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에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임해나-예콴의 주니어 그랑프리 동메달 소식이었다.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에서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 소식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 소식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대한민국 아이스 댄스 역사상 최초의 주니어 그랑프리 메달이었기 때문이었다. 뒤 이어진 2022/2023 시즌에는 아시아 아이스 댄스 역사상 최초의 주니어 그랑프리 우승,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과 주니어 세계 선수권 준우승이라는 호재를 연달아 전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던 나날이었다.
그리고 2023/2024 시즌, 두 사람은 시니어 아이스 댄스 팀으로 새로운 도전의 나날을 걷고 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2월 초, 사대륙 선수권에서 경기 후 두 사람을 만나 본지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첫 시니어 시즌의 목표는 기억에 남는 팀이 되는 것
문화포커스(이하 ‘문’): 이번 시즌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싶나요?
예콴(이하 ‘예’): 정말 정말 자랑스러워요. 시니어의 첫 시즌인데 그랑프리 대회, 챌린져, 챔피언십까지 많은 대회를 나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큰 특권인 것 같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주니어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발전이 매우 자랑스러워요.
임해나 (이하 ‘해’): 정말 기뻐요. 이렇게 많은 대회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또 한국 대표로 한국을 위해서 스케이트 탈 수 있게 되니까 느낌이 매우 다른 것 같아요.
2024년부터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가 기존의 12명에서 16명으로 증원되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없던 아이스 댄스 국가대표 TO가 생기면서 두 사람은 두 번의 국내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2024년 ISU 피겨스케이팅 사대륙 선수권 대회는 두 사람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출전한 첫 국제대회였다.
문: 이번 시즌 목표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들을 각인시키고 싶다’ 였어요. 세계 선수권만 남은 지금, 그 목표를 이룬 것 같나요?
예: 강렬한 스토리텔링과 강한 스케이팅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목표였는데, 잘 된 것 같아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 대회들을 나간 후에, 팬들로부터 ‘프로그램 정말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좋아요. 잘했구나 생각이 돼요.
아이스 댄스는 종목명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3개의 종목(남녀 싱글 스케이팅, 페어 스케이팅)과 다른 점이 많다. 남녀가 함께 출전한다는 부분에서 페어 스케이팅과 헷갈릴 수 있지만 빙판 위의 ‘볼룸 댄스’가 주가 되는 종목으로, 다른 종목과 달리 점프를 뛰지 않는다. 대신 깊은 엣지를 사용하는 스텝과 화려한 댄스, 두 사람의 호흡을 보여주는 리프트 등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종목 자체의 구성뿐만 아니라 싱글과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주니어와 시니어의 차이이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와서 바로 좋은 성적을 내는 싱글과 페어 스케이팅과 달리 주니어 아이스 댄스는 시니어에 올라와 바로 좋은 성적을 내기 쉽지 않다. 고난이도 점프와 같은 도드라지는 기술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 스케이팅 스킬이나 프리젠테이션 등의 구성 요소의 점수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싱글 스케이팅이나 페어 스케이팅과 달리, 아이스 댄스는 채점되는 대부분의 요소가 숙련되는 데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도드라지는 몇 개의 기술 요소만으로 점수를 획득하기 힘들다. 따라서 주니어 선수가 시니어 선수가 되어 성적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로 신채점제 도입 이후*, 전년도 주니어 세계 선수권 입상자가 다음 해 시니어 세계 선수권에 입상한 경우는 미국의 시부타니 남매 한 팀뿐이었으며, 이 팀 역시 다시 세계 선수권에 입상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신채점제 아이스 댄스 팀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던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캐나다),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미국),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제롱(프랑스) 역시 시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의 시간이 소요 되었다.
(*신체점제 도입 이전과 이후는 점수 평가 방식이 완전히 달라 비교하기 어려움)
두 사람 역시 이러한 주니어 아이스 댄스와 시니어 아이스 댄스의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첫 시니어 시즌인 2023~2024년에는 시니어로서의 성장을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문: 주니어와 다른 성숙함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성숙함을 표현하기 위해 더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해: 저는 주니어 때 더 빨리 스케이팅 하고, 더 센 프로그램을 하는 것에 더 많은 집중을 했어요. 예와 교감(connection)하는 것에는 많이 집중하지 않았죠. 그냥 따로따로 스케이팅을 타고 에너지 넘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했는데, 지금은 좀 더 ‘함께(together)한다’는 느낌에 집중했어요.
예: 주니어 때는 저를 드러내는 것에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해: ‘함께’가 아니라 ‘각자 각자’. 주니어 때는 ‘나 여기있어, 나만 봐’ 이런 느낌으로 연기를 했어요.
예: 하지만 시니어는 좀 더 복잡해요. 파트너간의 교감(connection)이 중요하죠.
“저와 해나는 우리만의 것을 해 온 것 같아요“
아이스 댄스는 싱글 스케이팅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프로그램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매긴다. 싱글 스케이팅에서는 2개의 프로그램을 쇼트 프로그램/프리 스케이팅(또는 롱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하지만, 아이스 댄스에서는 리듬 댄스/프리 댄스라고 명명한다.
싱글 스케이팅의 쇼트 프로그램처럼 짧은 연기를 보여주는 리듬 댄스는 매 시즌 장르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스텝/패턴이 지정된다. 이번 시즌은 “80년대 음악과 느낌”을 주제로 로커 폭스트롯 패턴을 수행해야 한다. 두 사람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전설적인 뮤지션 프린스의 노래로 역동적인 리듬 댄스를 연기했다.
문: 이번 시즌 더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뭔가요?
예: 프로그램을 둘 다 좋아하긴 하지만 프리 댄스를 더 좋아해요. 좀 더 (둘이) 연결된 부분이 많다고 느껴져요. 쇼트 댄스는 항상 에너지 넘치는 파티에 가까워서 재밌죠. 스케이팅의 종류는 다르지만 지금은 프리 댄스를 더 좋아해요.
해: 리듬 댄스는 항상 정말 빠르고, 프리 댄스는 좀 더 스무스하죠. 그래서 프리 댄스를 더 좋아해요.
예: 프리 댄스는 제 개성과 캐릭터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지만 리듬 댄스는 캐릭터를 갖기 힘들었어요.
문: 두 사람이 연기할 때, 해나는 배경이 되는 무대를 예는 캐릭터를 생각한다고 들었어요. 리듬 댄스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하나요?
예: 프린스는 정말 복잡한 캐릭터에요. 저는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고, 이해하기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경기에 임할 때마다 ‘아, 이건 파티다’라고 생각하고 느려지는 부분에서는 해나와 교감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하죠. 그렇지만 평소에는 ‘이건 에너지 넘치는 파티다, 재미있게 놀아야지’라는 생각만 주로 해요.
해: 저는 그냥 저희가 스테이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프린스는 아이돌이고 가수니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듬을 찾죠.
문: 80년대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80년대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요? 답을 찾았을까요?
예: 제 생각에 80년대는 정말 자신감 있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진지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로서로 즐기려고 했어요.
문: 저는 80년대라는 주제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시대와 다른 독보적인 차이점이 모호한 것 같아요.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1920-30년대의 부유함과 자신감 같은 느낌은 아니잖아요.
해: 맞아요. 모호한 부분이 있죠. 1970년대는 디스코가 있었는데, 80~90년대는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예: 맞아요. 지금은 어떤 80년대 스타일을 표현할까라는 생각보다는 ‘프린스’ 캐릭터나 ‘프린스’ 분위기 같은 부분을 주로 생각해요.
해: 80년대 테마보다는 ‘프린스’ 캐릭터에 더 집중하는 거죠.
예: ‘프린스’라는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재미있게 놀까에 집중하고 있어요.
프리 댄스는 자유로운 주제로 4분간 아이스 댄스의 기본 기술을 포함하여 연기한다. 좀 더 팀의 개성을 잘 느낄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번 시즌 <쉘부르의 우산> OST 음악에 맞춰 드라마틱한 커플의 모습을 보여줬다.
문: 오늘 정말 멋진 프리 댄스를 보여줬어요. 프리 댄스에 관해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해: 부드러운 러브 스토리나 연약한 캐릭터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이 프로그램을 했을 때 어려움이 있었어요.
예: 항상 음악에 강한 임팩트를 주는 강한 캐릭터를 했었죠.
해: 항상 드라마를 해왔지만 좀 더 강한 방식으로 해왔었죠. 이번에도 여전히 강하고 드라마틱하지만, 좀 더 부드러우면서 교감 되는(connected) 방식으로 해봤어요. 초반 몇 개의 대회에서 그렇게 연기하는 게 정말 어려웠지만, 이제는 캐릭터에 몰입해서 빙판에서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예: 네, 그리고 스토리텔링이라는 새로운 측면에서 고민해야 하므로 모든 것들이 배우고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연결(connect)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파트너도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게 도울 수 있을지 같은 거요.
문: <쉘부르의 우산>은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벤쿠버/평창 금메달리스트, 소치 은메달리스트)의 초기 시니어 시절의 대표작이에요. 그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예: 아니요, 걱정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의 프로그램을 본 적은 있지만, 저와 해나는 우리만의 것을 해 온 것 같아요. 저는 저와 해나에만 집중했고, 저희가 커플로서 보여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같은 음악을 썼다는 것도 잊어버릴 때가 많아서 그런 생각은 거의 안 해요.
해: 음악도 약간 달라요.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팀은 영화 음악을 사용했고 남/여 보컬이 있는 노래를 썼어요. 저희는 남자 보컬만 있는 노래를 사용했는데, 더 드라마틱하고 슬픈 분위기의 노래에요. 시즌 초반에 약간의 부담과 걱정이 있기는 했어요. ‘해나와 예가 테사와 스캇만큼 잘할 수 없을 거야.’라고 해서 많이 걱정했지만…
예: 그래도 저희는 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 그리고 코멘트를 보는 것을 멈췄죠. 트위터하고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보지 않고 스케이트에 집중하니까 더 빨리 느는 것 같아요.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는 캐나다 출신의 아이스 댄스 팀으로 3번의 올림픽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신채점제의 가장 뛰어난 아이스 댄스 팀 중 하나이다. <쉘부르의 우산> OST는 두 사람의 초기 시니어 대표 작품이었다. 2008년 한국에서 열린 사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는 해당 곡에 맞춰 프리 댄스를 연기했고, 당시 굉장히 좋은 퍼포먼스로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해: <쉘부르의 우산>은 프랑스 영화인데 처음 선곡했을 때 한국 팬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신기했어요. 이제 이해가 되네요.
문: 당시 테사-스캇은 좀 더 어린 커플의 풋풋함과 아련함이 묻어나는 연기였다면, 두 사람의 <쉘부르의 우산>은 드라마틱한 성인의 커플들의 느낌이라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두 프로그램 모두 다르게 매력이 있어서 좋아요.
세계 선수권, “프리 댄스에 출전하고 싶어요”
작년 여름 퀘백 대회를 시작으로 챌린져 시리즈, 그랑프리 시리즈, 국내 대회(랭킹 대회 및 종합 선수권), 그리고 사대륙 선수권까지 출전한 두 사람은 3월에 열릴 세계 선수권 참가를 마지막으로 첫 시니어 시즌을 종료한다.
문: 이번 세계 선수권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 우선은 프리 댄스에 출전할 수 있으면 좋겠고, 15위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어요.
문: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려고 하나요?
예: 일단 기술적인 측면을 좀 더 일관되고 강력하게 만들고 싶어요. 패턴 스탭*을 좀 더 견고하고 정밀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더 많이 즐길 수 있도록 연기도 발전시키고 싶어요.
해: 리듬 댄스를 잘 못하면 프리 진출이 안 될까 봐 그게 좀 걱정 돼요. (*주 패턴 스탭은 리듬 댄스의 일부 요소임)
문: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요소는 무엇인가요? 예는 트위즐이라고 했죠?
예: 지금은 덜하긴 하지만, 랭킹과 종합 때는 트위즐이 많이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해: 저는 패턴 댄스가 힘들어요. 패턴 댄스에서는 항상 저희가 닿아있어야 하거든요. 둘이 떨어지면 감점이 돼요. 항상 서로를 잡고 있는 게 힘들어요. 예를 들어 손을 바꿀 때도 그냥 바꾸면 안 되고, 다른 손을 대고 그다음에 이전에 잡고 있던 손을 떼야 해요. 그런데 자꾸 까먹어요.
2024년 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다. 현재 두 사람은 몬트리올에서 거주하며 훈련 중이다. 두 사람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두 사람의 세계 선수권 경기를 보러올 예정이기에 더욱더 의미 있는 대회가 될 예정이다.
세계 선수권에서는 20팀만 프리 댄스를 출전할 수 있다. 작년 세계 선수권의 경우 13팀이 프리 댄스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프리 댄스에 진출한 국가 중 유럽과 북미가 아닌 국가는 단 3개(일본, 호주, 이스라엘)뿐이었다. 신채점제 이후 한국에서는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2017년 프리 댄스에 출전한 것이 유일무이한 기록이며, 이때 이 팀에 얻은 20위가 한국 아이스 댄스 팀의 세계 선수권 최고 순위다. 임해나-예콴 두 사람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몬트리올에서 최고의 연기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한국 아이스 댄스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길 기원해 본다.
아시아 최초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스 댄서
두 사람은 2026년 밀라노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콴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 국적을 취득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요?
예: 한국빙상연맹에서 국가에 추천해 줬고 그래서 지금은 국가(행정)에 달린 것 같아요. 랭킹 대회 때 서류를 가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어요. 이다음은 면접인데, 언제 면접이 있을지는 알려줄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다음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들어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많이 부담되지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다만, 지금 힘든 점은 언제 면접이 잡힐 지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아이스 댄스는 아시아 국가 선수들이 가장 약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러시아를 필두로 한 유럽과, 캐나다/미국의 북미 아이스 댄스 팀들이 상위 성적을 양분하고 있다. 임해나-예콴은 주니어부터 아시아 국가의 아이스 댄스 팀 중에 역대 가장 뛰어난 횡보를 보이고 있다. 무라모토 카나-다카하시 다이스케(일본)와 같이 시니어에 올라와 종목을 변경하고 두각을 드러낸 아이스 댄서도 있지만 주니어부터 찬찬히 주목 받아온 아시아 국가의 아이스 댄스 팀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시니어로 첫 도약을 시작한 두 사람이 좀 더 편안히 아이스 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오랜 세월 아이스 댄스의 강자로 군림한 러시아/유럽과 달리 북미 아이스 댄스 팀들이 처음부터 뛰어난 성적을 낸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와 유럽이 주가 되었던 아이스 댄스에서 북미 아이스 댄스 팀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신채점제가 시작되고 나서였다. 또한 러시아/유럽 출신의 코치들이 주도했던 신채점제 초반과 달리 최근 가장 주목받는 코치는 캐나다 아이스 댄스 선수였던 마리 프랑스 듀브릴과 파트리스 라우종이다. 현재 임해나-예콴이 속한 몬트리올 아이스 댄스 아카데미(I.AM)의 수장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프랑스 뮤리엘 코치의 지도를 받던 두 사람이 아이스 댄스 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이스 댄스 스쿨을 캐나다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해나-예콴 두 사람이 한국 국적의 아이스 댄스 팀으로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길 기원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국 아이스 댄스가 강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