸 순수한 사랑. 연극 ‘스타크로스드’.. 양지원과 신주협①’에서 이어집니다.
※이후부터는 연극 ‘스타크로스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 예정인 분들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문화포커스(이하 ‘문’) : ‘플레이어’ 얘기가 빠질 수가 없잖아요. ‘플레이어’가 정말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게 이 작품의 묘미인데, 관객들이 플레이어 연기 중에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보면 재밌을까요?
양지원(이하 ‘지원’) : 코미디적인 부분에서 비극으로 바뀌면서 얘기가 나왔는데 ‘과연 그 시대에 플레이어 형님들이 맡고 있는 역할들이 이 둘(티볼트와 머큐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 것이냐.’(라는 질문이 있었어요.) 전에 받았던 대본에서는 그 요소가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었거든요. 예를 들면 ‘살바토레’가 과연 이 둘의 관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고,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비밀 사세요.’ 때 이 둘의 관계까지 말하는 것인가? 이런 긴장감을 좀 더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살바토레’ 뿐만 아니라 ‘벤볼리오’도 마찬가지고. 계속 나오는 그 많은 역할들이 과연 이 둘의 관계를 어디까지 알고 있고, 이 시대상에서 이걸 아는 게 맞나? 그리고 ‘캐퓰렛 경’과 ‘몬테규 경’ 셋이서 얘기하는 장면에서 저(티볼트)를 혼낼 때. 그때도 과연 경들이 다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요소를 잘 놓고 보면은 좀 더 드라마를 밀도 있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신주협(이하 ‘주협’) : ‘플레이어’ 형들이 연기하는 역할이 되게 다양하고 많잖아요. 그냥 개인적으로는 관객분들이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티볼트’와 ‘머큐쇼’를 바라보는 것도 되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좀 해요. 왜냐하면 사실 이 둘의 사랑을 극 안에서 지켜보고 있고, 들어주고 있고,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 둘의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연기하는 역할)’로 인해서 시작되는 갈등들이잖아요.
왜냐하면 이 둘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것도 ‘캐퓰렛’이 있고, ‘로미오’가 있고. 그리고 ‘하녀’가 있고. ‘수사’가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 둘의 사랑을 지켜보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나는 과연 이 둘의 사랑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같이 두고 보면 아마 훨씬 더 재밌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나만의 신’을 찾아 헤매던 ‘티볼트’가 마침내 찾아낸 ‘어두운 평화’
문 : 지원 배우님께 질문인데, 지금 배우 중에서 유일하게 밝게 탈색을 하셨어요. 특별하게 의도하신 게 있으실까요?
지원 : 대본에 이제 종달새랑 밤꾀꼬리가 나오는데 사실 종달새랑 밤꾀꼬리 보시면 약간 그 황금색의 갈색이거든요. 제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에요).
그 대사가 있거든요. ‘종달새의 노래는 우리한테 떠나라는 경고의 신호야. 그걸 따라 해야 돼. 머무르면 우리 그냥 둘 다 죽어. 너무 잔인하다는 거 알아. 근데 우리 어쩔 수 없어. 다른 연인들이랑 우리가 다르니까’ 이렇게. 그래서 ‘티볼트’가 ‘결국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문 : 일종의 암시였군요.
지원 : 그리고 또 ‘플레이어’의 가사 중에도 ‘황금빛 머리칼로 가져와서 둥지를 만들자. 우리가 둥지를 메꾸자’ 이런 가사도 있고 해서 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좀 했어요.
문 : 근데 너무 잘 어울리셨어요. 무대에서 봤을 때는 더 밝아 보여서.
지원 : 지금보다 더 밝아 보이죠?
문 : 네, 정말 금발로 보였어요. 그래서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 너무 좋은데요. 그리고 개막 전 인터뷰에서 ‘스타크로스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두운 평화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제가 공연을 보고 나니까 참 공감이 가더라고요. 기사를 보실 분들께 조금 더 자세하게 이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원 :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이기도 한데. 저는 작품을 볼 때 그 작품에서 던져주는 메시지가 뭘까를 항상 고민을 많이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요. 제가 되게 좋아하고 많이 보는데 어린아이들이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 훈육 혹은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서 자아에 영향을 엄청 많이 받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에 대한 사랑을 계속 갈구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티볼트’를 대입해 봤던 것 같아요.
‘살바토레’라는 인물이 작가님이 만든, 만들어진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살바토레’를 굳이 왜 만들었을까 싶었을 때. 저는 ‘티볼트’가 ‘머큐쇼’의 말처럼 맹목적으로 그냥 계속 증오에 차 있고 자기가 왜 ‘캐퓰렛’에 헌신해야 되는지도 모르는 게, 그냥 ‘나만의 신’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부모한테 받지 못했던 그 사랑, 사랑을 대신할 나만의 어떤 신적인 존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게 가문이 될지 명예가 될지. 혹은 뭐가 될지 몰랐던 사람 같아요.
그래서 맹목적으로 증오에 가득 차서, 누군가를 이렇게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인물인데. 이 인물이 ‘머큐쇼’로 인해서 사랑을 배우고. 나와 다른 가문. 나와 다른 사람을 항상 죽이려고 증오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사랑을 배우고. 그래서 결국에는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고. 마지막에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고. 결국엔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이 세상한테도 마지막에 축복하고 죽거든요.
이 과정들이 되게 암담하고 슬프긴 하지만. ‘사랑을 배웠다’라는 거에서 또 평화가 있지 않나. 그래서 ‘어두운 평화’라고. 이 말이 저에게 되게 감동이 되고, 이 작품을 제가 선택한 계기이기도 해요.
문 : 조금 전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초반에 거칠고 외로운 늑대 같던 ‘티볼트’가 점점 부드럽고 따스하게 변해가는 게, 관객의 입장에선 자연스럽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연기하실 때는 아까 어조 걱정하셨던 것처럼 어렵지는 않으셨을까 싶었어요.
지원 : 언제 마음이 열릴 것이고, 어디까지 열릴 것이고, 제가 언제 사랑에 빠질 것인지 처음에 이 고민이 진짜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나흘이라는 시간이 되게 짧잖아요. 저도 모르게 사랑에 확 빠졌다가, 또 ‘이거 아닌가 발 빼야 되나.’하는 감정의 요동침이 저는 오히려 빨리빨리 보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다음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 작품이 비극적인 부분을 많이 가져가려고 하다 보니, 그 씬들이 이어질 때 ‘티볼트’의 감정선이 과연 관객분들이 이해하면서 따라올 수 있게끔 이어지냐 이게 가장 큰 고민이었고, 지금도 솔직히 그 부분은 조금 의문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관객분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으시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하시고 따라오실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한 번 보고 이 모든 장면들이 매끄럽게 전달이 될까? 아직 어려운 부분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키스하고 제가 따로 불러내잖아요. 편지를 써서 캐퓰렛의 과수원으로 불러내고. 거기서 제가 ‘나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먼저 키스를 하고. ‘아 이거구나, 이거였구나’라고 깨닫고. 우리 이제 숲에서 만나자 하고 보냈는데, 또 숲에서 다시 만날 때는 제가 헤어지자고 그랬거든요. 물론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을 과연 느끼실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물론 그 전에 ‘파리스 백작’과 만나서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요.
문 : 저는 그 장면에서 ‘파리스 백작’을 만나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심경의 변화가 생겼으니까. 저 장면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게 이해가 되기는 했거든요.
지원 : 그러면 너무 베스트죠. 그런 식으로 제가 어떻게 해야 밀도 있게 잘 따라오실 수 있을까 이 고민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교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왔을 때 ‘머큐쇼’가 ‘살바토레’의 구걸하는 그릇에 동전을 넣잖아요. 제가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더 나은 거지한테 그런 자비 베풀라고. 너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가잖아요. 근데 여기도 이 말들이 너무 어려운 거예요. 너무 시적인 말들이라 과연 어디까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까 싶어서… 기자님은 어떻게 이해하셨어요?
문 : 저는, ‘티볼트’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에 복잡한 걸 많이 갖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감정의 변화가 남들과는 다른 롤러코스터가 있는 건 보면서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반대로 ‘머큐쇼’ 역할이 중심을 잡아주잖아요. 계속 그래서 둘의 조화가 좋구나 느꼈거든요.
그리고 또 저기서 의문을 가지더라도 바로 그다음에 더 내용이 나오니까요. ‘티볼트’가 ‘살바토레’에게 가진 감정의 깊이도 알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장면이 스피디하게 넘어가지만, 스피디하게 넘어가는 대신 설명도 빨라요. 관객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져도 바로 해소가 됐던 것 같아요.
지원 : 그래서 제가 그 장면에서 ‘머큐쇼’가 저한테 ‘나 동전은 많은데. 내 천상의 키스는 필요할걸?’ 이렇게 말하거든요. 제가 그때 거절을 한단 말이죠. 뉘앙스로. ‘하지만 내가 너의 그 거룩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이라고 거절을 하는데. 뭐랄까요? 단순히 연인의 싸움으로 안 보였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리고 퀴어적인 고민이 들어가는 것까지 보여지나? 이런 부분도요. 아직은 제가 두려워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오늘만 사는 ‘머큐쇼’는 너무 당당하게 하는데. 저는 항상 내일을 걱정하고. 제가 그 부분까지 걱정하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보이는지요.
그리고 그 뒤에 또 제가 또 고백하거든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고백이긴 한데. 그런 감정선들이 과연 잘 따라와지나? 이런 고민을 제일 많이 하고,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문 : 근데 고민하시는 것만큼, 저는 보면서는 잘 따라가졌던 것 같아요. 어색하거나 이상하다거나 불편하다거나 이런 건 없었어요. 저는.
지원 : 그러면 너무 좋구요.
문 : 아마 관객분들도 똑같으실 것 같아요.



더해진 이야기들이 만들어 낸 조화로움
문 :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구하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데, 이 작품에서는 ‘티볼트’가 캐퓰렛의 직계가 아닌 ‘레이디 캐퓰렛’의 조카라는 설을 중심으로 인용했잖아요. 거기에 가족을 버린 친아버지의 설정이 더해져서 더 입체적이 되었죠. 그리고 많은 파생 작품에서 당연하게 사용되는 ‘티볼트’가 ‘캐퓰렛의 후계자이자 젊은 리더’라는 설정을 없애는 대신, 그런 ‘티볼트’가 캐퓰렛 경에게 인정을 받고, 후계자가 되면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장면이 극적이면서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원 : 사실 ‘티볼트’에겐 ‘머큐쇼’만 없었으면 인생 최고의 날인 거잖아요. 근데 제가 연기할 때는, 개인적으로 제 이면에서는 너무 좋은데 ‘머큐쇼’가 계속 가슴이 막 맴도는 거예요. 이제 그것까지 관객들한테 보여지면 다음 장면이 너무 보여지는 것 같아서, 거기까지는 연기를 하지 않지만요. 어떻게 보면은 그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장면이 굉장히 극적인데, 정반대로 ‘티볼트’는 ‘내가 이렇게 내 인생에서 있을까 말까 한, 말도 안 되는 이런 진짜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난 너밖에 생각이 안 나. 내 눈이 너밖에 안 보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 때 ‘캐퓰렛 경’이 (작위를) 수여해 주면서, ‘너를 보면 사람들이 다 고개 숙일 거고, 다들 널 두려워할 거다.’라는 얘기를 하거든요. 저는 그 장면에서, ‘그런 와중에도 계속 ‘머큐쇼’만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연기를 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할 정도로. 저는 이 장면을 그렇게 그리고 있거든요. 거기까지 관객분들에게 보이기를 원하지는 않지만요.
문 : 본인만의 감춰진 이야기인 거군요. 근데 캐릭터가 입체적이 된 만큼 연기하기는 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거든요. 표현해야 될 게 더 많으니까.
지원 : 이게 고전이라 언어는 어렵게 써져 있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되게 복합적이고 굉장히 입체적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 어떻게 해야 더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진짜 사람처럼 보일까를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영(Young)함을 선택한 게 감정의 폭도 크고,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에 유리해서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고전을 표현하는 작품들마다 ‘티볼트’에 대한 정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디카프리오가 나왔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과, 그 이전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티볼트’의 느낌이 또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 작품이 스핀오프이기도 하니까. 이렇게 아픔을 겪고, 겉으로는 갑옷같이 뭔가 쌓여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내면에는 정말 인간적인 것들이 있다는 걸 더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제가 그렇게 만들어내려고 하다 보니까 창작진 분들이 ‘입체적으로 보인다’라고 많이 얘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되게 좋은 코멘트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연기를 봤을 때 ‘입체적으로 보인다’라는 게 저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문 : 저는 그래서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이제 ‘머큐쇼’ 얘기로 좀 넘어갈게요. ‘티볼트’는 사실 마지막에 본인의 감정을 관객에게 보여주잖아요. 대사를 통해서. 그런데 ‘머큐쇼’는 아쉽게 원작의 대사만 하고 끝이 나거든요. 그래서 신주협의 ‘머큐쇼’라면 ‘티볼트’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을지가 사실 좀 궁금해요.
주협 : 아마 큐가 비슷하면 ‘머큐쇼’ 형들이 다, 마지막에 ‘티볼트’를 이렇게 볼 수 있는 순간이 있거든요. 제가 죽고 나서 이제 ‘티볼트’의 ‘본심의 독백’이 나오는데. 그 마지막 눈을 보면서 충분히, 내(머큐쇼)가 이 극이 시작했을 때 바라봤던 ‘티볼트’에서 지금의 ‘티볼트’로 변화한 모습을 보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그래, 그냥 지금처럼. 타인의 삶이 아니라, 너의 삶을 살면 될 것 같아. 넌 계속 살아봐.’ 그냥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까요.
문 : 그런데 ‘티볼트’가…
지원 : 죽음을 택하는…
문 : 그러네요.(웃음) ‘티볼트’나 ‘머큐쇼’ 모두 가족에 대한 이슈랑 결핍이 있어요. 그렇게 발생한 결핍을 서로의 존재가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저는 이 공연에서 가장 백미라고 생각을 하는데. ‘티볼트’와 ‘머큐쇼’ 입장에서 가족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상대방은 어떤 존재인지 코멘트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주협 : 우와. 가장 쉽게 얘기하면, 저는, ‘머큐쇼’는 사랑을 받고 싶었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 관계가 가족이고, 사랑을 받을 줄 몰랐던 대상인데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게 ‘티볼트’지 않나.
지원 : 저는 상상하기 나름이긴 한데, ‘살바토레’랑 대화할 때 대사에 ‘나는 내 어머니와의 추억. 어머니한테 받았던 그 사랑을 기리러 갈 거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근데 저는 ‘과연 어머니한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았을까?’라는 고민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이런 분이라는 걸 너무 명확하게 극에서 보여주고 있으니까, 저 대사를 통해 반대로 어머니한테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겠구나라고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는, 이거는 그냥 ‘티볼트’가 부모한테 받는 사랑이 무엇인지 자체를 모르는 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상대적으로, 어머니가 그나마 저한테 베푼 게 그냥 사랑이라고 느꼈던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 사랑이라는 것 자체를 가족한테 받아본 적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저는 조금 반대로도 좀 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머큐쇼’라는 존재가 저한테 이렇게 나흘 동안 격변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존재지 않나. 그래서 마지막에 목숨까지도 그렇게 내놓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문 : 사실은 그러다 보니까 결투 전의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완벽한 연인인데, 그렇기 때문에 곧 다가올 비극이 가슴이 아프면서도 더 극대화되는 느낌인데요. 연기하면서 그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있으실까요?
주협 : 순수하게? 보였을 때 예쁜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문 : 근데 순수하니까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주협 : 네, 그렇게 가야 되는 것 같아요. 뭔가 형태적으로 너무 예쁘게 생긴 두 인물이 막 서로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고, 만져주고. 그래서 예뻐 보이는 게 아니라. 그 둘이 뱉고 있는 말과 지금 둘이 서로한테 향하고 있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순수해 보였으면 좋겠다. 그게 순수해서 보는 사람들에게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 이게 맞는 거 (같아서). 그걸 좀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듬뿍듬뿍 대리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되길
문 : 마지막으로 ‘스타크로스드’를 보러 올 관객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주협 : 아주 재밌습니다.
문 : 그거는 저도 보장합니다. 아주 재밌습니다.(웃음)
주협 : 아주 재밌습니다.(웃음) 아주 재밌고. 제 아는 지인이 이걸 보고 그랬거든요. 앞에 질문의 답이랑 좀 비슷한데, ‘너무 예쁘다. 너무 예뻐서 너무 슬픈 것 같다’라고 얘기했는데요. 뭔가 현실에 지쳐서 사랑받지 못했던 많은 관객분들이 오셔가지고 듬뿍듬뿍 대리 사랑을 느끼시면 어떨까 합니다.
지원 :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전쟁도 그렇고 우리나라 상황도 되게 안 좋잖아요. 그래서 한편으로 이 작품이 재치도 있고 재미도 있고, 그리고 또 감동도 있고 해서. 그냥 편하게 오셔서, 이렇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같이 편하게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만 요즘 하는 것 같아요.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 중에 ‘로미오와 줄리엣’만큼 큰 사랑을 받은 희곡이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는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기에 쉽지만, 반대로 가혹한 저울 위에 놓이게 된다.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에서 ‘스타크로스드’는 영리하게 돌파구를 찾았다. 색다른 설정이 추가되었지만 작가가 쌓은 촘촘한 서사가 이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작가의 고민이 켜켜이 쌓인 대본을 빛내기 위해 국내의 창작진과 배우들은 화려한 꾸밈 대신 서사에 집중하고 전달하려 노력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이 이야기의 결말은 비극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비극이기 때문이 아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순수한 사랑’이. 아이러니하게도 익숙함 속에서 잊고 있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화두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또 한 번 감탄을 하게 된다.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하던 사람도,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스타크로스드’라면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의 말처럼 대리사랑도 듬뿍 받고, 재미와 감동도 받을 수 있는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2025년 3월 2일까지 대학로 예스24 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기획 김현진, 이민정
인터뷰 진행 김현진, 이민정
촬영 및 사진 편집 김현진, 전민영
촬영 및 영상 편집 이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