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금요일(현지 시각),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 센터에서 2026 ISU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컵 오브 차이나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가 진행됐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이해인은 영화 음악 〈Experience〉에 맞춰 연기를 선보이며 기술 점수(TES) 34.86점, 구성 점수(PCS) 32.63점으로 총점 67.49점을 기록, 12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6위에 올랐다.



,이해인은 첫 번째 점프 요소인 트리플 악셀에서 회전수 불충분(q) 판정을 받았지만 착지에 성공했다. 이어 예정된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는 트리플 럿츠가 싱글 럿츠로 처리되는 실수가 나왔다. 이후 스핀에서는 모두 높은 가산점을 받으며 최고 등급인 레벨 4를 받았다.
경기 직후 믹스존에서 만난 이해인은 첫 점프에서의 실수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트리플 악셀 착지에 성공한 점은 기쁘다고 밝혔다.
“트리플 럿츠를 1회전으로 처리했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그래도 트리플 악셀을 착지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이번에는 크게 긴장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감이 있었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프로그램에서 큰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 점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이번 시즌 이해인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요소는 트리플 악셀이다. 이전 시즌에도 도전한 적이 있지만, 이번 시즌에는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포함하며 실제 경기에서 착지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리플 악셀을 수행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자, 이해인은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들에게서 배울 점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어요. 모든 선수들이 각자 뛰어나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트리플 악셀을 뛰는 선수들을 생각해 보면,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고 제가 배울 점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 시즌 들어 트리플 악셀에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해인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에도 뚜렷한 동기부여를 찾지 못했던 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솔직히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정확한 동기부여가 없었어요. 물론 저에게 영감을 주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고, 항상 저를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에게 명확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다음 시즌에는 트리플 악셀을 뛰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다음 시즌이 오면 또 다음 시즌에는 꼭 트리플 악셀을 뛰겠다고 말하고, 그다음 시즌에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어요. 이번에는 정말 해내고 싶었어요.”
이어 이해인은 이번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다른 요소들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습에서도 트리플 악셀에 몰두하다 보면 다른 점프나 요소에 소홀해질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트리플 악셀을 계속 연습하다 보니 다른 요소들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더라고요. 트리플 악셀에만 몰두하다 보면 다른 요소들을 놓칠 때가 있어요. 오늘 실수는 제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아예 뛰지 못하는 실수는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오늘처럼 자신감 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오늘 한 번 실수했다고 해서 ‘내가 이걸 잘못한 건가, 저걸 잘못한 건가’ 하면서 계속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지금의 자신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어요.”
이번 컵 오브 차이나는 이해인에게 중국 대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상하이와 베이징, 충칭 등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이번에 처음 찾은 선전에서도 경기장과 관중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기장도, 관중분들도 정말 따뜻했어요. 관중분들이 보내주시는 에너지가 정말 좋아요. 덕분에 제가 경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뮤지컬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오늘도 저를 응원해 주셔서 정말 행복했어요. 저는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정말 좋아해요. 관중분들이 정말 멋지고, 그분들이 보내주시는 응원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이번 시즌 이해인이 선보이는 쇼트 프로그램 〈Experience〉에는 선수로서 겪어온 어려움과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안무가와 함께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구상했던 과정을 설명하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스스로 해내야 하는 선수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제가 스케이팅 선수로서 잘 풀리지 않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물론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있지만, 결국 제가 혼자서 해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해요. 그런 힘든 시간들을 견디다가 점프 하나하나에 성공하면서 깨닫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것보다는 ‘해내야만 한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모두가 저를 도와주고 있으니, 저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프로그램의 서사는 안무뿐 아니라 의상에도 반영됐다. 의상 디자인에 직접 아이디어를 보탠 이해인은 장갑과 어깨 부분에 자신이 겪어온 시간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장갑이랑 어깨 부분도 제가 아이디어를 낸 거예요. 제 땀과 눈물, 피가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이 의상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는 죽는다는 의미는 아니고, 제가 그 안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으로 끝나요. 자세히 보시면 비즈도 십자가 모양이에요. 위로 올라가면서 목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어요.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스케이트를 타자는 의미도 담겨 있어요.”
선수로서의 고된 시간과 이를 견뎌내려는 의지, 그리고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까지. 이해인은 이번 프로그램의 안무와 의상 곳곳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완성도 있게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열린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일본의 치바 모네가 영화 〈007〉 시리즈의 본드걸을 연상시키는 연기를 선보이며 TES 42.31점, PCS 33.77점, 총점 76.08점으로 1위에 올랐다. 조지아의 아나스타시아 구바노바는 탱고 음악에 맞춰 안정적이고 성숙한 연기를 펼쳤다. TES 41.45점, PCS 33.60점, 총점 75.05점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TES 39.98점, PCS 32.39점, 총점 72.37점을 기록한 중립국 개인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러시아의 알렉산드라 이그나토바에게 돌아갔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그나토바는 출산 후 선수 생활에 복귀했으며, 이번 대회에는 아이와 함께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생일을 맞은 이탈리아의 라라 나키 구트만을 위한 위한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으며, 선수와 관중이 함께 축하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해인이 출전하는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은 11월 7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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